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많은 길찾기 시스템을 접하며 지낸다. 운전을 하거나 걸을 때는 물론,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늘 가까이에 있어 풍경처럼 자연스러워진 이정표, 그리고 갖가지 안내표지는 이동을 한결 편안하고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편의시설이자 처음 가보는 낯선 동네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게끔 해주는 친구 같은 지표다. 명확하고 선명한 이동을 보장해주는 길찾기 시스템을 한결 더 보기 좋게 구성하는 길찾기 디자인 스튜디오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은 사용자에 초점을 맞추어 오가기 편리한 도시를 만들어내고 있다. 는 런던에 본사를 두고 서울과 뉴욕에 각각 사무소를 꾸린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의 시니어 디자이너 김경모에게 길찾기 시스템 디자인 프로젝트의 방법론과 과정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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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브라이튼(WALK BRIGHTON)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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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리우(WALK RIO) 프로젝트
 
 
웨이파인딩이 주로 임하고 있는 길찾기 시스템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길찾기 시스템은 길찾기 디자인(WAYFINDING DESIGN)의 결과물입니다. 길찾기 디자인이란, ‘사용자가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작업이죠. 이 모든 작업은 큰 틀에서 보자면 정보 디자인의 부분 개념이고, 개별적인 안내표지 디자인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우선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늘 사용자 입장에서 우선순위를 매기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각각의 경중을 결정합니다. 길찾기 시스템은 다른 분야의 시각 디자인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심미적인 요소보다는 기능을 중시한다는 것이 특징이죠. 기본적으로 색의 대비나 활자의 크기, 색맹 테스트 등을 필히 고려하고 직접 장애인 단체와 협업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접근성 컨설턴트를 고용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 모든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하나의 프로젝트 당 평균 3-4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업무 범위가 리서치에서 끝나는 경우는 1년 미만이 되기도 하지만, 가시적 혹은 물리적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프로젝트는 최소 2년 정도로 진행하고 있죠.
 
길찾기 시스템은 도시 브랜딩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공공 길찾기 시스템은 도시의 중요 인프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시 브랜드의 일부가 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역시 심미성보다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영국의 해안 도시 브라이튼 프로젝트(WALK BRIGHTON)의 경우에는 긴 해안선을 온전히 표시하기 위해 세로로 긴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또한, 중동 카타르 프로젝트에서는 북쪽 방위와 함께 메카의 방위를 표기하기도 했죠. 이처럼 모든 프로젝트는 해당 도시의 문화와 특성에 따라 다르게 디자인 됩니다. 또한,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은 프로젝트마다 필요성에 따라 그래픽 요소도 삽입하고 있는데요. 픽토그램 역시 해당 지역의 문화와 관습, 국제적인 기준 등을 고려해 전체적인 아이코노그래피를 먼저 확정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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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밴쿠버(CITY OF VANCOUVER) 프로젝트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의 대표 프로젝트로는 ‘레지블 런던’을 꼽을 수 있는데요.
레지블 런던은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이 2006년에 고안하고 디자인한 런던의 도시 통합형 보행자 길찾기 시스템입니다. 2007년에 시범 설치한 이후, 런던 전역으로 확대된 작업이죠. 행정 구역별로 난립하고 있던 32개의 안내표지 체계를 사용자 중심으로 통합한 프로젝트로, 대도시에서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진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로 2010년 SEGD 디자인 어워드, 2008년 디자인 이펙트니스 어워드(DBA) 등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레지블 런던 프로젝트에서 공개한 새로운 런던 지도에 대중이 낯설어하진 않았는지요.
런던의 지하철 노선도에 국한해 설명하자면, 이는 대중에게 익숙한 디자인이긴 했지만 보행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지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보행자의 40퍼센트가 걷는 데에 지하철 노선도를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용자가 새 지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사전 테스트를 치밀하게 진행했고, 보다 읽기 쉬운 지도를 제작했어요. 그 덕에 레지블 런던 지도에 시민들이 특별히 낯설어하는 일은 없었죠. 거리를 도보 시간으로 표기한 것도 사전 조사와 테스트를 거친 결과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시간으로 거리를 표현하는 것과 미터 단위로 표현하는 것 중 어느 방식이 이해하기 쉬운지를 물었죠. 대부분의 응답은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든 ‘걸어서 35미터’보다는 ‘걸어서 5분’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보행 거리를 미터로 표기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표현 방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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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블 런던 프로젝트
 
 
레지블 런던

런던의 도시 통합형 보행자 길찾기 시스템 레지블 런던에 관해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의 이사 에이드리안 벨이 이야기 한다.

런던 지하철 노선도는 그 영향력이 무척 강력하다. 지하철의 관계를 보여주는 노선도일 뿐인데, 지도의 역할을 할 정도로 말이다. 우리는 몇 가지를 조사한 결과, 무려 109개의 역과 역 사이가 지하철보다 도보가 빠르다는 것을 발견했고, 노선도만으로는 동서방향으로 위치한 역이 남북 방향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영국의 지하철 노선도에는 강을 표기하고 있지 않다. 지도가 아닌 노선도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지형과 거리에 관해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는 터인데, 영국 사람들은 지하철 노선도를 지도의 표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는 이에 반드시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레지블 런던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보행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면서도 도심의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쇼핑 거리 웨스트엔드에 5개월간 시범 사업을 설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사용자 경험에 맞추어 49개의 안내표지를 없애고 19개의 안내표지를 새로이 제작했다. 또한, 런던은 보도의 폭이 좁으므로 표지판도 전체적으로 폭이 좁게 제작했고, 랜드마크를 안내표지에 삽입하여 방향을 쉽게 알 수 있게끔 했다. 한편, 다양한 단체의 요구에 귀 기울여 해법을 찾는 데에도 주력했고, 장애의 정도를 고려하여 도구가 필요한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장애인 등을 나누어 디자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로 지하철에만 의존하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는 런던을 디자인하고자 했다. 그리고 레지블 런던이 공개된 이후 이 시스템이 무척 유용하다는 피드백을 다수 받았다. 길찾기 시스템이 강화되자 건강함을 되찾은 시민들은 도시를 한층 활기 넘치게 만들고 있다. 알맞은 정보를 제공했을 때 사람들은 걸어 다니고 싶어 한다는 것, 그것이 더욱 나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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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블 런던 프로젝트
 
 
 
 
 
김경모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의 시니어 디자이너로 재직하며 세계 여러 도시의 길찾기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
APPLIED WAY FINDING

APPLIEDWAYFINDING.COM

정보 디자인, 길찾기 디자인 스튜디오다. 대표적인 도시통합형 보행자 길찾기 시스템인 레지블 런던(LEGIBLE LONDON)을 고안하고 디자인했으며, 밴쿠버, 뉴욕, 토론토, 클리블랜드, 글래스고, 리우데자네이루, 홍콩 등 세계 여러 도시의 길찾기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공공 영역의 길찾기 분야에서 출발해 현재는 민간 상업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6년 11월호 : 세계 최고의 브랜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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