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보이드
 
일시: 2016년 10월 12일-2017년 2월 5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GO.KR
 
참여 작가: 김희천, 오픈하우스서울, 옵.신, 장민승+정재일, 최춘웅
 
 
 
위 이미지: 김희천, <요람에서>
 
 
 
건축은 언제나 멀고 어려운 존재였다. 지나치게 웅장하고 거대하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뇌리에 깊숙이 자리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이른바 아우라로 가득한 분야였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건축적 특성을 환기한다는 <보이드> 전에 방문 전부터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쉬이 이해할 수도, 마음 놓고 관심을 가지기도 어려울 것이란 지레짐작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감상의 말문은 ‘흥미로웠다‘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보이드> 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설계한 건축가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라 명명한 데에 주안점을 두고 섬에서 바다를 탐색하는 전시다. 빈 곳이라는 뜻의 보이드는 섬으로 치환된 전시장 이외의 공간을 뜻하며 이는 곧 <보이드> 전에서 바다가 된다. 본 전시의 재미있는 점은 전시장이 어느 하나의 공간으로 이루어지거나 각 공간이 단일적으로 존재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각각의 공간은 단일적으로 기능하되 공간과 공간을 잇는 공공 공간까지 전시 일부로 꾸려진다. 이와 같은 구성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공간에 집중하는 전시라는 점에서, 또한 설계자가 보이드 공간은 공간의 유혹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이라 정의했단 점에서 전시 목표를 명확하게 향해있는 듯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와서 바다와 섬이라고 느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보이드> 전에서 <요람에서>를 선보인 김희천의 말이다. 그의 말에 동의하는 관객이 많으리라 짐작한다. 빈 공간을 바다로, 전시 공간을 섬으로 여기기엔 국립현대미술관 전체를 바라볼 기회가 사실상 없을뿐더러 이곳에 방문하면 전시장을 찾기에 급급해 설계 자체를 누릴 여유가 없는 까닭이다. 그의 작품 <요람에서>는 이러한 단점이자 약점을 보완하고자 요람과 모빌의 역할을 차용하여 미술관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모형을 스마트폰 거치대로 삼아 모형으로 재구성된 서울관을 바라보며 군도형 설계를 직시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거치대에 걸친 스크린에선 전시장 바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섬에서 바다를 훑어볼 수 있도록 구성한다. 관객들은 김희천의 작품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을 마음껏 당겨 보고 멀리 보며 굽어살피는 것이 가능해진다.
 
장민승+정재일의 <밝은 방>은 보이드라는 단어와 가장 명확하게 맞닿아있는 듯하다. 높다란 천장과 깊숙한 바닥이 인상적인 <밝은 방>에서는 어둡고 고요한 공간을 걷는 것과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음률을 듣는 것 외에는 달리 취할 태도가 없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기 때문이다. 장민승+정재일은 서울관에서 가장 깊은 전시장을 하나의 밀폐형 공명통으로 구성하기 위해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채 그대로 둔다. 단일한 색과 반복되는 듯한 오묘한 사운드, 그리고 미약하게 변하는 빛으로만 채워놓은 것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성이 전혀 없이 사방이 벽인 이 공간은 보이드라는 전시 명에 근원적으로 맞닿아있다. 관객이 보는 미술관은 작품으로 채워진 공간이란 점에서, 오히려 전시가 없는 텅 빈 미술관을 전시 그 자체로 활용한 <밝은 방>은 미술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끔 한다.
 
출판물 <옵,신>을 참여형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옵,신의 작업도 재미있다. 미술관 내외부를 직접 걸어 다니며 페이지를 넘기듯 장소를 건너가도록 꾸려낸 이 전시는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영역을 한데 묶음으로써 신선함을 선사한다.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는 10월 24일부터 시작되어 직접 참여할 수 없었던 점이 가장 아쉽다. <보이드> 전은 기본적으로 건축과 설계를 토대로 하지만 흥미롭고 친절하다. 다소 어려운 구석이 있지만 그보다 먼저 관객의 호기심을 작동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을 조금 더 굽어보고 싶게 한다. <보이드> 전은 그간 작품이 부여하는 성격으로 정체성을 형성해온 미술관의 민낯과 본성을 새로이 또렷하게 제시하는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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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웅, <실종된 X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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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승+정재일, <밝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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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천, <요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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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신, <옵.신 5: 보이드>
 
 

글 — 이주연

 
 
 
 
 
 
 
 
 
 
 
이 기사는 ‘CA 2016년 11월호 : 세계 최고의 브랜딩’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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