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를 부탁합니다.
방이라는 작고 사적인 공간을 소재로, 소녀들의 사소한 일상을 통해 그녀들의 비밀스러운 초상을 그려내는 시리즈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룸 402: 짧은 대화>는 룸(ROOM)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여자 기숙사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사롭고 예민한 일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402호로 설정된 이 작품에는 무관심하지만 내심 서로 경계하는 소녀들이 등장합니다. 저는 룸 시리즈를 통해, 금세 지나가는 일상의 한 장면에서 다양한 감정선을 방이라는 공간으로 나누어 여러 가지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각각의 장면이 참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방면에서 모티프를 얻어서 장면을 그립니다. 지나가는 풍경이나 노래 제목, 노랫말, 다양한 사진, 영화 속 장면, 읽고 있는 책 등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룸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룸 602: SWAY>는 노래 제목에서 힌트를 얻은 그림인데, 듣고 있던 가사에 사용된 SWAY라는 단어가 자꾸 맴돌아 상상하다 보니 방 안 가득 흩날리는 초록색 잎사귀가 생각나 이를 그리는 식이죠. 사소한 것에서 얻는 영감으로 그에 맞는 인물을 성격, 직업까지 세세하게 설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행동, 의상 혹은 다양한 소품까지 상상하여 작은 이야기를 구상합니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감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를 잘 표현해주는 것이 소녀라고 생각하죠. 모호한 경계선에 서 있는 소녀들은 때로는 성인 여성처럼 용감하기도, 대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린아이처럼 한없이 나약합니다. 이 이중적인 모습에 소녀들은 혼란을 겪기도 하고요. 이러한 솔직함을 수채화 물감으로 종이에 담아내고 있어요.
 
웹사이트에서 간단한 GIF 작업도 엿볼 수 있는데요.
그림 속 모든 요소가 어우러졌을 때 만들어지는 분위기를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한 장의 그림이라면, 조그마한 움직임을 첨가하여 전혀 다른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이 GIF나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장면들은 사실 매 순간 커다란 감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멈추어 있는 한 장의 그림도 좋지만, 인물들이 눈을 살짝 깜빡인다거나, 혹은 인물 옆 잎사귀가 흩날리는 등 사소한 움직임이 훨씬 효과적이죠. 쉽게 감정이 이입되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룸 시리즈를 완성하고 하나로 엮어 책으로 만드는 것이 가까운 목표입니다. 처음은 자그마한 그림책이 될 수도 있겠죠. 이후에는 룸 시리즈를 통해 만들어낸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온전히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로 세상을 표현해보고 싶어요. 나아가 이들을 한데 모아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전시를 기획해보고 싶어요.
 
 
 
 
수진
SOOUJIN.TUMBLR.COM

다양한 소녀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글 — 이주연

 
 
 
 
 
 
 
 
 
 
 
이 기사는 ‘CA 2016년 11월호 : 세계 최고의 브랜딩’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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