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미학은 왜 디자인을 포함하지 않는가.
 
 
제목 : 디자인 미학
지은이 : 제인 포지(JANE FORSEY)
옮긴이 : 조원호
디자인 : 박소영
출판사 : 미술문화
판형 : 152x220mm
페이지 : 304쪽
가격 : 20,000원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디자인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난 뒤 문득 궁금해져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니 ‘예쁜 것’이라는 대답이 압도적이다. 심지어는 ‘앙드레 김’이라고 대답하는 친구도 있었다. 디자인의 정의가 이토록 개인적이고 모호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까닭이 디자인의 광대한 범위에 있다고 본다. 우리의 손과 발이 닿는 곳곳 디자인이 머물지 않는 구석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종종, 아니 언제나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당신이 앉아있는 의자, 보고 있는 화면, 심지어 읽고 있는 이 잡지까지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탄생한 산물이다. 왜 우리는, 아니 나는 디자인을 흘러가는 유행처럼 가벼이 생각해버리는 걸까. 망각했던 디자인과 우리네의 상호작용을 조금씩 되살려 복구하게 만든 책, <디자인 미학>이다.
 
지식을 모두 내려놓고 오로지 경험만으로 생각해보자. 뉴욕현대미술관(MoMA),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 뮌헨의 현대 미술관 피나코테크 같은 박물관 소장품을 우리는 디자인이라는 범주로 이해하고 있는가? 나의 경우에는 ‘아니’다. 이것은 예술, 나아가 역사의 범주에 허락될 순 있어도 디자인하고는 어쩐지 동떨어진 느낌이다. 심지어 건축마저도 디자인과 직결하여 생각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내가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을 일반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와 같은 편협한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이러한 가벼운 태도는 비판적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에 책의 저자 제인 포지가 하나의 장치를 제시한다. 칸트의 ‘부수미’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부수미는 흔히 우리가 미학과 연결시켜 왔던 예술과 공예,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닌 디자인을 미학적으로 감상하기 위한 모델이다. 책을 꼼꼼하게 읽어도 여러 번 되짚어 읽어야만 하는 이 도서는 무척 철학적이다. 특히 칸트가 등장하는 이 부분이 그렇다. 개념을 독자적으로 정리하기 조심스러운 마음을 역자 역시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한글과 1:1로 대응하는 철학 용어가 부재한 연유로 본래의 의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채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갖는 의미는 조금 더 막중해진다. 디자인을 여타 예술보다 가볍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얕은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이 있음을 도리어 방증하고 있는 셈 아닌가. 숭고하고 고고한 것만이 미학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디자인이 숭고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깼을 때, 우리는 그 파편 속에서 ‘디자인 미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손이 닿는 모든 곳이 디자인이듯, 미학의 영역도 손길이 닿는 지점까지 확장되길 기대해본다.
 
 
 
 


 
 
 
■ 출판사 책 소개
 
 
정작 중요한 물건들은 너무 익숙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
일상 속의 평범한 대상과 경험들을 통해 디자인의 미학을 정의한다.

 
철학적 미학의 입장에서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다룬 최초의 연구서 『디자인 미학』
 
기존의 미학은 주로 미술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주로 예술과 자연의 숭고함과 미의 개념에만 몰두했다. 저자는 전통적인 미학의 범위를 넓혀 디자인까지 포용해야만 인간의 관심사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선택과 경험이야말로 미적인 것이며 디자인과 우리의 상호작용에 중심을 이루는 것이다. 이제는 철학적 미학 안에서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디자인의 위치를 새롭게 모색해보자.
 
디자인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은 많지 않다. 대부분이 일정한 계획 아래 디자인된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은 자연과, 디자인된 것은 자연적인 것과 반대되는 뜻으로 이해된다. 우리의 주거 환경에서 자연적인 것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그 자리는 수많은 인공 제조물들로 채워지고 있다.
 
디자인 연구는 이렇게 평범하고 익숙한 것들을 눈에 띄게 하려는 시도이며, 너무 진부해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실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려는 것이다. 디자인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이며,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 어디에나 있는 디자인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디자인된 물건은 우리를 즐겁게 하고, 우리의 일손을 덜어주며, 우리의 생명을 구하거나 앗아갈 수도 있다.
 
예술, 공예, 그리고 디자인.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모든 미적 반응에는 무관심, 개념으로부터의 자유, 이성적 능력의 유희 같은 공통적 특성들이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과 공예, 디자인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예술에 대한 평가가 비유적인 의미에 근거를 둔 미적 관념들과 관련된 일이라면,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어떤 물건이 탁월하고 멋있게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에 대한 반응이다. 즉 예술, 공예, 디자인의 진정한 차이는 그것들을 독특하게 만드는 어떤 성질의 차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이 대상들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의 차이인 것이다.
 
본서에서는 흥미로운 디자인의 특징들을 열거함으로써 디자인을 철학적 미학의 영역에 포함시키려는 보다 거대한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저자는 디자인이 예술이나 공예의 특징 중 일부를 공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예술 작품의 경우 특정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진 유일하고 독창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직접 제작된 것이 아니라면 위조물이나 모방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자인의 경우 작품과 작가의 연결 관계가 예술이나 공예만큼 강하지 않다. 우리가 필립 스탁의 와인잔 세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가 그 유리잔들을 직접 만든 것이 아니므로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만약 작품에 대해 상을 준다면, 예술은 작가에게 상이 직접 수여되지만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아닌 그 디자이너를 고용한 회사 혹은 작품 자체에 상이 수여된다.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나 시계, 핸드폰을 실제로 제작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자 미상의 물건도 미적 관심을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디자인을 통해 기능적인 물건을 창조한다는 것은 최선의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며, 주어진 제약 속에서 인류의 발전을 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과거에 소설과 영화가 그랬듯이 새로운 작업이자 작품 분야이며, 우리는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그 자체의 발전과 변화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두 개의 커피포트, 베브 비가노 이타가 오로 vs 비알레티 모카 익스프레스
 
‘미적’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 저자는 책의 절반을 할애하여 칸트의 입장을 설명하였으며 두 개의 커피포트에 대한 비교로 말을 맺는다. 하나는 1933년 알폰소 비알레티가 디자인한 고전적인 ‘모카 익스프레스’이고 다른 하나는 알레시 사에서 내놓은 세련된 디자인의 ‘베브 비가노 이타가 오로’다. 저자는 자신의 비알레티가 친구의 알레시 커피포트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낡고 허름하지만, 사용이 편리하고 보기도 좋다는 것이다. 반면 알레시 커피포트는 외관상 멋지고 세련되지만 그 이면에는 아름다움을 손상시키는 결점들이 있다. 단적인 예로 커피포트의 손잡이가 열에 직접 닿게 디자인되어 자칫 손을 데일 위험이 있다.
 
커피포트처럼 기능적인 물건에 대한 미적 관심은 사용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매일 아침 주방에서 사용하는 커피포트가 아니라 커피포트라는 어떤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미적 관심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사물에 대한 관심은 ‘느껴진 적절함’에 대한 것이며 아름다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지은이 소개
 
제인 포지
캐나다 킹스턴의 퀸즈 대학교를 거쳐 현재 위니펙 대학교의 철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포지는 칸트 철학을 기반으로 미적 경험에서 차지하는 즐거움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미학의 한계 극복: 인간과 창조적 표현」(2002), 「예술과 아이덴티티」(2003), 「숭고미 일치론」(2007), 「일상에 대한 감상: 일상미학의 갈등」(2013)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조원호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와 동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 PEP 과정(ID 전공)을 수료했다. 홍익대학교, 국민대학교 등에서 디자인 이론 및 디자인 역사를 강의했다. 디자인 저널 편집부장, 디자인 미술관 학예연구사, 한국산업은행 서소문지점장을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는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2008)과 『디자인 액티비즘』(2010) 등이 있다.
 
 
 
 
 
 
 
 
 
 
 
이 기사는 ‘CA 2016년 3월호 : 모션 그래픽의 세계’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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