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만능주의인 이 시대에도 팬시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훌륭한 문구 디자인이 새 시대에 걸맞게 문구 소비방향과 문화를 바꾸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팬시문구는 ‘트렌디한 아날로그’란 호칭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58회 CA 컨퍼런스에서는 현재 문구업계를 종횡무진하는 실무자들로부터 실제 문구 제작과정에서부터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비법까지 만나보았다.
 
 
7321 디자인의 네버엔딩 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어린왕자 시리즈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7321 디자인의 김한 대표가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현재 7321 디자인의 스토리 라인을 탄생시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품을 처음 개발하던 때를 회고하며 강연이 시작되었다. “문구류 소비자의 80퍼센트가 여성이에요. 이에 여성이 좋아할 수 있는 요소를 생각하다가 앨리스를 떠올리게 되었죠. 당시 퍼블릭 도메인에 관심은 있었는데 정말 무지했어요. 온갖 자료를 뒤져보며 공부를 한 결과 앨리스 원화의 제품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죠. 당시 빈티지 문화가 유행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앨리스 원화는 백 년 전 작업이다 보니 트렌디한 빈티지와는 맞지 않았어요. 빈티지 말고 레트로란 용어를 내세워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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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1 디자인의 문구 제품들
 
이후 7321 디자인은 문구 제품에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시키고자 디자인 연구소를 만들었다. 이미지를 바탕으로 많은 제품을 만들기도 하거니와, 튼튼하게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다이어리 커버 등을 천으로 제작해야 했는데 여기에 인쇄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쇄 단가를 낮출 수 있게끔 원단을 개발하고 원단에 맞게 인쇄 노하우를 개발하는 일 등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분에 7321 디자인은 다양한 라인을 갖춘 탄탄한 디자인 문구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
 
 
디자인 문구 회사 10년
다음 강연자로 나선 인물은 잼스튜디오의 김진호 대표였다. “어떻게 처음에 시작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그 얘기부터 해볼까 합니다. 저는 가구디자인을 전공해서 졸업 후 3년 정도는 가구회사를 다녔어요. 그런데 그게 큰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회계나 물류 혹은 인사 업무 같은 게 도움이 되거든요. 창업을 생각하신다면 회사 경험부터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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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스튜디오의 두둠 시리즈 제품들
 
러블리 본 시리즈부터 시작해 잼 시리즈, 최근의 두둠 시리즈까지 잼 스튜디오의 다양한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정성들여 설명한 김진호 대표는 강연 내내 소비자에 대한 관심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형 상점에 가보시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보통 한 3초 정도밖에 안 봐요. 짧은 순간에 디자인, 색깔, 사이즈, 그림, 가격에 대해 판단해서 얘기하거든요. 마케팅에서 얘기하는 4P 즉, 가격(PRICE), 홍보(PROMOTION), 제품(PRODUCT), 장소(PLACE)에 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거죠. 그러한 소비자의 반응에 항상 귀 기울여야 합니다.”
 
 
생활 속 작은 부분까지 환경을 생각하며
“예쁜 건 이미 너무나 많았어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마지막 강연자로 등장한 에코브릿지의 신설화 팀장이 입을 뗐다. 그녀는 1300K의 친환경 소비재 브랜드인 에코브릿지의 디자이너로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저희는 디자인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게 어떤 재료로 만들 것이냐 하는 점이에요. 식물이 자라나는 씨앗종이에서부터 가죽을 대체하는 식물성 원단, 코끼리의 상아를 대체하는 친환경 소재 타구아 씨앗까지 제품화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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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브릿지의 제품들
 
에코브릿지는 재료의 측면뿐만 아니라 방법론적으로도 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을 추구하고 있었다. 제품 패키지는 대부분 필통이나 다른 용도로 다시 활용될 수 있게끔 만들고 있으며, 종이 또한 남는 부분을 책갈피나 자로 만들 수 있도록 버리지 않고 꼼꼼히 챙기고 있다. “보통 문구에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기에 제작에 있어 어려운 점도 정말 많지만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어요. 대량생산되어 결국은 많이 버려질 것들을 만들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제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팀원들과 함께 조금 더 환경에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단계죠.”
 
 
 
 
말, 말, 말

컨퍼런스 현장에서 오고간 뜨거운 질의응답의 일부를 공유한다.
 
제품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김한: 우선 두려움을 가지면 안 돼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길이 보일 거예요.
 
창업을 하면 영업 같은 부분이 어려울 것 같은데 처음에 홍보나 영업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김진호: 사업을 시작했으면 싫어도 모든 걸 자신이 다 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해요. 디자인, 영업, 포장, 배송 모든 과정에 있어서요. 판매처의 MD와 미팅을 잡는 게 우선 가장 중요하고, 사이트의 입점 문의 메일로 연락을 취하는 게 최소한의 행동이겠죠. 요즘은 공동 마켓 같은 곳에 MD 분들이 많이 다니시니까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 노출을 시키는 게 유리한 것 같아요. 쉽게 연락이 올 수 있도록 연락처가 여기저기 많이 흩어져 있게끔 하세요.
 
제작의 어려움 때문에 소량생산을 하면 가격이 높아질 것 같은데, 에코브릿지의 타겟층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신설화: 현재 20-30대가 주요 이용층이에요. 에코브릿지가 디자인 문구에서 파생된 브랜드이긴 하지만 디자인 문구가 요즘 주춤하는 시기라서 저희 내부적으로는 디자인 문구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메시지가 있고 독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가치 있는 물건을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생산 및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58회 CA 컨퍼런스

일시: 2015년 5월 26일
장소: 서울파트너스하우스
강연자: 7321디자인 김한, 잼스튜디오 김진호, 에코브릿지 신설화
 
 
 
 
 
 
 
 
 
 
 
이 기사는 ‘CA 7월호 : 자기홍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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