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뿐만 아니라 귀까지 즐겁게 하는 디자인들이 있다. 음악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네덜란드에서는 음악을 이용하여 어떠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을까? 현지에서 더치 디자인을 생활로 경험한 김신영이 네덜란드의 파티 디자인과 오디오 비주얼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PROFILE

김신영
SHIN0KIM.COM

한국예술종합학교 멀티미디어 영상과에 재학 중인 김신영은 작년 여름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떠나 네덜란드의 디자인 스튜디오 ‘스튜디오 핸즈(Studio Hands)’에서 인턴까지 경험하고 돌아왔다. CA에서는 그녀가 네덜란드에서 겪은 풍부한 디자인적 경험들을 흥미로운 주제로 엮어 연재 형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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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 크루들(STUDIOHANDS.NL/New-Dutch-School)

 

디자인이 정지된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움직이고 들리기까지 하는 범위로 확대된 건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다. 톱니바퀴처럼 한데 맞물려 발전하는 문화라는 속성에서 디자인 역시 단일적 영역을 넘어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한편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매체의 영향으로 예술가들에게 붓과 물감만이 작업의 재료가 되지 않는다. 자연스레 오늘날의 디자이너에게는 조형적인 미를 창조해내는 감각 이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이해도를 필요로 한다. 이에 있어 디자인과 음악 간의 연결고리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네덜란드는 디자인 강국이기도 하지만 디제이의 강국이기도 하다. 마틴 게릭스(Martin Garrix), 아프로젝(Afrojack), 니키 로메오(Nicky Romero), 하드웰(Hardwell), 쇼텍(Showtek) 등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디제이들은 대부분 네덜란드 출신이다. 깊이 들어가 보면 네덜란드 파티 음악의 장르는 보다 다양하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강하고 시끄러운 파티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라 디스코, 드럼앤베이스, 덥스텝, 하드코어, 하우스, 테크노, 트랜스, 트랩, EDM(electro dance music) 등 많은 장르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취향의 파티를 찾아가 음악을 즐긴다. 또한 세계적으로 큰 페스티벌이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열리는 만큼 산업적인 투자도 활발한 상태이다. 이에 장르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었고 파티 문화 역시 함께 발달했다고 생각한다.

길거리의 많은 파티 포스터들을 보는 것도 파티의 또 다른 재미이다. 각각 다른 파티 분위기를 보여주듯 포스터들은 각기 다른 음악의 장르를 담고 있다. 파티에서 디제이가 틀어주는 음악과 더불어 잘 정돈되고 통일된 디자인 역시 해당 파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된다. 화장실의 표지판마저도 포스터와 통하는 디자인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만큼 파티 주최 측에서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곳곳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디자인과 파티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스튜디오 핸즈(Studio Hands)’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풀어볼 수 있었다. 스튜디오 핸즈는 아른헴의 대표적인 파티 크루인 뉴 더치 스쿨(New Dutch School, 이하 NDS)의 브랜딩을 리뉴얼했고 지금도 매번 있는 파티의 포스터나 그에 필요한 디자인을 모두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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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NEWDUTCHSCHOOL.COM)를 운영하며 디제잉을 하고 있는 윌리엄 쿠스터(William Köster)는 그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뉴 더치 스쿨은 파티에서 주는 모든 에너지를 사랑하고 음악이라는 범주 안에서 일하는 무브먼트입니다. 미니멀 하우스 테크노류의 음악을 주로 다루지만 테크하우스의 범위가 현재는 굉장히 커졌죠. 특별한 사운드를 지향하는 우리는 요즘 포스트 미니멀 하우스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항상 장르의 다양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NDS는 음악에서 차별화를 두듯, 사람들에게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디자인을 원했다. 스튜디오 핸즈의 힐머(Hilmer)는 리뉴얼한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네덜란드에는 현재 많은 파티 디자인들이 있어요. 일러스트레이션을 이용해 만들거나 사진이나 콜라주를 이용한 디자인 등 다양하죠. 이로부터 차별화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일단 NDS가 잘 알려질 수 있게 모든 디자인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그리드를 만들었죠. 흑백 이미지를 바탕으로 왼쪽에는 파티 이름, 날짜, 장소 등을 적고 중간엔 디제이들의 라인업을 배치했어요. 오른쪽 구석엔 NDS의 로고를 항상 넣고요. NDS는 적은 예산을 가지고 하는 작업이기에 지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매번 다른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내야 했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었을 거예요. 우리는 대신 직접 찍은 사진이나 디지털 이미지를 사용해 실험적인 재구성을 하여 높은 퀄리티의 이미지를 끌어내죠.”

NDS는 4년간 꾸준히 활동하기는 했지만 파티를 여는 데에 일관된 규칙은 없다. 여러 프로그램 중 제일 대표적인 NDS 웨어하우스(Warehouse)는 말 그대로 폐쇄된 공장을 빌려 그 안에서 파티를 열기 때문에 임시로 쓰는 화장실이나 락커, 바에 매번 새로운 표지판이 필요하다. 대표 이미지인 포스터를 기준으로 나머지 부수적인 디자인은 그에 걸맞게 새로 디자인된다. 파티에서 디자인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윌리엄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현재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의 많은 유명한 파티 크루들처럼 NDS도 처음엔 불법 파티로 시작했어요. 규칙이 없는 이런 불법 파티에는 디제이와 스피커 빼고 제대로 갖춰지는 게 보통 없죠. 잠시 앉을 소파나 심지어는 화장실도 없어요. 당시엔 사람들과 즐기고 NDS를 홍보하는 목적이 컸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 더 전문적이고 잘 정돈된 느낌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작은 아이템까지 준비해 모든 파티의 요소를 연결시키고 통합시키려고 하죠. 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잘 스며들 거고요. 파티가 끝난 후 그 다음 파티를 홍보할 때 사람들에게 포스터 이미지 하나로 NDS 파티의 경험이나 느낌을 상기시킬 거예요. 디자인 하나로 소통하는 거죠.” 이와 같은 부분 때문에 스튜디오 핸즈는 디자인할 때에 항상 NDS의 음악을 들으며 그 느낌을 디자인에 투영시키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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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 웨어하우스 4주년 포스터는 종이접기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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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 로고: 주황색 배경에 검은 글씨가 기본이지만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각각 다른 쓰임새로 활용될 수 있게끔 하였다.

 

NDS 디자인 작업이 음악의 느낌을 한 장의 이미지로 담는 것이었다면 암스테르담의 오디오 비주얼 디자인 스튜디오 서커스 패밀리(Circus Family)는 디자인과 음악을 결합해 움직이는 디자인을 창조해낸다. 오디오 비주얼 디자인은 꽤 넓은 범위를 포괄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은 매일 그 범위가 달라지기도 한다. 크리에이티브 감독이자 창립자인 바우터 붸스턴(Wouter Westen)은 말한다. “우리는 더 이상 어떤 구체적인 테두리 안에 갇혀있지 않아요. 현대의 매체들은 우리가 여러 시도를 할 수 있게끔 선택 사항을 많이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에 비유한다면 예상치 못했던 캔버스를 사용하듯이 예를 들어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큰 LED 화면이나 프로젝션을 이용하는 것이죠.” 서커스 패밀리는 LED를 이용한 설치물, 나이키와 타미힐피거 같은 브랜드의 홍보영상, 전시영상, 패션쇼 영상,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매번 다양하게 제작해왔다.

 

 

그 중 내가 주목했던 작업은 2014년 미국 오스틴에서 진행되었던 예술 박람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를 위해 진행한 작업이었다. 디제이 부스를 중심으로, 주변에 배치된 설치물에 프로젝션 맵핑하여 상영할 VJ(Visual Jockey) 세트를 제작하였다. 바우터가 작업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설치물에 맵핑을 하고 프로젝션으로 라이브 상영을 했죠. 원형의 레이어로 구성된 세 개의 그래픽 VJ 세트들을 만들었습니다. 함께 만들어지는 세 개의 링이 하나의 전체 이미지가 되었죠. 각각의 이미지들은 분리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관련성을 갖기도 했어요.” 강렬한 그래픽 패턴과 색상의 조합이 반복되며 이루어진 영상이 디제이의 음악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내는 작업물을 보니 음악과 영상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작업 과정이 궁금했다. “현장에서는 모두 라이브로 진행됩니다. 하나의 세트를 루프 시켜 계속 틀어 놓는 것이죠. 작업을 할 때는 항상 오디오를 염두에 두고 시각적인 스타일과 스크립트를 먼저 진행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적절한 오디오를 찾기 시작하고, 알맞은 오디오 트랙을 찾으면 애니메이팅을 시작해요. 음악을 믹스하거나 편집하는 경우는 있어도 반대의 경우는 잘 일어나지 않아요.”

시각적인 부분과 청각적인 부분을 동시에 자극했을 때 우리는 조금 더 쉽게 극적인 감동을 받는다. “움직이는 이미지들과 그에 맞는 오디오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놀라게 합니다. 우리의 작업이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감동시키는 수준에 도달했을 때에 가장 큰 뿌듯함을 느껴요. 매혹적이면서도 호기심 가게 하는 비주얼이야말로 우리가 이 일을 하게 하는 이유입니다. 이것의 범위 안에는 빠른 호흡의 VJ 세트가 있기도 하고 다큐멘터리가 있을 수도 있죠.” ‘The sky is the limit.’라는 말이 있다. 한계는 없다는 뜻의 이 표현이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분야와 매체에 도전하는 서커스 패밀리에게 걸맞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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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패밀리
CIRCUS FAMILY


CIRCUSFAMILY.COM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오디오 비주얼 디자인 스튜디오로, 창조적인 컨텐츠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다양한 스토리텔러들의 그룹이다. 모션 디자인, 그래픽, 애니메이션, 비주얼 이펙트, 라이브액션 프로덕션, 기술적인 컨설턴트 등을 다룬다. 강한 타이포그래피, 음악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등이 이들 작업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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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터 붸스턴
WOUTER WESTEN


서커스 패밀리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감독

 

*기사 전문은 CA 12월호 ‘영국 최고의 스튜디오 30’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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