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번 봄에 나탈리아 브트우리나(NATALIA VTYURINA)의 박사 논문집 표지 디자인을 담당하면서 진행했던 스케치 <WHAT MAKES LONG DNA SHORT?> 입니다. 생명공학에 관한 연구를 하던 그녀는 특히 박테리아에서 분자를 분리하여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조사하는 연구를 지속했습니다. 연구 주요 부분은 DNA와 단백질의 협력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였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힌트를 얻어 DNA와 단백질이 결합하여 형성된 복합체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하였고, 스케치를 하면서 각 요소의 형태적 특징을 활용하여 타이포그래피를 제작하고자 했습니다. 생명공학에 관한 논문집이나 잡지의 표지는 보통 푸른색의 세포 형상이 둥둥 떠다니는 형태인데요. 나탈리아는 본인의 논문집 표지가 예술적인 방향으로 도출되길 원했습니다. 이러한 시각과 더불어 제 이전 작업들을 접한 뒤 의뢰해온 경우였기에, 비록 생소한 분야였지만 편하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표지에는 많은 요소를 담기보다는 간결하게 전달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전문적인 배경 지식이 없기 때문에 약간의 조사를 통해 비주얼 컨셉으로 만들기 위한 키워드를 확정해야 했습니다. 결합, 조직 그리고 상호작용을 큰 맥락으로 잡고 염색체와 분자, 단백질, DNA의 형태와 특징을 조사하면서 염색체가 지렁이처럼 구부러진 모양을 보인다거나 단백질이 육각형의 모양을, DNA는 장구 모양을 기본으로 가지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기본적인 특징을 토대로 평면 혹은 입체적인 그래픽을 떠올렸고 타이포그래피를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확정했습니다. 무천 낯선 주제로 진행된 작업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로웠습니다. 컨셉을 확정한 이후, 장구 모형을 두세 개씩 나열하고 구부러뜨리거나 대각선 형태를 활용하여 6각형으로 조합했고, 이를 하나씩 활용하여 제목의 알파벳을 만들었습니다. DNA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글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알파벳은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검정으로 기본형으로 제작했는데, 전체적으로 딱딱하고 뾰족한 느낌이 강해 유기적인 느낌이 들도록 그라데이션을 적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글자 사이에 공간을 좀 더 가질 수 있어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들려주세요.
작년에 브라질, 볼리비아에서 찍은 사진으로 무언가를 제작하여 판매해보려고 하는데, 혼자서는 조금 어렵더군요.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하는 방향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생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고 있죠.
 
 
 
 
김진희
JINHEEK.COM

20세기 초반의 네덜란드, 러시아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많은 그래픽, 비주얼 디자이너다. 네덜란드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 토닉(THONIK)과 파브리크(FABRIQUE)에서 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진행했다. 다방면으로 작업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프리랜서 일을 병행하고 있다.
 
 

글 — 이주연

 
 
 
 
 
 
 
 
 
 
 
이 기사는 ‘CA 2016년 11월호 : 세계 최고의 브랜딩’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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