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에서 3D 출력을 활용한 전시가 열렸다.
3D Printing & Art: 예술가의 새로운 창작 도구

사비나미술관
SAVINAMUSEUM.COM

2014년 5월 15일 – 7월 6일
참여 작가: 권혜원, 김병호, 김석, 김승영, 김영희, 김웅현, 김창겸, 노세환, 류기태, 류호열, 박기진, 박진현, 오경섭, 이종호, 이주리, 정명국, 조융희, 베른트 할프헤르, 댄 마이크셀, 요아킴 바인홀트, 올리버 그림

국내 최초로 3D 프린터를 활용한 전시이다. 21명의 작가가 참여하였으며 회화, 조각, 영상, 드로잉,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총 50점 전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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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섭, ‘지금 대낮인 사람은 어둡다 Now people who are dark in broad daylight’, 각15×15cm, 3D Print, PLA Filament,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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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낮인 사람은 어둡다’ 상세 이미지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지난 세기에 사진과 영화라는 새로운 기술이 출현했을 때, 기술을 통한 복제가 예술 원본의 아우라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며 원본과 복제품을 차별했다. 복제를 용이하게 하는 각종 기술의 발달로 그의 주장이 다소 힘을 잃은 오늘날, 우리는 현재 그의 논의가 상기되는 새로운 분기점에 서있다. 이는 2차원의 복제인 사진과 영화를 뛰어넘는, 3차원의 복제가 가능한 3D 프린터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3D 프린터는 3D 설계 프로그램으로 디자인 된 그림파일을 3차원 즉, 입체로 출력할 수 있는 도구이다. 요즘 국제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 도구를 활용한 전시가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렸다. 사비나미술관 측은 올해 1월부터 여러 번의 사전 워크숍을 여는 등 꼼꼼히 전시를 준비했다. 선정된 작가들은 워크숍 참여를 통해 3D 출력의 원리 등에 대해 지식을 갖출 수 있었고 여러 후원, 협찬사의 도움으로 3D 출력을 직접 실험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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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권혜원, ‘16조각의 이간수문 16 Piece of Old Floodgate’, 각15×15×0.3(h)cm, 3D Print(Powder print), Paint, 2014
(오른쪽) 권혜원, ‘이간수문을 탁본하다 Floodgate Rubbing’, 2min 20sec, HD video,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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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각의 이간수문’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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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한 개의 레이어 Active Layer’, 120×21×299(h)cm, 3D Print, PLA Filament, Plywood, Mirro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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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레이어’ 설치 전경

 

전시 내용에 있어 3D 프린터와 출력에 대한 작가 각각의 해석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이 가능하다. 한쪽은 3D 출력보다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집중하여 3D 프린터를 도구로써 활용한 부류이고, 다른 쪽은 3D 프린터의 원리에 초점을 맞추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한 부류이다. 예를 들면, 권혜원 작가의 ‘16조각의 이간수문’은 이간수문에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가 3D 스캐닝이라는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이를 복제하는 작품을 선보인 것으로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한편 김병호 작가의 ‘한 개의 레이어’는 새의 모형을 제작하는 중에 3D 프린터를 무작위로 정지시켜 새의 몸체 중 일부만 출력한 후 이를 거울 사이에 배치한 설치작품이다. 이는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로 일차적으로는 데이터로 존재하는 3D 출력 파일의 가상현실을 날아가는 새무리를 포착하는 모양새로 표현한 것이며, 동시에 적층방식으로 형체를 구성하는 3D 출력의 방식을 거울 사이에서 무한히 복제되는 새의 형상으로 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D 프린터와 조우한 지 오래되지 않은 작가들이 크게 두 가지의 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응한 것이다.

새로운 도구가 예술가들이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아직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혹자는 3D 프린터가 누구나 혼자서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제작방식의 민주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혹자는 복제가 손쉬워져 저작권의 문제가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시에서도 무엇이 정답이 될 것인지 특정한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예술가들이 도구의 역사에서 현재 특별한 순간이 도래하였음을 인지하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에 있어서 재현과 복제는 그 모습을 바꿔가며 항상 논쟁을 점화시키는 주제였다. 입체의 복제를 가능하게 하는 3D 출력 기술은 앞으로 예술과 재현의 관계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변화시킬 것이다. 이 지점에 대해 참여 작가와 전시의 관람자 모두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일종의 장을 열어주었다는 부분이 이번 전시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기사 전문은 CA 7월호 ‘디자인의 미래’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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