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작업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늘보의 여행>은 게으를수록 성공하는 나라인 늘보의 숲에서 부지런하다는 이유로 구박받던 느루보라는 한 늘보가 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책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속도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조율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던 시기에 이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나무늘보, 다람쥐, 붕어 등 아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요. 동물 선정 및 캐릭터화 과정이 궁금합니다.
모든 캐릭터는 사실 제 모습 중 하나씩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하지 못하고 게으른 제 모습을 역으로 바꾼 것이 주인공 느루보였다면 일을 하기 싫은 나,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나, 집 밖에 나가기 싫은 나의 모습에 각각 어울리는 동물들을 찾아냈습니다. 캐릭터화할 때 가장 집중한 부분은 모두 자기가 속한 무리의 속성과 다르므로 외면받는 이들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도토리를 줍기 싫어하는 다람쥐, 기억력이 좋은 붕어, 철새지만 이동하기 싫은 두루미가 등장하지요. 이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훌륭한 인간상과 전혀 다른 사람도 그 나름대로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들의 이름도 그 동물을 게으르게 발음할 때 나는 소리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책 전반에 게으름이 흘러넘치는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거든요.
 
 
‘책’이라는 매체를 디자인함에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텍스트와 삽화의 관계 그리고 그 조화에 대해 고민하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텍스트를 쓰며 그때그때 제가 그리고 싶은 장면을 삽화로 그렸는데요, 텍스트와 이미지 모두 제가 손을 댈 수 있는 상황이니까 그 안에서 중심을 잡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마음에 드는 장면에는 삽화가 과하게 많은 부분도 있고 때로는 삽화를 넣을 지면을 확보하고자 텍스트를 바꾸기도 했거든요. 제 처음 목표는 삽화가 있는 소설책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삽화를 위한 설명글이 있는 책이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미지에 힘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들려주세요.
작년에 내지 못한 책 한 권을 마저 준비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계획입니다. 저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빈둥댈 때 가장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인데요, 저 같은 사람이 세상에 많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10_MY FOLIO HIGHLIGHT_03_02
 
10_MY FOLIO HIGHLIGHT_03_03
 
10_MY FOLIO HIGHLIGHT_03_04
 
 
 
 
 
원채
KULKUL.KR

생산적인 게으름에 대해 연구 중이다. 잠자리에서 뒹굴대며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서 쿨쿨북스를 만들었다.
 
 
 
 
 
 
 
 
 
 
 
이 기사는 ‘CA 2016년 2월호 : 2016 디자인 트렌드’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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