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오토파일럿
 
일시: 2016년 9월 8일-11월 12일
 
장소: 페리지갤러리, PERIGEE.CO.KR
 
 
 
지난 9월부터 페리지갤러리에서 잭슨홍의 개인전 <오토파일럿>이 진행 중이다. 현대 예술 작품은 흔히 지나치게 획일화된 시대의 안식처와 같은 모호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 전시는 바로 그 모호성을 향해있다. 잭슨홍은 초기 작업에서 비평적인 관점으로 디자인을 바라보며 기존의 디자인 문법에 반하는 작업을 다수 해왔고, 근래 들어서는 서사 구조가 삭제된 작업을 여럿 선보이고 있다. 본 전시는 작품의 외형과 방향성, 그리고 작가만의 작업 태도가 온통 모호성을 향해있는 듯 보인다.
 
잭슨홍의 이전 작업은 굉장히 매끈하게 제작한, 위험하거나 용도를 알 수 없는 물체로 모호성을 전달해왔다. 이와 같은 방법론은 이번 전시에서도 여전히 유효했다. 무언가의 부품으로 보이는 전시된 물체들은 매끈한 형태를 지닌 채 단색으로 이루어진 단조롭고 깔끔한 전시장에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 자체는 <오토파일럿>의 하나의 작품으로 기능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눈에 띄는 색감으로 환심을 사는 것에 비해 배치와 모양새를 샅샅이 살펴봐도 어떤 이유로 제작되었는지는 결코 알려주지 않는다. 잭슨홍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공간 자체를 서사가 없는 하나의 매력적인 장면으로 만들어 모호성을 전달하고 있다.
 
운전 장치의 일종인 오토파일럿이란 제목에서 우선 느꼈던 것은 방향성이었다. 이 관점에서 전시를 관람하니 전시장 내 물체들의 일부가 일정하게 한 방향을 향해있고, 그 물체를 이루는 요소 역시 그와 같은 방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다른 요소들은 그 집단이 가지는 방향성을 알 수 없도록 모두 다른 곳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전시품 각각의 태도는 전시 제목에 담긴 또 하나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오토파일럿과 같은 첨단 자동 기술에 몸을 맡기게 되면 자연스러운 의문이 발생한다. 과연 능동적으로 내가 이쪽을 향하고 있는지, 기계가 나를 이쪽으로 인도하는지 모호한 상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전시가 말하는 바는 사람과 기계 중 어떤 것이 주체가 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결국은 모호성이 아닐까 한다.
 
작가의 작업 태도에서도 이 전시를 관통하는 모호성을 엿볼 수 있다. 잭슨홍은 첫눈에 이목을 집중시켜 물체의 무의미함을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전시 품목을 배치하는 방법에 관해 깊게 고민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고민으로 도출된 색색의 물체와 전시 작품에서 풍기는 모호성은 작가의 고민 과정과 태도를 하나의 메시지로 관객에게 전하고 있다.
 
잭슨홍은 첨단 기술을 바라보며 감정 없이 고정된 값에 의해 움직이는 무신경하고 공허한 시스템 체계가 오히려 아둔하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를 본 전시에 담는다. 또한, 완결 없이 흐르는 상황을 제시하면서 끊임없이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경하는 자신의 작업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작가는 우리가 이미 수동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기술과 도구, 그리고 공간에 대한 또 다른 시각과 문제를 제기하며, 그 속에서 이어지는 작가 자신의 완결 없는 행위와 태도의 중요성을 <오토파일럿> 전에 담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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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파일럿, 2016
 
 

글 — 배정철

 
 
 
 
 
 
 
 
 
 
 
이 기사는 ‘CA 2016년 11월호 : 세계 최고의 브랜딩’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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