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회사는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여전히 디자인이라는 점을 그들은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디자인스튜디오의 설립자들은 이를 위해 하나의 길을 발견했고 그 길 위에서 이 단순한 이름의 스튜디오는 하나의 창조적 회사로 성장해가고 있다.

 

디자인스튜디오의 설립자 벤 라이트와 폴 스태포드는 16살부터 친구로 지냈고 러프버러 대학(Loughborough University)에도 함께 진학했다. 노키아(Nokia) 같은 큰 휴대폰 회사를 비롯해 다양한 기업들을 상대로 프리랜스 작업을 해오던 두 사람은 스튜디오를 설립하기고 뜻을 모으고 2009년 1월에 문을 열기로 했다. 그로부터 4년 뒤 디자인스튜디오는 24명의 정규 직원에다 필요에 따라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올 여름에는 그 인원이 40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일이 많아졌다. 디자인 디렉터 앤디 힐스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임스 그린필드를 비롯한 이 스튜디오의 선임 디자이너들이 그 많은 사람들을 관리하는 책임을 나눠 맡는다. 힐스와 그린필드는 유난히 인맥이 끈끈하게 얽혀있는 런던의 디자인 업계에서 일한 덕분에 디자인스튜디오에 합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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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를 위한 디자인스튜디오의 작업 중엔 신형 루미아(Lumia) 폰 출시를 홍보하는 단편영상 제작도 포함됐다.

 

“디자인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연관돼있다.” 그린필드가 말한다. “BB/손더스(BB/Saunders)에서 일하던 시절의 내 상사는 한때 벤과 작업한 적이 있고 앤디는 BB/손더스에서 프리랜스 작업을 한 적이 있으며 앤디와 나는 같은 대학을 다녔다. 이처럼 그래픽 디자인 산업은 하나의 커다란 그물망과 유사하다. 이런 점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물망 안에 있으면 행운을 만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 같은 이너 서클에 들어오는 것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꺼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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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Uusi)는 노키아에서 제작하는 매거진으로 브랜드의 특성을 유지시켜 주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라이트와 스태포드가 노키아와 일했던 경험은 그들의 경력에 하나의 커다란 이정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키아와의 관계가 더 많은 작업들을 그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과거에 사람들은 우리가 노키아로부터 투자를 받았거나 노키아에 기대 스튜디오를 시작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왜 그런 오해들을 했는지는 우리도 충분히 알 것 같다.” 라이트가 말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런 종류의 구상은 전혀 없다. 단지 고객과 정말로 좋은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뿐이다. 우리의 고객들은 가끔 ‘함께 창조했다’는 식으로 표현하곤 한다. 우리가 고객들과 디자인에 대해 아주 적극적으로 의논하기 때문이다. 고객은 자신이 우리가 만드는 작품의 일부라고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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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4번 출판되는 타일 제조업체 도무스(Domus)의 소식지

 

디자인스튜디오는 노키아의 소식지, 신제품 3D 모델에서부터 외딴 작은 섬에서 제작된 광고영상에 이르기까지 대형 프로젝트는 물론 고전적인 그래픽 디자인도 진행했다. “대체로 노키아는 우리에게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도전해 보라며 전적으로 일을 위임했다.” 그린필드가 설명한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는 능력껏 작업할 수 있었고, 익숙하지 못한 일을 다루어야 할 때는 스스로 그것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거나 외부에서 전문가를 고용해 도움을 받으면서 배워나갔다.”

“노키아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사실은 15명에 달하는 고객들을 상대하는 것이었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라이트는 말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스튜디오에서 제작 가능한 범위와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철학 그리고 창조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은 매우 간단하다. “좋은 디자이너라면 어떤 것이든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우리는 갖고 있다.” 라이트가 설명한다. “나는 직접 의자를 만든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누군가 우리에게 찾아와서 의자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면 스튜디오 동료들과 함께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우리가 영국 조폐국(Royal Mint)의 프로젝트를 했던 경우와 비슷하다.(아래 박스기사 참고) 창조성은 개념적인 것이지 작업 수단이나 미디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세를 갖춘 사람들과 훌륭한 예술 팀을 꾸렸다.” 힐스가 말한다. “팀을 꾸리는 것은 특별한 작업 수단이라기 보다는 접근방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디자이너 즉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거나 새로운 도구를 받아들이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인재를 우연히 만나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린필드도 이에 동의한다. “우리는 두려움이 없다. 일을 멈추고 ‘아, 이건 우리 능력 밖인데…’ 라는 생각을 하는 때도 있지만 꾸준히 디자인을 배우고 연구하고 이해하면서 나는 우리 일이 하나의 단체 게임 같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탄생된 훌륭한 디자인들은 대부분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한 경우다. 재미있게 들리겠지만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은 디자인에서 참신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하나의 전체가 부분들의 합보다 위대함을 의미한다. 나는 디자인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 밖에서도 사회적으로 잘 어울리는 게 우연이라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각자의 의견과 접근방식이 지닌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협동 작업은 불가피하게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 “결코 한 사람의 시각에 좌우되지 않는다.” 라이트가 설명한다. “다 함께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인 것이다. 우리가 제작한 3D 영상 같은 프로젝트는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한다. 수많은 고려사항들이 각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들어있다. 폴과 나는 수습 디자이너들 역시 창조성을 발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설명을 이어간다. “물론 최종 프로젝트에 대해 그들이 중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그건 이곳의 선임 디자이너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다만 수습이나 일반 디자이너들 역시 진정으로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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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스튜디오의 3D 담당 부서에서 내놓은 노키아 제품 모델들. 이 무선 스피커들은 루미아 스마트폰의 보조기기의 일환으로 디자인됐다.

 

그린필드는 디자인 산업이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느낀다. “내 경험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래픽 디자인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가 설명한다. “그래픽 디자인이라 하면 대개 특정한 컨텐츠를 마련해서 배치한 뒤 출판하거나 고객의 사업을 위해 비즈니스 카드를 제작하는 등의 물리적 작업을 의미했다. 그래서 언제나 첫 질문은 로고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혹은 비즈니스 카드가 어떤 모습이야 하는지가 되곤 했다. 지금은 어떤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하느냐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그외 다른 것들은 부차적으로 다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래픽 디자인만으로 스튜디오가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순수하게 그래픽 디자인만 다루는 스튜디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린필드가 설명을 계속한다. “그러나 5년 전만 해도 동영상이나 디지털을 결코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지 않던 스튜디오들이 지금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점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은 디자인스튜디오로선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곳의 3D 또는 영상 제작 팀들은 전통적인 디자인 팀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으면서 어떤 것이든 새롭게 부딪히는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나는 앞으로 우리가 훨씬 많은 광고를 의뢰 받게 되리라고 예상한다. 광고의 전통적인 접근방식과 사람들이 컨텐츠를 창조하는 방식이 이제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서사적 구조를 창조하는 능력을 갖춘 우리의 영상 전문가들이 광고의 특유한 성격과 잘 맞는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라이트가 말한다.

“다른 영역의 개발이 힘들 경우엔 협업을 집중적으로 추구한다.” 힐스가 덧붙인다. “음악 작업의 경우 우리는 적합한 음반회사에 속한 적합한 프로듀서들을 선택해 함께 작업한다. 또 늘 적합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찾는다. 이렇게 작업에 가장 알맞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는 것은 예술가로서 당연한 의무기도 하다.”

다루는 분야를 넓혀가기 위해선 새 스태프들을 구해야 하고 디자인스튜디오는 이미 이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런던 나일 스트리트의 세련되고 스마트한 건물이 현재 10명의 스태프에게 편리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 수를 네 배까지 늘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새 스튜디오 공간을 찾는 일도 진행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일하는 스튜디오는 거의 5년째가 돼가지만 신경에 거슬리는 철재 마룻바닥을 그대로 놔둔 상태다.” 그린필드가 말한다. “마룻바닥을 손보지 않은 건 어차피 우리가 조만간 스튜디오를 옮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이트가 설명한다. “그래서 우리는 바닥을 새로 꾸미는 일에 투자하지 않았다. 괜찮은 스튜디오를 찾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마침내 한곳을 손에 넣었다. 조만간 디자인스튜디오는 새로운 단장을 하게 될 것이다.”

적당한 스튜디오 공간을 구하기 전까지 디자인스튜디오 직원들은 아담한 곳에서 북적대며 작업한 덕분에 서로를 잘 알게 됐다. “내가 지금까지 일한 모든 스튜디오 가운데 이곳이야말로 모든 디자이너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함께 연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그린필드가 설명한다. “마치 하나의 단체게임 같다. 그러나 개인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각자의 역할은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이는 아이디어를 우선시하는 디자인스튜디오의 철학과 더불어 이곳의 디자인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사 전문은 CA Collection 07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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