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른 무엇도 아닌 도움을 청하는 호소문이다. 내가 완전히 엉뚱한 곳을 뒤진 탓인지는 몰라도, 나에겐 어디에서도 찾지 못한 미지의 디자인 역사책이 하나 있다. 이 책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이유는 내가 찾는 책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 여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1970년대에 매일같이 어머니가 조종하는 우주선을 보며 지냈다. 이 우주선의 정체는 사실 놀라운 성능의 엔진을 장착한, 시대를 앞서 나간 자동차다. 내가 이 자동차를 우주선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온전히 스타일 때문이다. 세련된 형태와 매끈하게 빛나는 크롬도금, 메탈릭블루 색상의 도장은 지금 생각해도 경이 그 자체였다. 이 놀라운 작품의 정체를 알려주는 것은 자동차 앞면에 보이는 NSU라는 글자와 뒤편의 RO80이라고 적힌 아름다운 타이포그래피가 전부였다.
 
외계에서 온 듯한 자동차에 대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 무려 1967년에 만들어진 모델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람보르기니의 미우라 같은 스포츠카가 존재했지만, 나의 관심은 평범한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는 주택가 골목에 세워진 평범한 차량이었다. 개중 가장 돋보이던 RO80은 엄청난 엔진을 지닌 모델이었지만 불행히도 로터리 엔진이었던 탓에 치명적인 결함이 너무 많았다. 유럽의 RO80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마주치면 몇 번이나 무상으로 엔진을 교체했는지 손가락을 세워 서로에게 흔들어 보일 정도였다. 당연히 오래 못 가 이 최고로 혁신적인 자동차 회사는 경영난에 부딪히게 되었고, 결국 VW 아우디에 매각되었다. 나는 1980년도 아우디에서 NSU RO80의 정신을 아주 분명히 본다.
 
자동차 디자인은 나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내가 첼트넘 예술대학(Cheltenham Art School)에서 기초 과정을 이수 중일 때, 자동차 디자인으로 유명한 코벤트리 대학(Coventry Poly) 학생을 우리 학교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동차 디자인의 길을 걷는 것에 관해 진중하게 고민해보았다. 그러나 자동차를 디자인하려면 끔찍할 정도로 많은 스케치나 조형 작업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에 이르자 둘 중 어느 하나도 내가 잘하는 것은 아니란 데에 생각이 미쳤고, 결국 그래픽 디자인으로 돌아오게 됐다.
 
자동차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어떤 진화를 겪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는 전조등이 가늘고 긴 형태로 변화했고, 다양한 빛을 내뿜는 LED 미등은 보다 납작해졌다. 이러한 변화 때문인지 세대마다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저만의 핵심 어휘가 따로 있기 마련이다. 나는 새로운 모양의 차량이 출시되면서 기존의 유행을 뒤엎어 버리는 것을 볼 때면 70년대 어린 시절의 내가 된 듯 아직도 진한 흥분에 휩싸인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내가 호소문을 작성한 이유다.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를 명확하게 정리해 놓은 책을 추천받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한 해 한 해 자동차 디자인의 새 길을 열었던 순간을 깊숙이 파고드는 책을 찾고 있다. 베르토니(Bertoni)나 피닌파리나스(Pininfarinas), 그리고 몇몇 자동차 디자인계의 거물에 대해서는 나도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들의 혁신적 시도들이 자동차 디자인과 우리에게 어떤 세세한 영향을 미쳤는가이다. 만약 그런 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주 훌륭한 잡지 <인터섹션(Intersection)>으로 새 지평을 열었던 요르그 틀로우파스(Yorgo Tloupas), 혹은 아주 의욕적인 출판사가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위 이미지: RO80와 존 프로스의 어머니
 
 
 
존 프로스
JON FROSS


대서양 지역을 누비는 디자인 스튜디오 논-포맷(Non-Format)의 공동 대표다.
 
 
 
 
 
 
 
 
 
 
 
이 기사는 ‘CA 2016년 11월호 : 세계 최고의 브랜딩’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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