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9월호 스페셜 리포트는 아드리안 쇼네시 그리고 수류산방에게서 북디자인에 관한 견해를 들어보는 것으로 꾸려졌다. 그러나 이로써는 무언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관한 경험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를 텐데 둘의 의견으로 북디자인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출판 과정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더 들어보고 싶었고, 이에 <CA>는 편집자, 디자이너, 서점 MD 등 28인에게 고견을 청하게 되었다.
 
우선 답변을 구할 이들을 선정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지 듣고 싶은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디자이너에게만 의견을 구할 의도가 아니었기에 그 대상은 더욱 광범위해졌다. 이에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크게 두 축으로 두고 서점 MD나 서점, 출판사 대표 등 출판계 흐름에 민감한 이들을 우선하기로 했다. 편집자의 경우 주로 정기간행물 출판에 참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하며 북디자인에서도 특별히 개성을 드러내는 출판사의 편집자들을 먼저 떠올렸다. 디자이너 역시 출판사 인하우스 디자이너,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는 디자이너와 다양한 부문에서 작업하면서도 북디자인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로 나누어 의견을 고루 듣고자 했다. 그리고 다음의 질문을 공유했다.
 


 
① ‘좋은 북디자인’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② 앞선 답변에 근거하여, 근래 3년 이내 한국에서 출간된 출판물 중 ‘좋은 북디자인’을 선보인 작업을 꼽아주신다면요. 본인의 작업이든 아니든, 정기간행물, 도록, 단행본, 소규모 독립 출판 등을 모두 포함하되, 판매 또는 유통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 중에서 골라주세요. 또한, 해당 출판물의 장점 또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③ 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이 살아남기 위해 북디자인, 즉 종이책의 디자인이 어떠한 특질을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혹은 앞으로 어떠한 특질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 예상하시는지요? 디지털 시대와 종이책 또는 북디자인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기대합니다.
 


 
‘좋은’ 또는 ‘훌륭한’은 어느 정도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문제이므로 답변 수가 많을수록 더욱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것이란 기대감에 ‘좋은 북디자인’에 관한 각자의 정의를 첫 번째 질문으로 하였다. 동시에 이 질문의 답변이 다소 추상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십분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청하도록 두 번째 질문을 정했다. 출판계 흐름이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과 한편으로는 어떠한 책이 평가받기까지 어느 정도 필요한 시간, 이렇게 두 가지 점을 고려하여 ‘3년’이라는 시간을 설정했고 개인 소장용이 아니라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출판물 내로 그 답변을 한정하고자 ‘판매 또는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이라는 단서를 내걸었다. 세 번째 질문은 ‘북디자인’에 관한 질문이 ‘종이책’ 담론으로 넘어가는 형태다. 이러한 질문을 꾸린 이유는 아직 전자책에 북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예시를 찾는 것이 힘들고 그렇다면 ‘북디자인’은 어쩌면 종이책이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일 수 있겠다는 전제 때문이었다.
 
28인의 답변은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이제 펼쳐질 활자의 대향연에 조금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약속을 사족으로 덧붙인다.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하였으므로 질문 내용은 답변 본문에 중복으로 적지 않고 대신 ①, ②, ③ 기호로 해당 질문과 그 답변을 짝짓는다. 세 가지 질문 중 일부에 답하지 않은 답변도 있으며, * 기호는 편집자 주를 의미한다. 또한, 본문에 등장하는 출판물은 출판사 및 발행 연도와 함께 < >기호로 그 제목을 명기하되 정기간행물이나 반드시 특정 출판사의 것을 지칭한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제목만 표기하였다.
 
 
 

① 보는 순간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나게 하는 책이 있죠. 양손에 짐이 가득하고 갈 길이 멀어도, 머리에 이고서라도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책. 그건 어떤 조화에 정답이 있다고 봐요. 균형이라는 측면도 고려해 봐야겠고요. 아무튼, 제 취향을 건드리는 책은 그 자체의 자존감이 센 책 같아요. 이겨 먹기 힘든 느낌을 주는 책이 분명 있더라고요.
 
② 수류산방의 작업들이 여전히 좋아요. 상업적인 타협의 지점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듯하지만, 그 고집과 단단함이 역시나 무릎을 꿇게 하죠. 책은 꽂고 보고 아무렇게나 놓아야 하는 물건이 아니라, 눕히고 세울 수 있으며 아무렇게나 놓을 수 없는 물성이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자유롭게 만들지만 자유롭기가 절대 쉽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듯해요.
 
③ 대중적인 구미라는 게 있겠지만, 유행이 범람하는 시기가 짧아지는 것도 어찌 보면 고무적인 현상 같아요. 남이 하는 것을 훔쳐보기는 하지만 전처럼 마구 따라 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고요. 낯설더라도 꾸준히 자기 개성을 유지해나가는 끈기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지요. 시대보다 딱 반보 정도 앞서나가는 눈이 있어야겠고, 가다 서다 하지 않도록 다리에 근육을 잘 붙게 하는 운동이 필요하겠죠.
 
 
김민정, 난다 편집자
 
 
 
 

① 소거법으로 답하자면 이른바 ‘독자들의 취향’, 더 적확히 말하자면 일반 대중의 취향은 이러할 것이란 추측이나 통념에 호소하는 기색이 역력한 북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혹은 ‘이런 책이 잘 팔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라는 근심 때문에 억지로 귀엽거나 코믹한 척 으스대는 북디자인에도 호감이 가지 않고요. 익숙한 공식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재생산하는 북디자인도 한없이 지루합니다. 이를테면 페미니즘을 다룬 대부분 책이 분홍색을 주된 색조로 채택하는 관습은 언제까지 되풀이될까요? 이 소거법을 적용하고 남는 답이라면,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장악한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그 책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물리적 형태를 만들어내는 북디자인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② 박해천 교수의 저서 <아수라장의 모더니티>(워크룸 프레스, 2015)를 꼽고 싶은데요. 고 김한용 작가의 1964년 OB 맥주 달력 사진을 내세우고, 사진 속 인물들 위에 본문 219쪽의 ‘1기 신도시 60-85제곱미터 아파트의 실거래가 변동 추이’ 인포그래픽에서 따온 선을 겹쳐놓은 표지 디자인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의 주거 모델과 삶의 양식을 추적하는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요약합니다. 또한, 디자이너 김형진의 말을 빌리자면 ‘두께감에 비해 가벼운’ 종이 바르니를 내지로 사용하여 책의 물리적인 무게를 덜어낸 것도 호감 가는 선택이고요. 마지막으로 중간중간 들어간 다양한 도판들은 좌수와 우수를 한꺼번에 가로지르는 일반적인 펼침면 형태가 아니라 우수에서 시작하여 다음 좌수에서 끝나는 식으로 배치되었는데요. 이는 책장을 앞뒤로 넘기며 그 쪼개진 이미지를 독자가 적극적으로 읽어내야 한다는 태도를 요구함으로써, 종이책에서만 가능한 실험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인상을 줍니다.
 
③ 애서가로 분류되는 사람이 전자책을 찾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비슷할 겁니다. 한국에서 장서를 보유한다는 것은 그 책들이 들어설 만한 부동산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절약과 유동성의 측면에서 종이책이 전자책을 따라잡긴 힘듭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종이책은 점점 더 사치품이 되어가겠죠. 지적 허영심뿐 아니라 외적 아름다움 때문이라도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할 수 있어야만 비싼 부동산의 일부를 기꺼이 그 책에 할애하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혹은 아예 문고본 형태를 부활시켜 외형에서 오는 부담감을 더는 실용적인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
 
 
 
 

① 필요한 요소가 빠지지 않고, 불필요한 요소가 들어가지 않은 상태, 그리하여 낭비가 없는 상태를 좋은 북디자인으로 봅니다. 특히 본문 영역에서는 요소가 늘어날수록 성공할 확률이 낮아지는데요. 대개 군더더기로 읽기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습관처럼 사용하는 별색이나 본문 텍스트보다 눈에 띄는 각주 표기 약물 또는 면주가 그러합니다. 구성 요소를 보면 장 표제지가 과도하게 쓰이는 상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전체 쪽수의 10%를 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대체로 장 제목 외에는 별다른 요소가 없는 데다 두 쪽을 할애할 만큼 휴식이 필요한 장 분량 혹은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텍스트가 아닌 때가 대다수입니다. 만드는 이의 욕심을 눈에 띄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읽는 가운데 자연스레 그 욕심을 알아보게 하는 게 좋은 북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② 원고를 보면 구성이 즉시 떠오르는 때가 있듯, 기획에서 바로 책의 꼴이 잡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유 출판사에서 시리즈 성격으로 펴내는 <시의 문장들>(유유, 2016)과 <쓰기의 말들>(유유, 2016)이 기억에 남습니다. 두 책은 각각 시와 글쓰기 관련 문장을 좌수에 배치하고 우수에 저자의 감상과 생각을 적는 구성으로, 펼침면이 하나의 단위가 되는데요. 좌수에는 인용하는 한두 문장만 들어가기에 상단에 놓인 문장을 읽고 나면 공백이 생깁니다. 독자는 이 공백을 활용해 우수를 읽을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면주를 보면 좌수에는 해당 문장의 순서를, 우수에는 본문 쪽수를 표기하는데 두 면주의 디자인이 눈에 띄게 달라 헷갈릴 염려가 적고, 두 면주 모두 해당 쪽의 위치를 확인하는 요소로 기능합니다. 그리고 본문 마지막 쪽을 펼치면 큰따옴표 안에 각자의 인용문을 적을 공간을 만나며 읽기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심심한 듯 멋을 부린 좋은 북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③ 한국에서는 절반이 넘는 독자가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합니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책을 실제로 확인하지 않은 채 구매를 결정하죠. 실제로 확인하지 않기에 꼼꼼히 여러 요소를 살펴보지 않을까 싶지만, 책의 내용과 차례, 다른 독자의 반응은 살피면서도 책의 크기와 쪽수, 무게는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표지나 본문의 종이는 확인하고 싶어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상 책이 도착했을 때 당황스러운 일이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제 웹에서 모바일로 환경이 바뀌며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섬네일로 보는 표지와 실제 크기로 보는 표지가 전하는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힘을 기울여야 할지 아니면 그 간극을 활용하는 방향을 선택하고 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상황보다 이 부분이 훨씬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박태근, 알라딘 인문 부문 MD
 
 
 
 

① 시각적인 측면뿐 아니라 책이 출판되는 과정 전체를 보아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우선, 원고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고 저자가 말하는 바를 판형, 제본, 타이포그래피, 종이, 색감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하여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디자인해야 하죠. 아울러 책의 기획 방향이나 판매 전략과 같은 출간 계획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 출간된 적이 있거나 비슷한 책이 시장에 나와 있는 경우에는 디자인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같은 의도까지 모두 충족하여, 수많은 책 가운데서 디자인으로 인해 독자들이 더 좋은 인상을 받고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북디자인인 듯합니다.
 
② 십년 전에 비추어 전체적으로 북디자인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작업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고 실제로 책이 나왔을 때 그 완성도가 흠잡을 곳이 없던 민음사의 이탈로 칼비노 전집을 뽑고 싶습니다. 이탈로 칼비노는 기존의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에 포함된 바 있고,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간된 적이 있기에 디자인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 전집을 담당한 최지은 디자이너는 그 열쇠를 <교차된 운명의 성> 본문에서 찾았습니다. 타로 카드라는 요소를 각색하여 기하학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구현해낸 것이죠. 각양장이라는 제본 방식과 유광 먹박 후가공을 선택했고, 각 권당 한 가지의 포인트 색상을 선택해 아름다우면서도 무게감 있게 작가의 철학적인 세계를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전집이 저를 포함한 이탈로 칼비노를 사랑하는 국내 독자들에게 하나의 선물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③ 제가 속한 출판사만 봐도 전자책을 시작할 때와 비교해 매출이 매해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접하는 전자책은 종이책을 기반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고 인터랙티브 전자책 시장은 잘 모르는 바이기에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전자책은 섬네일로 제목이나 분권이 식별되어야 하고 이미지가 단순하며 색상이 명확한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아마존에 노란색 표지의 책이 급증했다는 기사가 떠오르네요. 거꾸로 말하자면, 디지털 시대에서 종이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종이책만의 물성과 아날로그 감성이 두드러지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러한 느낌은 종이의 종류나 후가공, 제본 방식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가 어우러진 종합적인 인상이겠지만 예산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든 책이 특별한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하나의 작품이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동시 출간되었을 경우, 전자책보다 더 비싼 종이책을 구입하는 이유라고 한다면, 그 책을 소유하고 내 책장에 꽂아서 오랜 시간 함께 하고픈 욕구가 건재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김다희, 민음사 출판 그룹 미술부 차장
 
 
 
 

① 첫째, 타이포그래피, 책의 구조, 콘텐츠에 대한 편집 및 디자인적 장악력이 섬세한 인쇄와 제본으로 마감된 것. 둘째, 독자, 저자, 제작자의 삼각관계가 평등하게 구현된 것. 셋째, 시대감각에 예민하게 반응하되, 디자인적 신기술을 남발하지 않는 것. 부연하자면, 엘 리시츠키가 ‘Our Book’이라는 글에서도 썼듯이 시대감각에 응답하는 북디자인이야말로 오늘의 좋은 북디자인을 논할 수 있는 키워드라고 봅니다. 여기서 시대감각이란 기존 규범과 체제 그리고 이로부터 한발 앞서 나가고자 하는 진보적 의식 간의 팽팽한 긴장을 말하는데요. 대중성과 예술성, 규범과 실험, 과거와 근미래 사이에서의 긴장된 외줄타기, 그 외줄타기의 감각을 시대감각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② <마생>(사월의눈, 2015)은 프랑스의 대표적 원로 디자이너인 마생을 오마주하는 책인 만큼, ‘오마주’라는 행위를 북디자인으로 풀이했습니다. 판형과 사진 레이아웃 그리고 구조에서 그러한 오마주의 결과가 드러났고요. 특히, 주안점을 둔 것은 글과 사진의 안배인데요. 전체적으로 사진과 글의 균등하면서도 팽팽한 안배에 신경 쓴 만큼 그에 걸맞은 책의 구조를 만들고자 고심했습니다. 한편, 정희승 사진가의 작품집인 <Rose is a rose is a rose>(헤적프레스, 2016)는 ‘현대적 공예성’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의미심장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미래의 책은 대량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소규모 체제로 압축되어야 하는데 기존의 대중 지향성, 공장식 제작과 납품은 폐기될 수밖에 없는 낡은 생산방식이 되었기 때문이죠. 이때 ‘공예성’이라는 화두를 제기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 책의 생존방식은 기존의 대량생산체제 방식을 버리되, 책의 공예적 면모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번안해 내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Rose is a rose is a rose>는 현대적 책이 지향할 수 있는 새로운 의미의 공예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③ 새로운 매체의 부상이 곧 기존 매체의 사망신고는 아닙니다. 손으로 구현된 이미지인 회화와 기술적 영상인 사진과의 관계에서, 청각 매체인 라디오와 시청각 매체인 텔레비전의 관계에서 우리는 기존 매체의 ‘생산적 변절’을 이미 경험했고 또 경험하고 있어요. 이런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디지털 시대로 인해 다양해진 매체와 콘텐츠 전달 방식은 종이책이라는 기존 매체의 해방을 가져온다고 믿으며, 또 이미 그렇게 실현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수많은 정보를 날라야 했던 종이책은 다원화된 매체 환경 덕분에 전달해야 하는 콘텐츠의 종류와 무게를 줄인 셈이죠. 더 이상 책은 익명의 넓은 독자층을 향해 열려 있을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책의 기능이 역사적으로 항상 변모해 왔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해요. 책도 변해야만 삽니다. 그 생존의 키워드 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현대적 공예성’이겠고요.
 
 
전가경, 사월의눈 발행인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6년 9월호 : 책과 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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