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브룩과 패트리샤 피네간은 지하철에서 만났다. 1992년 그들은 침실이 두 개 딸린 스트리섬의 아파트에서 스핀을 설립했다. 당시 영국은 최고의 경기침체에 빠져 있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두 사람은 이 사무실을 영국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현대적인 스튜디오로 다져나갔다. 다양한 클라이언트에 맞게 날카로운 그래픽과 지적인 디자인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는 스핀의 디자인은 그래픽 디자인 전통 속에서 단연 눈에 띄고 선구적이다.

90년대 후반 직원 수가 35명까지 늘어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6명의 팀원이 편안하고 탁 트인 스튜디오 공간을 유닛 에디션즈(Unit Editions)와 함께 나눠 쓴다. 유닛 에디션즈는 브룩이 5년 전 유명 디자이너 아드리안 쇼네시와 함께 창업한 독립 출판 벤처회사다. 그들이 만든 독특한 스튜디오-출판 협업 방식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소개한다.

스핀
SPIN

패트리샤 피네간(PATRICIA FINEGAN)
토니 브룩(TONY BROOK)
아드리안 쇼네시(ADRIAN SHAUGHNESSY)

SPIN.CO.UK
UNITEDIT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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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은 영국의 현대 디자인 역사를 정의내릴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왜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토니 브룩: 우리가 스핀을 세운 건 원하는 만큼 다양한 범위의 클라이언트와 작업할 수 있다는 분명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죠. 생각한 대로 이루어졌습니다. 한 주는 텔레비전 방송국의 아이덴티티를 작업하다가 다음 주에는 갤러리의 아이덴티티 업무를 하기도 하죠. 클라이언트의 범위가 정말 넓은데 우리가 의도적으로 그런 방식을 만들었습니다. 분야와 관계없이 우리를 찾는 클라이언트에게 훌륭하고 적절하며 강렬한 디자인을 제시하겠다는 욕심이 반영된 것이죠.

스튜디오의 성장이 매우 빨랐습니다. 규모를 줄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토니: 케닝턴으로 이사했을 때 직원이 서른다섯으로 늘어 있었습니다. 디젤, 리바이스, 나이키, 채널 4 같은 클라이언트들과 거래했죠. 그런 클라이언트들과 일하면 유럽과 전 유럽 혹은 전 세계 대상의 일을 해야 했고 마감이 정말 빠듯했죠.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클라이언트의 취향에 집중된 디자인 스튜디오를 원했습니다. 스핀이 현재 이런 모습을 갖추게 된 이유죠.

유닛 에디션즈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아드리안 쇼네시: 토니와 얘기를 나누다가 떠올리게 됐습니다. 우리 둘 다 매우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었어요. 출발한 지점은 달랐지만요. 토니는 주류 출판사들을 위해 책을 디자인 하는 일에 좌절을 느꼈고 저도 주류 출판사들과 일하면서 좌절하게 되었어요. 우리에게 디자인과 편집, 스스로 상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걸 깨닫고 유닛 에디션즈를 만들었죠. 패트리샤가 경영을 맡았고, 5년이 지나 현재까지 왔습니다.

경영의 관점에서 유닛 에디션즈를 스핀과 함께 운영할 때 어떤 이점이 있나요?
패트리샤 피네간: 스핀은 전형적인 그래픽 디자인 에이전시입니다. 일이 들어왔다가 빠지는 일이 반복되죠. 활동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회사의 탄탄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할 일이 거의 없는 상태를 겪으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려워요. 출판사는 언제나 할 일이 넘치기 때문에 현재 우리는 늘 할 일이 끊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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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1과 2

제목대로 그래픽 스탠다드와 기업 아이덴티티의 매뉴얼이 되어준, 흔치 않고 상징적인 요약서인 <매뉴얼 1: 디자인 및 아이덴티티 가이드라인(MANUAL 1: DESIGN AND IDENTITY GUIDELINES)>이 동날 정도로 성공을 거둔 후 유닛 에디션즈는 후속편을 제작했다. 432페이지라는 놀라운 두께의 양장본 안에는 미국과 유럽의 뛰어난 디자인 스타일 가이드 20개가 함께 담겨져 있다. 이 가이드는 레스터 비얼(LESTER BEALL), 앨런 플레밍(ALLAN FLEMING), 토탈 디자인(TOTAL DESIGN), 앨런 플레처(ALAN FLETCHER), 오틀 아이허(OTL AICHER), 노스(NORTH) 등 20세기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주요 인물들이 작성한 것이다.
아드리언 쇼네시는 이렇게 말한다. “역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이 매뉴얼을 작성했습니다. 미 항공 우주국의 예를 볼까요. 훌륭한 디자인입니다. 우리는 미 항공 우주국의 로고 초안을 만든 사람과 인터뷰를 어렵게 따냈는데, 나사는 놀랍게도 그 디자인을 폐기했죠. 그래도 그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은 모두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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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 오픈 런던

국제 디자인 컨퍼런스인 AGI 오픈이 2013년 런던에서 처음 열리게 되었을 때 하루 동안 열리는 행사를 조직하는 역할은 당시 AGI(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E, 국제 그래픽 연합)의 영국 대표를 맡고 있었던 토니 브룩과 스핀의 몫이었다. “AGI 프로젝트는 큐레이션과 디자인이 섞여있는 일이었어요.” 행사에 적용된 놀라운 그래픽 언어의 제작을 총괄했던 브룩이 당시를 떠올렸다. 참석자를 위한 체험 행사를 조직하면서 그들이 만든 그래픽 언어가 디지털, 인쇄물, 행사장 환경에 두루 적용되었다.
행사일의 하이라이트는 원두당파과 왕당파라는 이름으로 나뉘어 진행된 토론으로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 마리안 반티에스(MARIAN BANTJES) 같은 사람들이 풍성한 디자인과 절제된 디자인을 두고 열띤 논쟁을 벌었다. 그와 더불어 여러 엘리트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흔치 않은 강연 프로그램도 진행되었다.

이 기사의 전문은 ‘CA 5월호 :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안녕하십니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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