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매거진 CA는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해왔다. 오랜 시간 매거진과 컨퍼런스를 통해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업계를 다채롭게 조명해온 CA는 이제 디자이너들의 보다 깊은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CA포럼: 12개의 기억들]은 매회 각 강연자가 직접 디자인한 포스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두성종이와 해인기획의 협찬을 통해 제작한다.


CA 포럼: 12개의 기억들

서울파트너스하우스
2015년 3월 19일

강연자: 채병록
CHAEBR.COM

그래픽 디자이너. 포스터의 개념과 표현에 초점을 맞추며 시각적 정체성 확립 및 그래픽 실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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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강연자는 그래픽 디자이너 채병록이었다. 그는 독창성과 정체성을 가지면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표현에 있어 보다 자유로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이번 강연의 주제로 잡았다고 밝혔다. 청중을 사로잡는 두 쌍의 이미지로 모사와 묘사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시각적으로 비슷하게 보인다고 해서 모두 모사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모사는 무조건 따라 하기 위한 것이고 묘사는 자기만의 무언가를 넣어 새롭게 뽑아낸 것이죠. 우리는 어차피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거기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게 중요한 거죠.”

이어서 그는 기억 속에 있는 다양한 포스터 작업을 보이며 여기에서 자신이 배우게 된 점들을 설명했다. 랄프 슈라이호겔(Ralph Schraivogel), 카리 피뽀(Kari Piippo)부터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 본질적으로 연구를 하게 만든 나가이 가즈마사, 다나카 잇코, 사토 고이치 등 일본 디자이너들의 작업까지, 스승뻘 디자이너들로부터 무언가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얻었다고 밝혔다. 계속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기술적으로 모사할 수 있게 되지만 동시에 다른 디자이너들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알게 되므로 역설적으로 모사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그가 다른 좋은 작업들을 공부하며 체득한 교훈이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로서 독창성과 정체성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그는 2층 구조의 집에 비유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규칙이라는 1층이 있어야 예술이라는 2층도 세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흔히 1층은 생각하지 않고 2층 위계의 개성, 유행, 표현, 가상, 재미, 그리고 디자이너라는 면만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바로 이 단계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 하죠. 저는 개성을 갖추려면 사회성이라는 버팀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유행에는 전통이, 표현에는 형태가, 가상에는 현실이, 재미에는 실용성이, 디자이너에게는 클라이언트라는 1층이 필요하죠. 1층이 없는 집은 2층 집은 있을 수 없듯이 말이죠.”

더불어 그는 자신이 어떠한 식으로 스스로를 분석하고 작업의 시작점을 잡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저에 대한 다이어그램을 그려 보았는데요 ‘문자’가 가장 중앙에 위치하더라고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거죠. 이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관심사를 확장시켜 보고 다시금 제일 흥미를 느꼈던 요소를 추렸어요. 결과적으로 예술적 조형에서의 형태 심리학, 반가독성, 시각적 혼란이었죠. 단순히 읽혀지는 활자로서의 정보보다는 반복적 혼합과 왜곡을 중심으로 타이포그래피의 입체표현 및 다양한 그래픽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거에요.”

“독창성과 정체성을 갖는 과정에 있어 제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이런 거예요, 경험, 반복, 수용, 탐구, 의식(태도)이죠. 경험은 정체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로 공유될 확률도 적고 사람마다 교차되는 부분이 거의 없으니까요. 또한 저는 유학할 당시 앞에서 보여드린 작업들에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제가 일본에서 느꼈던 집중이라는 정서와 반복으로서의 정교함을 제 작업에 담고 싶었거든요. 제가 말한 2층 구조에서의 1층 단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수용을 하면서 2층 부분의 다양한 실험을 했고요.”

그래픽 표현에 있어서 장인(스페셜리스트)의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로 그는 강연을 정리했다.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개성도 갖추고 더불어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기사는 ‘CA 4월호 : 당신의 프로젝트에 알맞은 서체를 찾는 법’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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