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근사해! 탄성을 자아내는 작업들이 있다. 컴퓨터로 디자인된 매끄러운 모습일 수도 있고, 손으로 그린 친근한 면면일 수도 있다. 어쩌면 둘 다 아닌 방식으로 꾸려진 아주 낯선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디자인이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마주하게 되면,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건 아마 작업자가 누구인가일 테다. 이에 꼬리를 물고 모티프를 찾는 방법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 작업 과정을 궁금해 하기도 한다. 그들의 성별이나 나이가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디에서 작업을 하는지 상상해보기도 할 것이다. 몇몇 인터뷰 기사를 통해 작업자의 작업 과정이나 환경을 짐작해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문장이나 말을 토대로 상상하는 데에서 그치게 된다. 사용하는 장비의 구체적인 모델명을 접할지라도 그 색상이나 놓여있는 위치, 얼마나 사용했는지, 어떤 자세로 다루는지 등은 오직 머릿속에서만 구성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우리가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실에 관해 다룬다. 익히 알고 있는, 혹은 새로이 알게 된 작업자가 어떠한 공간에서 어떠한 장비로, 어떠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작업하는지를 지면을 통해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랐다. 자칫 잘못하면 딱딱해질 우려도 있고, 매체의 성격상 아주 깊이 있게 장비를 소개할 수도 없다는 약점이 있어 작업자의 공간에 놓인 소품이나 애착을 갖는 물건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물어 소소한 재미를 더하는 데에도 집중했다. 이와 더불어, 창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공통된 꿈은 어쩌면 나만의 작업실을 꾸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각각의 취재 대상들에게 작업실을 마련할 때의 조언도 살그머니 요청했다.
 
취재 대상을 고민하는 데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작업 분야에 따라 사용하는 장비와 작업 과정이 다를 것이란 당연한 판단 아래, 크게 세 분야에서 각각 두 팀(명)씩 취재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살펴볼 분야는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모션 그래픽으로 축약했다.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는 당인동에서 활동하는 오디너리피플과 가평에 둥지를 튼 김가든을,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는 한남동에서 공유작업실을 사용하는 김호와 홍대에 거주하며 작업실을 겸하는 백두리를, 모션 그래픽 분야에서는 신사역 근방에 있는 에이아이엑스랩과 제주도에 직접 작업실을 지은 슈퍼베리모어를 취재 대상으로 했다. 장비의 모델이나 사양에 관해 세심하게 답한 작업자가 있는가 하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작업실의 요모조모에 집중하여 이야기한 작업자도 있다. 프로그램을 다양한 갈래로 활용하는 작업자도 있고, 아날로그에 집중하는 작업자도 있었다. 각기 다른 답변으로 이들의 태도를 엿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누군가의 공간에 초대 받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난생 처음 가는 동네, 처음 보는 건물, 처음 들어가 보는 공간 등 곳곳에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물론, 그 속에서 주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설렘에 다름 아니다. 이장을 넘기면 시작될 10월호 스페셜 리포트에서 그런 설렘과 호기심을 맛봄과 동시에 작업실을 꾸릴 때의 유용한 팁도 얻어가길 바란다. 지금부터 <CA>의 이름으로, 여섯 개의 공간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오디너리피플
그거 어딨어?

 
 
03_special-report_02_01_02
 
 
작업실을 소개해주세요.
위치는 마포구 당인동 입니다. 15평 남짓의 작업실과 7평 크기의 창고로 이루어져 있고, 총 5명의 인원이 사용하고 있죠. 이전 작업실에서 겪었던 고통을 토대로 지상일 것, 냉난방이 잘될 것, 화장실이 깨끗할 것, 싱크대가 있을 것, 이 네 가지를 기준으로 지금의 작업실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깨끗하고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는 경우가 많아 ‘그거 어딨어?’란 말이 절로 튀어나오죠.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되네요. (웃음)
 
03_special-report_02_01_07
 
03_special-report_02_01_08
 
 
사용하는 장비가 궁금합니다.
에어컨, 비데, TV, 플레이스테이션4, 작업용 아이맥 27인치 5대, 공인인증서용 PC 1대, A3 흑백 프린터, A4 흑백 프린터, 아이패드 프로 정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자잘한 문구류와 지류, 장난감, 만화책 등이 있죠. 다 함께 앉아 작업할 수 있는 큰 책상을 만들기도 했고요. 이전 작업실에서 가장 처음 샀던 물건인 대형 선풍기, 소형 냉장고, 화이트보드는 지금 작업실에도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궁금합니다.
인디자인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항상 활성화되어있는 패널은 정렬, 프리플라이트, 레이어, 페이지, 획, 색상 견본, 링크, 문자, 단락, 문자 스타일, 단락 스타일, 개체 스타일입니다. 스크립트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죠. 최근에는 어도비 CC의 기능 중 하나인 공유하기를 활용하여 여러 작업자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시험해보고 있습니다.
 
편안한 작업 환경을 위해 갖춘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최근에 할인 상품 코너에서 구입한 에반게리온 큐 버전의 미사토 피규어를 꼽고 싶습니다. 선글라스가 탈착되는 점이 기가 막힙니다.
 
03_special-report_02_01_11
 
 
 
“미리미리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하게 구하면 좋은 공간을 구하기가 쉽지 않죠. 또한 냉난방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난 번 작업실은 바닥 난방이 없어 전기 히터를 사용하다가 단전되기 일쑤였습니다.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고요. 화장실도 중요하죠. 저희의 두 번째 작업실은 화장실이 외부에 있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는데 밤이면 불이 들어오지 않아 손전등을 들고 가야 했습니다. 힘든 시기였죠…”
 
 
 
오디너리피플
ORDINARY PEOPLE

ORDINARYPEOPLE.KR

다양하고 능동적인 시도와 실험을 통해 보다 나은, 정확한, 효과적인 소통을 도모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강진, 서정민, 안세용, 이재하, 정인지가 홍익대학교 재학 시절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2006년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매일매일그래픽일력>, <Life is unwritten> 등의 자체 기획 작업과 함께 월간 <CA>, SM엔터테인먼트, 국립현대미술관 등 클라이언트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김가든
평화의 공간

 
 
03_special-report_02_02_02
 
 
현재 사용하는 작업실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김강인이 대학교 4학년이던 2012년에 어머니와 함께 가평에 집을 지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김가든이라는 이름을 짓고, 그때부터 이 공간을 계속 사용해왔어요. 스튜디오를 차리기 위해 가평을 찾은 건 아니었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는 2013년부터 시작했고, 이윤호와 결혼한 2014년부터 신혼집 겸 게스트하우스 겸 스튜디오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가평에서도 꽤 깊숙이 들어온 곳으로, 경춘선 청평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어요.
 
03_special-report_02_02_01
 
03_special-report_02_02_03
 
 
사용하는 하드웨어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물건은 없습니다. 저희는 대부분 학생 때 구입한 것들을 계속 사용하고 있어서 새로이 장만한 제품이 거의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김가든이 사용하는 장비들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로 참고하기 좋을 거예요. 김강인은 맥북 프로와 트랙패드를 사용하고, 이윤호는 맥북 프로와 와콤(wacom) 태블릿을 함께 사용합니다. 둘 다 보조모니터나 마우스는 사용하지 않고 있죠. 공동으로 사용하는 제품으로는 시안 출력에 사용하는 A3 컬러 레이저 프린터(HP Color Laser Jet5550dtn)와 중철 제본용 대형 스테이플러(KW-Trio 5000), 열제본기(Fellows Helios 60), 세무 회계에 사용하는 구형 소니 랩톱, 작업 결과물 촬영용 구형 DSLR 카메라가 있습니다.
 
장비의 사양이 좋을수록 질 좋은 작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두 사람 다 기계에 관심이 없어서 좋은 장비를 사용해본 적이 없어요(웃음). 그동안 장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컴퓨터가 최신 사양이면 성능 때문에 짜증나는 일도 덜 생기고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적어지겠죠. 좋은 장비를 사용하면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자기만족도 중요하잖아요. 어느 디자인 페어에서 스케치를 바로 벡터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펜과 노트를 본 적이 있는데, 작업실에 그런 신기한 물건이 있으면 신날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는 이런 단출한 구성으로도 일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아요. 아직까지는요.
 
03_special-report_02_02_04_a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궁금합니다.
어도비의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을 가장 자주 사용합니다. 이 세 가지는 소프트웨어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 전에, 능숙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공기 같은 존재라서 특별히 어떤 소프트웨어가 더 뛰어난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또 가끔 3D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해요. 에고펑션에러 2집 앨범 아트웍과 포스터, 웹용 홍보 이미지를 만들 때는 스컬프트리스(Sculptris)라는 조금 특이한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우주 괴물을 그리기도 했어요. 얼굴을 입체로 그릴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인데,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고 빠르게 작업할 수 있어요.
 
03_special-report_02_02_05_a
 
03_special-report_02_02_05_b
 
03_special-report_02_02_05_c
 
 
디자인 작업과는 별개로, 작업 공간 안에 있는 물건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직접 디자인한 저희 결혼식 청첩장의 한 부분을 확대해서 만든 네온사인과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의 한 장면이 담긴 포스터예요. 포스터의 색감이 초여름 저희 동네와 꼭 닮아있어요. 제목이나 정보 없이 그림만 있는 버전을 찾느라 애를 먹었죠.
 
03_special-report_02_02_08
 
03_special-report_02_02_09
 
 
 
“공간의 분위기나 공간을 구성하는 물건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작업실이 위치한 지역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지역이 작업자의 성향을 드러내기도 하고, 주변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영향으로 성향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죠.”
 
 
 
김가든
KIMGARDEN

KIMGARDEN.KR

이윤호, 김강인 부부가 운영하는 그래픽 스튜디오다.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 근처에 위치해있고, 지금은 휴업 중이지만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다. 크고 작은 기업이나 기관, 혹은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식물과 가드닝에 관심이 많아 비정기적으로 가드너스마켓을 진행 중이다.
 
 
 


 
 
김호
안정과 집중의 공간

 
 
03_special-report_02_03_02
 
 
현재 사용하는 작업실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올 초까지는 홍대의 카페를 옮겨 다니며 작업을 하곤 했는데, 4월경 건축가 임태병 소장님의 권유로 한남동의 ‘막다른’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막다른은 3층 단독 주택을 개조한 건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카페 등이 모여 있는 공유 사무실입니다.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진환, 그래픽 디자이너 도한결과 함께 1층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죠.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과 거리가 있어 조금 망설였지만, 평소 좋아하던 이태원 근방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과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일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멋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입주를 결심하였습니다.
 
03_special-report_02_03_01
 
 
선호하는 소프트웨어는 무엇인가요? 기본으로 활성화해둔 패널도 궁금하네요.
벡터 위주의 작업을 하고 있기에 2012년부터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손에 많이 익기도 했거니와 알면 알수록 섬세하고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설정은 유연하게 바꿔가는 편입니다. 위에서 아래를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바라보는 쿼터뷰 스타일의 작업을 할 때는 미리 세팅해둔 액션 값을 활용하여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평면 일러스트 작업을 할 때엔 패스파인더의 여러 기능을 활용해 레이어 수를 단축하곤 합니다. 한편, 일정 관리를 위해서 맥에 기본 내장된 달력 앱을 통해 일정을 정리해두고, 구글 문서의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하여 작업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은 별도의 프로그램이 아닌, 메일을 이용하고 있죠.
 
03_special-report_02_03_04
 
 
편안한 작업 환경을 위해 갖춘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카페에서 작업할 땐 노래 선곡을 할 수가 없어 아쉬웠기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보스(BOSE)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입하였습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음질을 자랑하여 작업 환경의 질을 두 배로 높여준 친구입니다. 이 외에도 작업에 필요한 책을 작업실에 마련하면서 맥주 섹션을 별도로 구성했습니다. 국내에서 발간된 맥주 서적과 미수입된 맥주 전문 서적 등을 꽂아두었지요.
 
03_special-report_02_03_06
 
03_special-report_02_03_07
 
 
작업 공간 안에 있는 물건 중, 디자인 작업과는 별개로 가장 애착을 가지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전용 잔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맥주 회사인 밸러스트 포인트(Ballast point) 사의 구리 컵을 가장 좋아합니다.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인데, 아까워서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네요.
 
03_special-report_02_03_05
 
 
 
“프리랜서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작업실을 꿈꿀 텐데요. 공간이 마련되면 그에 따른 고정 지출이 생기기 때문에 나에게 적합한 작업실은 어떤 것일지 신중히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공간의 넓이, 위치, 비용, 개인 작업실, 공용 작업실 등의 고려사항이 있을 텐데, 자신의 작업 스타일을 파악하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수록 좋은 공간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호
STUDIO-BLACKOUT.KR

벡터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사보, 표지, 포스터, 인포그래픽 등의 상업 일러스트와 더불어 맥주에 관한 그래픽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 블랙아웃을 운영 중이다.
 
 
 


 
 
백두리
책갈피를 닮은 공간

 
 
03_special-report_02_04_0103_special-report_02_04_01
 
 
현재 사용하는 작업실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홍대 근처에서 집 겸 작업실을 혼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공동 작업실을 사용했는데, 혼자 살게 된 후로 집과 작업실에 이중 투자하는 셈이 되어 정리하고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공동 작업실은 여럿과 사용하다 보니 그들이 하는 작업을 보고 자극을 받기도 하고, 정보 교류도 원활하고, 때로 맥주를 함께 하며 피로를 풀 수도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반면, 깊이 집중하고 싶거나 예민할 때는 함께 하는 이들이 신경 쓰인다는 단점이 있죠. 손님이 자주 드나든다는 것도 그렇고요. 혼자 작업하는 지금은 늘어지기도 하고 딴짓도 많이 하게 되지만, 오롯이 집중하기에는 참 좋은 환경이에요. 남을 신경 쓸 필요 없이 듣고 싶은 음악도 맘껏, 크게 들을 수 있고요.
 
03_special-report_02_04_04_b
 
 
수작업할 때의 도구가 궁금해요.
연필도 공책도 주변에 있는 것 중 하나를 잡히는 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사용하는 브랜드는 없습니다. 다른 작가들은 두꺼운 드로잉 노트에 차근차근 스케치를 쌓아 하나의 멋진 책을 완성하기도 하던데, 저는 손에 잡히는 공책을 한 장 찢거나 돌아다니는 종잇조각에 스케치하는 편이죠. 낱장의 종이들을 책상에 늘어놓은 뒤 아이디어를 전개하기 때문에 한 권의 공책으로 완성되는 일은 없어요. 물론 스케치한 그림들은 종이봉투에 따로 모아 보관하고 있죠.
 
03_special-report_02_04_03_b
 
 
편안한 작업 환경을 위해 구비한 소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의자요. 매우 중요한 요소죠. 주변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제 몸이 애인보다 더 오랜 시간 밀착해있는 소품라고 말하곤 해요. 이 직업을 가진 사람 대다수가 어깨, 목, 허리의 통증을 호소합니다. 저도 일러스트레이터 4년차 되던 해에 의자에 앉을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상한 적이 있었죠. 당시에는 책상 앞에 허리와 허벅지를 일직선 상태로 펴고 무릎만 뒤로 접은 ‘ㄴ’자 모양으로 몸을 만들어 작업해야 했습니다. 그때 구입한 장비가 허먼 밀러(herman miller)의 에어론 체어(Aeron Chair)예요. 물론, 소품 역시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죠. 허리가 흔들리지 않아 좋다며 바퀴가 달리지 않은 기본형 의자를 고집하는 분도 봤는걸요. 자신에게 맞는 의자를 고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며 그것에 투자하는 것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03_special-report_02_04_02_c
 
백두리의 작업실에는 40여개의 크고 작은 화분이 있다.
 
 
03_special-report_02_04_06_a
 
03_special-report_02_04_06_c
 
화분을 키우는 환경이었기에 가능했던 백두리의 책 <혼자 사는 여자>의 에피소드
 
 
 
“사실 작업실이 있고 없고보다는 어떤 장소에서든 얼마큼 집중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듯합니다. 홀로 사용할 것인지, 공동 작업실에 들어갈 것인지, 집 겸 작업실을 만들 것인지 또는 주변 환경, 작업실의 규모, 비용 등에서 일순위가 무엇인지 결정할 때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백두리
BAEKDURI.COM

출판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림 에세이 <혼자 사는 여자>, <나는 안녕한가요?>를 출간했고, 현재 월간지 <탑클래스>에서 그림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에이아이엑스랩
디지털 놀이터

 
 
SAMSUNG
 
 
현재 사용하는 작업실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저희 스튜디오는 신사역 근방에 있습니다.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저희 클라이언트의 대부분이 분당, 강남구, 서초구에 있었고, 그에 따라 상호 간에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공간은 현재 에이아이엑스랩의 구성원들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03_special-report_02_05_08
 
 
사용하는 하드웨어가 궁금합니다.
기본 및 360도 VR(VIRTUAL REALITY) 카메라, 립모션과 아두이노 등의 인터렉티브 센서, 모바일 기기, 모션 캡쳐 장비 등이 있고 최근에는 오큘러스 CV 1, HTC VIVE, GEAR VR 등의 VR 장비들도 다양하게 구비하였습니다. 또한 제작 과정의 주요 부분을 담당하는 컴퓨터의 성능은 작업의 시간적 효율과 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작업 특성상 하이엔드급 컴퓨터를 갖추었습니다. 최근에는 GPU 성능이 작업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VR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어서 옥타코어 CPU, 64GB의 램, 그리고 높은 GPU 성능을 발휘하는 NVIDIA의 하이엔드 라인인 GEFORCE GTX TITAN X 그래픽 카드를 기기당 3개씩 병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이아이엑스랩의 특징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는 장비와 그에 따른 관리법이 있나요?
수냉 방식을 통해 냉각하는 기능을 가진 높은 사양의 컴퓨터가 있습니다. 이는 CPU, GPU 모두 오버클록이 가능하여 보통의 컴퓨터보다 속도가 빠릅니다. 다양한 VR 장비와 3D 애니메이션을 위한 모션 캡쳐 장비, 그리고 다양한 HMD(HEAD MOUNTED DISPLAY) 기기 사용을 위해 조성된 스튜디오의 구조도 특징입니다. 공간 조성 시, 지속적인 VR 프로젝트의 사용성 테스트를 위해 가로, 세로 각 3~4M의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장비 관리에 있어서는 여름철 렌더링 시 기기 발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퇴근 시에 렌더링을 걸어놓은 상태로 다음날 출근하면 한증막 수준의 열기가 가득하곤 하니까요. 그래서 많은 선풍기와 에어컨이 동원되곤 합니다.
 
03_special-report_02_05_04_
 
수랭방식으로 엔진의 과열을 방지하는 컴퓨터
 
 
03_special-report_02_05_02
 
VR 콘텐츠의 사용성 테스트를 위한 HMD VR 기기
 
 
작업 외적으로 아이디어를 가져다주거나 편안함을 위한 아이템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가요?
창조적인 힘을 배가시키는 것은 크리에이티브를 발산시킬 수 있는 공통된 목표, 믿고 의지하며 협업할 수 있는 동료, 분위기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공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조성하는 소품과 조명 같은 아이템들은 이런 분위기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다양한 레고와 피규어, 그리고 게임기가 있습니다. 작업 중 머리가 복잡할 때 보는 레고와 피규어나, 팀원들과 함께하는 플레이 스테이션과 VR 게임, 그리고 근처 공원에서의 배드민턴은 환기에 도움이 됩니다.
 
03_special-report_02_05_07
 
 
 
“작업실은 하루 중 깨어있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소통과 협업을 위한 공간을 지향하며 감성이 잘 발휘되도록 영감을 줄 수 있는 것들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3D 그래픽을 많이 활용할 경우 사무실의 계약 전력량을 점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가의 렌더링 기기들을 동시 가동할 때, 한전과의 계약전력이 모자라서 초과사용부과금 납부, 계약전력 증설을 위한 내선공사 및 시설부담금 등을 내야 하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에이아이엑스랩
AIXLAB

AIXLAB.COM

시각, 영상, 뉴미디어 기반의 다양한 디자인을 하며 최근에는 VR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는 스튜디오이다.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구성원들과 함께 영역 구분 없는 환상적인 경험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슈퍼베리모어
여유가 있는 공간

 
 
03_special-report_02_06_03
 
 
현재 사용하는 작업실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저희 작업실은 제주 애월읍의 어느 작은 마을에 있습니다. 제주로 이주한 지 3년 만에 작업실을 짓고 현재는 네 명의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와 고양이 한 마리가 모여 지내고 있습니다. 식당 몇 개와 작은 카페 정도만 있는 시골이라 불편한 점도 많지만,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일할 수 있는 낭만도 있습니다.
 
작업실을 직접 지은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근 치솟는 제주의 부동산 임대료가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작업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다 보면, 주변의 여러 가지 부수적인 요인들로 인해 그러지 못할 경우가 많거든요. 때마침 개인 주택을 짓게 되었고, 함께 시공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어 작업실을 짓게 되었습니다.
 
03_special-report_02_06_01
 
 
선호하는 소프트웨어는 무엇인가요?
사실 절대적으로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렌더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자의 성향과 프로젝트별 성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로 애프터이펙트와 마야를 사용했는데요. 방송 분야에서 그래픽 제작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다른 영상 분야에 비해 여유로운 편은 아니어서, 비교적 렌더링 소요 시간이 긴 마야의 멘탈레이(MENTALRAY)에서 실시간 렌더러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비디오 코파일럿(VIDEO COPILOT)사에서 개발한 엘리먼트 3D(ELEMENT 3D) 플러그인을 사용하여 제작 시간을 줄였습니다. 애프터이펙트 내에서 2D와 3D 개체를 모두 작업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러그인이죠. 현재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소프트웨어를 통일하기 위해 애프터이펙트와 호환성이 좋은 시네마 4D, 그리고 옥테인 렌더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03_special-report_02_06_18
 
03_special-report_02_06_19
 
03_special-report_02_06_21
 
03_special-report_02_06_22
 
03_special-report_02_06_23
 
엘리먼트 3D 플러그인이 유용했던 <스타일 아이콘 아시아 2016> 타이틀 시퀀스 작업. 덕분에 모델링을 제외한 모든 작업에서 별도의 3D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았고, 실시간 렌더러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천의 움직임을 배치하는 작업시간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업무 외적으로 애착을 가지는 물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스튜디오 멤버 모두 커피를 즐겨 마십니다. 다양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캡슐과 원두를 챙겨 놓는 편입니다. 야외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도 마련해놨지만, 산속 여름철 모기가 극성인지라 아직까진 여유롭게 즐기진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건은 아니지만, 함께 사는 고양이 ‘토돌이’가 있습니다. 고양이를 키워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특유의 귀여움과 엉뚱함이 매력이죠. 특히 혼자서 야근할 때 많은 위로가 됩니다.
 
03_special-report_02_06_07
 
03_special-report_02_06_08
 
 
 
“크고 거창한 작업실보다는 자신이 편하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물건을 지나칠 정도로 가득 채우기보다는, 적당한 공간을 남겨두어 숨 쉬며 작업할 수 있는 곳을 만드세요.”
 
 
 
슈퍼베리모어
SUPER VERY MORE

SUPERVERYMORE.TV

모션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현재는 방송 및 각종 브랜드 프로모션 관련 영상을 주로 제작한다.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6년 10월호 : 알맞은 디자인 작업실 꾸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A_224_201607_W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