종이책이 사양길에 들어섰다는 이야기가 생겨난 지 오래다. 어느 한 명이 아니라 산발적으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예견이었다. 흥미롭게도 종이책은 건재하다. 심지어 서점은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다. 최근, 신촌에는 재미있는 전문 서점 두 곳이 생겼다. 하나는 시집만을 다루는 ‘위트 앤 시니컬’이고, 다른 하나는 추리소설을 취급하는 책방 ‘미스터리 유니온’이다.
 
위트 앤 시니컬은 신촌 기차역 부근에 위치한 서점으로, 카페 파스텔이라는 큰 공간을 세 개의 브랜드가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수제맥주와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 파스텔’, 음반 및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편집숍 ‘프렌테’, 그리고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 그것이다. 이 공간을 디자인한 스튜디오360플랜은 서로 다른 세 가지의 브랜드가 이질적이지 않게 어우러지는 데에 주력했다. 또한 책과 음악, 소품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따뜻한 감성을 공간 전반에 녹이고자 했다.
 
세 평 남짓한 공간을 사용하는 위트 앤 시니컬은 시와 음악이 만나 발생하는 따뜻한 에너지를 보존하는 데에 주력하여 디자인 되었다. 다채로운 색상의 책 표지가 일종의 디자인 요소가 되어 공간을 장식할 수 있도록, 책 표지를 전면으로 진열할 수 있는 책장을 배치했다. 어떤 시집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다. 또한, 독자가 시와 조금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서점 주인의 의도를 반영하여 시인의 책상이라는 공간을 마련했다. 누구나 시집을 필사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인간다운 디자인을 구현해낸 것이다. 이 공간의 가구는 목재와 금속을 활용하여 제작되었다. 기존의 프렌테가 가지고 있던 특색 있는 나무 가구와 스튜디오360플랜이 새로이 디자인한 목재 가구가 함께 어우러지는 형태다. 카페 파스텔의 통유리로 들어오는 햇살과 나무의 물성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가 시집과 어우러져 포근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은 폭이 2.2m, 깊이가 7.6m 정도로, 모든 공간이 한눈에 파악되는 좁고 긴 공간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몇 가지 층위를 두어 조금이라도 공간을 풍요롭게 느끼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디자인 되었다. 대개의 서점들은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얕은 선반에 책을 세워두는 전면 디스플레이 방식을 선택하는 반면, 미스터리 유니온은 깊은 나무 단과 길게 늘어뜨린 조명이 책을 가까이에서 비추어 한 권을 보더라도 깊게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서점 주인의 취향과 사연, 진중함이 담겨 있는 한 권의 책은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미스터리 유니온의 이러한 공간 디자인은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아니라 서점 주인과 소통하며 책을 추천 받을 수도 있는 서점임을 암시하고 있다.
 
미스터리 유니온은 구조적으로도 독특하다. 출입문이 길가와 맞닿아있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열기 위해서 공간 안쪽으로 한두 걸음 더 걸어 들어오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공간의 실제 면적은 줄어드는 구조지만 서점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자 외부에서는 내부가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또한,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도 내부를 한눈에 살펴볼 수는 없다. 전면에 서점 주인이 보내는 메시지로서의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고, 그 책장을 지나서 꺾어 들어와야만 비로소 서점 내부를 전부 살필 수 있는 것이다. 가장 깊숙이 위치한 화장실의 문도 공간 활용과 톤앤매너를 위해 철제 여닫이문에서 목재 미닫이문으로 변경하고 화장실 문과 카운터로 들어가는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목재 파티션을 세웠다. 바닥이나 벽, 천장은 원재료의 질감과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추가적인 재료를 덧붙이지 않고 합판에 오일만 칠하여 마감했다.
 
 
(*CA 9월호에서는 이 두 곳을 전문 서점이라 소개하였지만, 지난 8월 21일 게재된 위트 앤 시니컬의 소개글에서는 이 서점을 전문 서점으로 지칭하지 않습니다.)
“국내 유일이나 최초의 시집 서점이 아닙니다. 전문서점도, 독립서점도 아니에요. 그런 수식어가 없이 시집과 시들로 남고 싶은 장소입니다.”
 
 
위트 앤 시니컬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360플랜
STUDIO360PLAN

STUDIO360PLAN.COM
 
미스터리 유니온

공간 디자인
동준모, 송제엽, 유명상, 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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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CA 2016년 9월호 : 책과 디자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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