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슬로바키아 극장 포스터 展
 
일시: 2016년 11월 4일-23일
 
장소: KF갤러리, KF.OR.KR
 
주최: 한국국제교류재단, 주한슬로바키아대사관
 
 
 

위 이미지: 카타리나 마렌치노바와 알베르트 마렌친, <갈매기 외에 아무도 없었다>, 1993

 
 
지난 11월, 슬로바키아의 공연과 연극 문화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60여 장의 극장 포스터를 KF갤러리에서 선보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주한슬로바키아대사관이 함께 주최한 이 전시는 슬로바키아의 극장 포스터를 통해 그래픽 아트의 변화를 목도하게 하고, 그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끔 구성되었다. KF갤러리는 별도의 가림막 없이 하나의 널따란 공간으로 이루어진 장소이다. 입장 즉시 전시장의 벽을 빼곡히 채운 60여 점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으며, 별다른 고민 없이 벽면을 따라 걸으면 포스터의 면면을 마주할 수 있다.
 
대학로 등지에서 마주할 수 있는 국내 연극 포스터들은 대개 배우의 사진이나 눈길을 끌 수 있는 노골적인 장면 등을 삽입하여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사로잡는 데에 비중을 둔다. 일러스트나 그래픽 요소를 활용한 작품은 쉽게 마주칠 수 없는 국내 포스터에 반해, 슬로바키아의 극장 포스터들은 제법 다양한 형식을 취하는 듯 보인다. 간단한 그래픽 요소로만 표현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정교하고 촘촘한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포스터도 다수 눈에 띈다. 규칙적인 배열로 일러스트를 나열하거나 픽토그램을 활용하는 등 재미있고 신선한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사진을 활용한 포스터도 물론 전시되어있다. 다만, 배우의 얼굴이나 하나의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체모를 확대하는 등 딱히 배우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다. 심지어 사진 속 주인공이 배우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어떠한 경우에는 얼굴을 촬영했음에도 손 이미지를 얹어 얼굴을 완전히 가리거나 뒷모습으로 자세를 보여줄 뿐 사진 속 피사체가 누구인지에 관한 정보는 또렷이 알 수 없게 한다.
 
슬로바키아의 극장 포스터들은 극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도 극의 제목과 묘사, 혹은 은유를 성실하게 활용하는 듯하다. 색상 역시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강렬하고 쨍한 색채를 사용하여 한 번에 시선을 끄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거의 흑백에 가까운 이미지를 제시하면서도 군데군데 틈을 메우기 위해 노랑을 활용하는 등 포인트를 잡아내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이른바 중유럽 특유의 분위기와 색채를 정도 이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체코슬로바키아가 1989년, 공산체제 붕괴를 야기한 벨벳혁명으로 창의성을 동반한 예술 표현이 용인되었다는 배경을 생각하면 다채로운 포스터가 등장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슬로바키아 극장 포스터 展>에서는 작자 미상의 작품들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었으나, 작자미상이라는 단어조차 작가의 이름처럼 인식될 만큼 누군가의 역량이 또렷하게 반영되어있었다. 이러한 지점으로 말미암아 슬로바키아의 문화예술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슬로바키아의 다채로운 실험과 시도가 가미된 극장 포스터들은 새로운 길을 열고 한 발 나아갔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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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극장 포스터 展>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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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ENGEN ONEGIN,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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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마렉 오르만딕, 마술사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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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마스터클래스, 2002
 
 
 
 
 
 
 
 
 
 
 
이 기사는 ‘CA 2016년 12월호 : 2016 영국 최고의 스튜디오 30′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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