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폐해는 표절만큼 심각하다.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공급받는다. 정보는 곳곳에 넘쳐나고 우리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정보에 늘 노출돼 있다. 거리는 포스터, 광고, 상점, 사람으로 가득하며 인터넷은 블로그와 기사를 비롯해 우리가 팔로우하는 사람이 추천한 수천 가지 이미지로 채워진다. 사회는 정보를 먹고 살면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정보를 흡수하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정보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떨어지지만, 때론 바쁜 일상에 붙잡혀 있는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우고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리고 새로운 지평으로 향하는 사고의 나래를 펼친다.
 
디자이너가 부지불식간에 공급받은 정보를 기억해내고, 별다른 생각 없이 이를 갖가지 방법으로 응용해 사용하는 건 극히 정상적인 행위다. 이는 디자인 작업을 이루는 방식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수년에 걸쳐 여러 사람의 손을 지나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는 아이디어의 광맥이 존재하는 것이다. 디자이너처럼 창의력을 요구하는 전문 직종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만들어낸 것이 무엇인지 올바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디자이너는 배움을 이어가고 성장해나가며 동시에 디자이너의 작품 또한 함께 진화해나간다. 브랜드 정체성 구축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걸 창조하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며, 만약 누군가 해냈다면 그가 만든 것은 혁명적이고 경이로운 것 아니면 무언가 이상하고 잘못된 것,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떤 예술가 혹은 디자이너가 제 작품을 도용했다며 분노를 표하는 사건은 아주 훌륭한 뉴스거리다. 소셜 미디어는 금방 폭발적인 반응을 내보일 것이고 모든 사람이 의견을 달기 시작할 것이다. 사회는 들썩이고 사람들은 큰 재미를 얻는다. 그리고 모든 것은 잊혀진다. 디자인처럼 사회적 노출 빈도가 적은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내가 실망스러운 지점은 디자이너에게 사회적 관심이 몰리는 때가 오직 디자이너 사이에 분쟁이 벌어졌을 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종종 뉴스에 올라오는 이야기가 훌륭한 브랜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는 소식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 걸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사람은 싸움 이야기를 더 좋아하니까.
 
어떤 디자인이 다른 디자인과 얼마나 비슷한가의 문제는 그 디자인이 어떤 종류의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과 표절을 가르는 붉은 경계선의 위치는 모든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 그 분야의 틀이 작으면 작을수록 작품의 유사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이는 디자이너가 서로를 표절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같은 도구를 쓰는 사람일수록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이다. 기하학적 도형, 조화와 비례를 주제로 일러스트레이션과 디자인 작업을 하다 보면 결국 다른 작품과 비슷한 결론으로 귀결되기 매우 쉽다. 비록 전혀 다른 과정을 지나왔더라도 결국 유사한 결과물이 도출되는 것은 전혀 놀랍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번 2020년 도쿄 올림픽 로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사성이 있고 완전히 동일해 보이는 요소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적 일치에 불과하며 비슷한 스타일과 기법을 사용했다는 정도로 보인다.
 
우리는 정보와 사람의 의견이 편재한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은 소셜 미디어가 각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이전에는 오직 제한된 수의 사람만이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소셜 미디어의 도움으로 우리가 보고 할 수 있게 된 것을 생각해보면 이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소셜 미디어가 어떤 여론과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평소라면 아마 조금만 생각해봐도 동조하지 않았을 만한 문제에 대해 도화선을 당기는 선동적인 폭도로 만든다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를 달군 대중의 의견이 올림픽 조직 위원회에 큰 압박을 가했고, 결국 기존 로고를 버리고 새 것으로 교체하는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한 건 이런 맥락에서 크게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나는 이런 문제에 법적으로 대응하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저작권 침해라기보다 우연적 결과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절 관련 문제는 법정에서 밝혀내기 매우 어렵고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를 댄다면 개인적으로 디자이너가 경쟁이 아닌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베로니카 푸에르테
VERONICA FUERTE

HEYSTUDIO.ES

푸에르테는 바르셀로나의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7년 헤이 스튜디오(Hey Studio)를 설립했다. 스튜디오는 일 년도 되지 않아 파트너 리카르도 호르헤(Ricardo Jorge)와 디자이너 엘리사바(Elisava)를 영입하게 되었고 다방면에 뛰어난 역량을 지닌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 기사는 ‘CA 2015년 11월호 : 당신이 꼭 알아야 할 80가지 브랜딩 법칙’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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