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5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발표 결과, 독립건축잡지 <매거진 파노라마(이하 파노라마)> 4호가 문화디자인지원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공공디자인대상의 또 다른 부문인 우수사례부문에서 대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유일한 대상 수상작이 된 셈인데, 독립잡지가 공공디자인대상을 거머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다. 버스에서 마주치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들려주는 잡지, <파노라마>의 두 편집인 이창원, 이지은을 만나 이야기를 청해 보았다.
 
 
<파노라마>에 대한 간단한 소개 및 출간 계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이창원(이하 원): 저는 원래 건축을 전공했는데 학교를 다니며 친구들이랑 일상생활 속 거리나 건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어요. 그런데 건축이 외부에서 다뤄질 때에 경제적 관점 또는 고차원적인 철학, 예술 분야로만 다뤄져서 저처럼 가볍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독립출판과 인연이 닿아 제가 직접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지은(이하 은): 저는 1호 때 텀블벅을 통해 후원하면서 <파노라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후 편집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2호부터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파노라마>의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 일단 인원 정리 및 모집을 하죠. 첫 만남 때 하고 싶은 버스 노선을 하나씩 골라오는데요, 이때 노선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회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그리고 각자 노선을 타보며 괜찮은 건물들을 고르고 이후 만남에서 선택한 지역이 한곳으로 몰리지 않았는지 등에 관해 조절합니다. 편집인마다 두 편의 글을 두 달에 걸쳐 작성하고, 그 와중에 특집기사나 인터뷰가 있으면 취재하며 사진 촬영을 진행합니다. 이후 디자인을 거쳐 매해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맞춰 잡지를 발행했고요.
 
 
편집인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원: 일단 모집 과정에서 글을 받아 읽어보는데요. 하다보니까 건축적 지식이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쓰는 글도 특색 있고 재미있지만 글을 잘 쓰는데 건축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이 쓰는 글이 더 재미있더라고요. 글을 잘 쓴다는 게 다양한 면이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이 알아듣기 편하게 풀어내는, 그리고 기존의 편집인들과는 결이 다른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은: 저 같은 경우는 자신의 감성을 글 안에서 적절히 조절하는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새로 합류할 편집인은 최종적으로 기존 구성원의 다수결로 정해요. 만장일치를 목표로 하되 어려우면 다수결로 정합니다.
 
 
처음에 버스 노선을 잡지 구성의 중심으로 택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 할아버지 댁이 도곡동 쪽인데 그쪽 방향으로 가는 420번 버스를 자주 타다보니 어느 날 바깥 풍경이 연대별 다양한 건물이 나열된 갤러리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학교에서 배우기만 했지 직접 찾아가보지는 못했던 유명한 건축물들도 보게 되었고요. 이러한 경험을 책으로 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버스 노선을 잡지의 테마로 택했습니다.
 
 
이번 4호에서는 이전까지 편집인으로 활동하시던 지은 씨가 발행인으로, 반대로 발행인이었던 창원 씨가 편집인으로 그 역할이 서로 바뀌었잖아요.
은: 창원 씨가 당시 마음에 여유가 없는 상태이기도 했고 제가 생각하는 <파노라마>는 기존의 것을 뒤집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발행인이 바뀌면 각자의 색을 반영하는 또 다른 것이 나오는 거니까 이번에는 제가 맡게 되었죠. 제가 볼 때 3호와 4호는 디자인 양식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4호가 보다 자유롭고 실험적인 스타일인 것 같아요. 계속 이렇게 변화를 주고 싶어요.
원: 제 입장에서는 <파노라마>를 오래 가는 취미로 삼고 싶어서 발행인을 그만하게 된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다들 최대한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 재미있게 오래 했으면 좋겠거든요. 발행인이라는 게 사실 여러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는 것뿐이니까 그 역할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면 혹여 제가 일정 기간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잡지를 계속 이어 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거죠.
 
 
흔치는 않지만 버스 노선이 종종 바뀌기도 하잖아요. 아카이빙을 염두에 둔다면 버스 노선이 바뀌는 것에 민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은: 아니요, 도리어 그래서 이러한 기록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건물 자체도 마찬가지일 텐데 없어지면 없어지는 대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이번 4호에서 다룬 150번 노선이 바뀌더라도 나중에 이 잡지를 누군가 보고 ‘예전엔 이랬구나.’라고 알 수 있겠죠. 바뀌거나 사라졌을 때 더 유의미한 작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 입장에서 <파노라마>의 큰 인상을 차지하는 부분은 역시나 사진인 것 같아요. <파노라마>가 현재까지 지향해 온 건축 사진의 방향성은 어떤 것인지요.
은: 김진솔 씨가 2호부터 사진 촬영을 담당하고 계신데요. 진솔 씨는 개인적으로 건물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도리어 그래서 사진이 잘 나오는 것 같아요. 공식대로 찍지 않아서 개성이 있고 그게 잡지 색깔과 맞고요.
원: 1호 때는 제가 찍었었는데 정말 별로였거든요. (웃음) 진솔 씨가 2호 때 합류하시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자신이 촬영할 건물에 대한 편집인들의 짧은 메시지를 요구했는데 이런 식의 소통이 다른 느낌의 건축 사진들이 나오게 도와준 것 같아요.
은: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시점이 각자의 글이 반 정도 나와 있을 때에요. 편집인들이 어떠한 사진이 왜 필요한지 상세한 캡션을 적어드리면 진솔 씨가 그것을 읽어보시고 자신의 해석대로 촬영해주시는 거죠. 사진 최종 선택 역시 편집인들이 직접 하고요.
 
 
근래 이른바 독립출판 분야에서 건축 또는 도시에 대한 이슈가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은: 기술의 발달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으로 항상 사진을 찍고 위치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잖아요. 로드뷰 같은 서비스로 주변에 대해 복기하는 게 편리해졌고요.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을 접한 우리 같은 세대는 지리를 떠올릴 때 마치 항공뷰에서 보는 것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상황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원: 이제 그만한 시점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서울의 역사는 사실 60년대부터라고 봐도 될 텐데 현재까지는 계속 생겨나고 사라지고를 반복했다면 이제는 정리해볼 수 있는 시점이 온 거죠. 달리 말하면 사람들이 자신이 본 게 역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시점인데 이를 돌아보는 상황에서 공간이라는 게 회상에 있어 중요한 매개가 되니 도시에 관한 독립매체가 속속 등장하는 것 같아요.
 
 
특히 건축 부문이 독립출판 분야에서 각광을 받게 된 이유라고 한다면요.
은: 생활에 밀착된 것들이잖아요. 개인의 발언이 존중받는 분위기가 되면서 자신과 가깝게 있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원: 음, 가질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만약 지금이 막 성장하는 시대라면 ‘내 것’을 만들어야지란 생각을 하게 될 텐데 현재는 정황상 건물주가 정해져 있고 대부분이 세입자인 구조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게 되면서 오히려 즐기는 것 같아요. 마치 미술품을 감상하듯이 건축물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시점이 된 거죠. 건물은 어차피 반쯤은 공공재니까요.
은: 아, 도리어 너무 갖고 싶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욕망을 건드리니까요. 너무나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다는 걸 아니까 스스로를 위로하는 식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 거죠.
원: 일반적인 이유로는 건축도 일반 예술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고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건축잡지’가 <파노라마>의 목표이자 슬로건인데요. 잡지를 읽으며 ‘건축’보다는 ‘공간’에 대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에 역으로 <파노라마>에서 생각하는 또한 다루고자 하는 ‘건축’의 범주라는 것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합니다.
은: 말씀하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오히려 저희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존에는 오로지 건물에 관한 이야기만 했잖아요. 저는 ‘공간’이 ‘건축’보다 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건축 안에 공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안에 또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고요. 건축물의 이야기가 외면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파노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어요.
원: <파노라마>가 다루는 건축의 이야기는 공간적으로 확대되었다기보다는 맥락 속에 건축을 넣는다는 느낌이에요. 다른 예술 부문에서 선호를 이야기할 때 자신의 감정적 맥락 안에서 이야기하잖아요.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이 꿀꿀했는데 이 영화가 좋아.”라는 식으로요. 건축 부문에서는 이전에 이러한 경향이 없었으므로 외부의 이야기를 끌고 들어와 건축 이야기를 편하고 재미있게 하려고 하는 게 <파노라마>가 지향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2015 공공디자인대상 문화디자인지원부문 대상을 수상하셨죠. 수상 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자랑 좀 해주세요.
은: 우선 시류를 잘 탔다고 생각하고요. (웃음) 다른 수상작들을 보니 마을 만들기 등 공공기관에서 주도하는 접근이 많던데 그에 비해 자발적인 의도에 젊은 기운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원: 계속 발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응원의 의미로 상을 주신 게 아닐까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원: 앞서 이야기했지만 정말 오래도록 내고 싶습니다.
은: 건축을 공부하지 않은 분들을 포함하여 <파노라마>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건축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읽으면 건축이 어렵지 않고 건물이 새롭게 보이더라는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고요.
 
 
 
 
 
이창원

건축을 공부했고 <매거진 파노라마>를 시작한 장본인이다. 현재 건축을 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참으로 즐겁다.
 
 
 
이지은

이전에는 영화를 공부했고 대학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관심이 생길 때마다 분야를 막론하고 우선 배우는 게 좋았고 그래서 도전했다. 현재는 디자인이 아닌 또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이 기사는 ‘CA 2016년 2월호 : 2016 디자인 트렌드’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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