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래픽 디자이너 최예주는 최근 여러 나라의 디자인 매체에서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로 꼽힐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매일 더 궁금해지는 그녀의 ‘CA포럼:12개의 기억들’을 앞두고 우리는 그동안의 최예주표 디자인 여정기를 조금이나마 미리 맛보기로 했다.

 

최근 한국에서 진행하신 전시에 대해 살짝 소개해주세요.
5월 17일까지 전시한 ‘Texting City’는 서울과 뉴욕 두 도시의 환경에서 찾은 문구들을 이용해 두 도시가 문자메시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된 실험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서울의 시민이 그들의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문구의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을 통해 뉴욕으로 보내면, 우리 또한 뉴욕의 공공장소에서 찾은 문구로 서울의 문자메시지에 대한 대답을 시도했었죠.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시작했지만 이 실험을 통해 생각해보고 싶은 질문이 있었어요. 우선 두 도시의 메시지들이 주제, 내용, 말투 등의 모든 측면에 있어,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또한 이 오프라인 문자들을 디지털매체를 통한 소통에 이용하게 될 때, 우리가 그 메시지를 읽는 방식이 어떻게 변할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날은 대다수의 대화와 소통이 인터넷과 모바일의 화면을 통해 그리고 각 개인의 검색 히스토리나 ‘like’ 히스토리에 따라 맞춤형으로 일어나고, 광고조차도 소셜 미디어를 통하거나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은근슬쩍 훨씬 똑똑한 방식으로 우리를 설득시키잖아요. 바로 디지털화, 개인화된 소통의 시대인 거죠. 그런데 아직도 광고판이나 포스터, 사인 속의 문구들의 경우는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언어라는 방법에 갇혀있어요. 어쩌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을지 모르는 다소 구식인 물리적 문자매체는 어떤 메시지들을 전달하려고 하며, 과연 우리가 이런 메시지들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약 2주간 우리는 60여명의 익명의 서울 시민들과 문자메시지 대화를 했고, 이 대화의 결과물을 모아서 환경적인, 시각적인 컨텍스트를 다 빼고 문자만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시했어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예전에 뉴욕의 WXY라는 건축/어반디자인회사에서 그래픽디자인디렉터로, 바니스뉴욕(Barneys New York)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셨는데, 뉴욕의 직장생활은 어떠셨나요?
건축스튜디오와 바니스뉴욕 둘 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분야였고 너무 다른 작업환경이었기 때문에 그 새로움이 좋았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 무엇보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아직도 그 예전 상사들과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죠. 나는 사실 커리어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저 눈앞에 주어진 기회를 따라서 물 흐르듯 여기까지 왔습니다. 좀 느리고 게으른 성격이 주된 이유이긴 하지만, 예상치 못하는 것들로부터 많이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고 정당화하고 있죠. 이제는 목표가 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네요.

 

현재는 뉴욕의 스튜디오 nowhere office를 운영하고 계신데, 어떤 작업을 주로 진행하시는지 소개해주세요.
2009년부터 노웨어 오피스(nowhere office)라는 유령회사같은 이름을 가지고 디자인과 공공미술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내 생활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삼분의 일이 가르치는 것, 삼분의 일이 클라이언트 작업, 삼분의 일이 좀더 미술에 가까운 작업이에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나 분야는 주로 현시대의 크고 작은 사회적인 이슈들이고, 주로 공공기관이나 비영리 건축, 문화, 예술단체들과 함께 일합니다.

 

작업하실 때 컨셉은 어떻게 잡으시는 편인가요?
프로젝트마다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어떤 작업은 결과물이나 마지막 소통이 일어나는 순간을 먼저 생각하면서 디자인하고, 어떤 작업은 결과물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과정에만 집중하면서 합니다.

 

예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어떤가요? 뉴욕의 학생들도 열정적인가요?
예일대학교는 선생으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만큼 재능과 가능성과 열정이 넘쳐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는 학부과정의 기초그래픽디자인을 가르치는데, 디자인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부생들과 교양과목으로 듣는 학부생, 다른 전공의 대학원생들이 다양하게 섞여 있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내 수업이 첫 예술/디자인 수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업의 포커스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디자이너처럼 보고, 생각하고, 만들고, 이야기하는 법을 경험하는 데에 있습니다. 수학이나 철학 등 전혀 다른 전공을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고 나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 뿌듯하기도 하고 괜히 미안하기도 합니다.

 

거주하고 계신 뉴욕은 어떤가요? 한국과 비교했을 때 뉴욕이 가지는 특별한 점이 있다면?
한국을 떠난 지 거의 9년 정도 되었기 때문에 사실 비교를 할 수 있을 만큼 현재의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다만 내가 뉴욕에 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뉴욕의 다양성입니다. 내가 하는 작업의 내용이나 형태는 나 스스로 정의내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계속 바뀌기 때문에 “나는 누구다”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편합니다.

 

영화, 미술, 음악 등에 있어서의 작가님의 취향이 궁금합니다.
영화를 가리지 않고 많이 보는데 그 중에서도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건축과 미술은 아무래도 일과 관련이 있다 보니 많이 접합니다. 실제로 뮤지엄과 갤러리들과 일도 종종 하고, 전시는 많이 찾아다니는 편이에요. 여행도 너무 좋아하는데 생각만큼 자주는 못하고,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도시의 건축과 예술을 위주로 찾아다녀요. 음악은 사실 부끄러울 만큼 수동적으로 접하고 집에서 아주 가끔 피아노를 칩니다.

 

한국에서 작업 중인 예비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관심없어 보여도 자신만의 관심 분야를 계속 파고들길 바랍니다.

 

CA 포럼에서 작가님이 어떤 이야기를 들고 오실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제가 한국에서 살 때 많이 좌절했던 이유들이 있습니다. 결국엔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어요. 이 과정이 어떠했는지 자세히 얘기하고 싶습니다. 특히 10년 전의 내가 했던 고민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최근에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얘기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오신 분들의 얘기 역시 많이 듣고 싶네요.

 

 

choiyejuinterview

최예주

YEJUCHOI.COM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예일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와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했다. 2006년 다니던 직장(LG전자 인터페이스 디자이너)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다양한 작업에 뛰어들었다. WXY라는 건축/어반디자인회사에서 그래픽디자인 디렉터로, Barneys New York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기도 했으며, 2009년부터는 nowhere office라는 이름을 가지고 뉴욕을 기반으로 디자인과 공공미술 작업을 해오고 있다. nowhere office라는 스튜디오 이름은, 마침 그가 작업 중이었던 석사 논문의 제목 You, Me, Here, Now: Seeing and Subjectivity에서 가져온 것이다. 장소, 순간, 상황 특정적인 소통과 경험에 관심이 많아 here (여기), now (지금)이라는 단어들에 주목했고, 작업실보다는 밖에서 돌아다니며 이방인들을 만나고 몸으로 부딪히는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nowhere (그 어디도 아닌, 그 어디에도 없는) 사무실이 떠올랐다.

 

 

CA포럼:12개의 기억들 #09최예주 편

일시: 2015. 5. 20(수) PM 05:00 – PM 06:30
장소: 대학로 예술가의 집
주최: 디자인 매거진 CA 편집부
문의: 02-852-5412, CA@CAKOREA.COM
신청: CASHO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