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의하면 ‘독보적’이란 ‘남이 감히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또는 그런 것’을 의미한다. 디자인연구소로 시작하여 제조업에까지 뛰어든 탱그램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디자인 에이전시로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디지털 액자 ‘스마트 플레이트’가 처음 출시되었을 땐 디자인연구소에서 왜 갑자기 액자를 만드나 싶었다. 그런데 이전의 행적을 살펴보니 ‘스마트닷’, ‘스마트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거가 현재의 발걸음을 위한 준비 단계였다. 또 다시 스마트한 기기 ‘스마트 로프’를 내놓은, 탱그램팩토리의 정덕희 대표를 만나 디자인 에이전시의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재 탱그램팩토리는 사물인터넷 중심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인데요, 왜 ‘사물인터넷’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듣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탱그램디자인연구소의 시작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2008년 디자인 에이전시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처럼 인력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는 성장하는 데에 한계가 있죠. 당연히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은 시간의 제약을 받고 이에 1년간 회사가 벌 수 있는 것도 정해져 있는 거예요. 한편 경영의 관점에서 보자면 직원은 자기 연봉의 3배를 벌어야 이른바 밥값을 했다고 할 수 있어요. 컴퓨터 장비 등 각종 경비에 대한 지출이 필요하니까요.
 
만일 한 사람이 1년간 최대 벌 수 있는 돈이 1억이라고 합시다. 디자인 에이전시의 생리는 10명이 일하면 1년 동안 최대 10억을 벌 수 있고 매출을 늘리려면 사람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그런데 10명으로 10억을 버나 100명으로 100억을 버나 회사의 입장에선 크게 차이가 없죠. 직원 수를 늘림으로써 매출을 올리는 건 좋은 회사의 구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미래를 생각하면 이렇게는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우니까요. 한정된 인원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무언가를 만드는 편이 바람직했죠.
 
2010년에 제조업에 처음 뛰어들었는데 탱그램디자인연구소는 그래픽, UI, GUI 디자인 회사였으니 제조업에 대해 아는 바가 당연히 별로 없었어요. 한 가지, 제조업에 있어서는 생산뿐만 아니라 좋은 물건을 어떻게 팔 것이냐 즉, ‘유통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데 레퍼런스나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하이테크의 제조를 시도하기엔 위험 요소가 당연히 많았죠. 그런데 당시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스마트폰 관련 액세서리 시장이 커지는 추세라는 걸 파악했어요. 스마트폰 케이스는 금형만 있으면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는 로우테크 제품이니까 이것부터 시작하기로 한 거예요.
 
그런데 처음부터 우린 다른 회사들처럼 예쁘고 튼튼한 케이스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새로운 컬쳐 코드를 만들고 싶었죠.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회사라는 이점을 살려 리서치를 진행했는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당시 스마트폰 케이스로 실리콘 케이스가 한창 인기였는데 사람들이 그 안에 현금이나 카드를 우겨넣고 다니더라고요. 직장인들이 점심 먹으러 나갈 때에 핸드폰만 딱 들고 나가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갑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파악했어요. 처음에는 지갑을 붙이는 형태였는데 생각보다 투박해서 굉장히 단순하게 카드만 넣을 수 있는 구조로 디자인했습니다. 시즌3에는 ‘현대카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는데, 사실 저희는 처음부터 현대카드를 염두에 두고 케이스를 만든 거예요. 현대카드는 카드 자체가 예쁘니까 가릴 필요도 전혀 없고 카드 뒷면에 카드 번호가 적혀있는 형태라 앞면이 노출되어도 개인 정보 유출의 우려 같은 게 없었거든요.
 
이듬해부터 출시된 대다수의 스마트폰 케이스에는 비슷하게 카드 소지 기능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로써 새로운 컬쳐 코드 혹은 트렌드를 만들게 되었고 동시에 탱그램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이렇게 첫 경험을 하고, 판매 이윤을 새로운 비즈니스에 투자했는데 그게 스마트닷이었어요. 보다 하이테크 제품으로 넘어간 거죠. 당시에 스마트닷처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제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미디어에서 많이 다뤄줬는데 당시에는 사물인터넷이란 개념이 없어서 ‘앱세서리’ 즉, 앱과 액세서리의 합성어로 표현했었죠. 앱세서리가 처음 퍼지던 시기에 그 대표 제품으로 주목을 받은 거예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왜 ‘사물인터넷’이어야 했는가에 대해 답하자면,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는 디바이스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사실 스마트닷에서 우리가 시도했던 앱세서리와 사물인터넷 개념은 비슷해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기반으로 서브 디바이스들이 생겨나는 거죠. 앱세서리에서 진화하여 사물인터넷 제품으로 넘어오게 되었어요.
 
 
04_SPECIAL REPORT_02_20
 
04_SPECIAL REPORT_02_25
 
04_SPECIAL REPORT_02_26
 
04_SPECIAL REPORT_02_27
 
스마트 로프
SMART ROPE


‘스마트 로프’는 고전 체력 운동인 줄넘기를 진화시킨 제품이다. 줄넘기에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LED, 블루투스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하여, 줄넘기를 하면 사람 눈높이에 LED가 잔상을 남기며 줄넘기 횟수는 물론, 아이콘이나 메시지까지 나타낼 수 있다. 블루투스 4.0이 탑재되어 있어 모든 데이터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인 ‘스마트 짐’으로 연동되며 운동 시간, 소요 칼로리와 같은 기본적인 운동 기록은 물론 BMI등의 건강수치까지 관리할 수 있다. 사이즈는 XS, S, M, L, XL 등 5가지로, 일반 스마트폰 충전기나 USB케이블로 충전이 가능하고 1회 충전으로 약 1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2013년 말부터 개발을 시작한 스마트 로프는 시제품 개발 및 테스트 등을 거치고, 더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내 생산 과정을 거쳐 9월 중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스마트 로프의 킥스타터 런칭에 대해 듣고 싶은데요.
 
저희 같은 스타트업에게 클라우드 펀딩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창구이자 마케팅 채널임이 분명해요. 클라우드 펀딩 시스템 초기에는 쉽게 눈에 띄는 제품이 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마케팅, 세일즈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원이나 확장이 아쉬운 부분이 있죠.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점은 클라우드 펀딩은 세일즈보다는 커뮤니티에 가깝다는 거예요. 스마트 로프가 처음엔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킥스타터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죠. 예를 들면 원래 스마트 로프 사이즈 종류가 3개였는데 지금은 5종류가 되었어요. 서양인들이 동양인에 비해 체구가 크다는 걸 감안한 결과죠. 또 페블 워치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의견을 주어 ‘스마트 짐’이 페블 워치와도 연동될 수 있도록 수정했고요.
 
 
04_SPECIAL REPORT_02_28
 
04_SPECIAL REPORT_02_32
 
04_SPECIAL REPORT_02_29
 
스마트 짐
SMART GYM


탱그램팩토리가 자체 개발 중인 토탈 피트니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스마트 로프에서 기록되는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횟수와 칼로리 같은 기본적인 운동 기록과 BMI 등의 건강 관련 수치까지 관리할 수 있다. 앞으로 탱그램팩토리에서 개발될 다양한 제품들과 연동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보다 쉽고 통합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데에 빠르신 것 같다는 느낌을 이전부터 받았습니다. 주목해야 하는 최근의 변화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실행입니다. 과거 컨설팅이 중요한 비즈니스 분야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컨설팅보다 중요한 것은 증명이고, 실행입니다.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구체화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실체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탱그램팩토리의 행보는 사실 한국 디자인 사회 내에서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혹시 행보, 구성원 비율 또는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비견할 만한 외국의 에이전시가 있을까요?
 
탱그램팩토리가 워낙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고, 모기업인 디자인연구소의 행보 역시 다른 디자인 에이전시와는 다르다보니 이렇다 할 비교 대상을 말하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UX를 기반으로 프로토타이핑 하는 것은 아티팩트(Artefact, artefactgroup.com)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들에게 자신들만의 브랜드는 없습니다. 태생이 디자인 회사인데 자기 브랜드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사례는 어찌 보면 처음에 가깝지 않나 생각해요.
 
사실 디자인 에이전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변화하지 않았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들과 30년간 일을 했다 하더라도 이들의 일을 대신해주기만 한 거죠. 제품이든 소프트웨어든 브랜드든 대기업과 같은 무언가를 만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높은 능력치를 갖고 국내에서 단가 경쟁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제 다른 목표를 찾아야 해요. 국내에서 발표한 100대 스타트업 기업의 목록을 살펴보면 90% 이상이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그것도 서울 안에서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죠. 얼마 전 뉴욕으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스타트업 기업을 도와주는 위웍(WeWork)이라는 또 다른 스타트업이 맨하튼에만 열 몇 개의 사무실을 갖고 있더라고요. 사무실 하나당 최소 서른 개 정도의 스타트업 벤처가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으니 맨하튼 안에만 몇 백 개의 스타트업 기업이 있는 거죠. 그렇게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있는데 이들은 하나의 산업 분야에만 집중하는 게 전혀 아니에요.
 
 
 
 
 
04_SPECIAL REPORT_02_01
 
탱그램팩토리
TANGRAMFACTORY.COM

탱그램팩토리는 디자인 전문 컨설팅회사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탱그램디자인연구소가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기 위해 분사한 조직이다. 탱그램디자인연구소는 2008년부터 삼성전자, 현대카드, 벨킨 등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디자인 파트너로써 시대를 앞서나가는 디자인 제품을 선보여 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탱그램팩토리는 스마트 케이스, 스마트 레이저 포인터, 스마트 앨범과 액자 등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 중점을 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2014년 탱그램 팩토리와 함께 해외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할 미국 법인 탱그램 아메리카가 설립됐다. 탱그램은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 문화에서 예부터 즐겨왔던 7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도형을 움직여 형상을 만드는 놀이 칠교놀이를 뜻한다. 단 7개의 조각으로, 독창적이고 다양한 형상을 만들 수 있는 칠교놀이처럼 탱그램팩토리도 독창적인 제품을 생산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04_SPECIAL REPORT_02_02
 
정덕희

아이리버에서 수석디자이너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삼성전자에서도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08년 탱그램디자인연구소, 2014년에는 탱그램팩토리를 설립해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기사의 전문은 ‘CA 6월호 : 디자인 작업에 당신만의 요소를 더해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A211_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