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BBC3 로고 프로젝트는 정말 참사였다. BBC3의 새 로고 디자인에 대해서는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다. 왜 모두 열에서 삐뚤어져 있는가? 왜 숫자들은 BBC 사각형들과 동일한 폭으로 디자인되었는가? 왜 느낌표 부호의 사각형은 다른 세 사각형과 다른 형태인가? 왜 분홍색을 사용했는가?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가? 등등. 하지만 나는 일간지에나 나올 법한 비판을 해대는 것보다 더 큰 그림을 들여다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세상에 또 다른 나쁜 로고가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빕(Beeb)이 내세운 ‘브랜드 기둥들(brand pillars)’ 컨셉에 대해서도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그들의 말은 나중에 그럴싸하게 덧붙여진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BBC3 로고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악몽 같았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레드 비 미디어(Red Bee Media)는 수천 파운드를 받은 대가로 그 악몽에 뛰어들게 되었고, 클라이언트는 자업자득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 수많은 투자사와 얽혀있는 프로젝트는 여러 직함의 수많은 사람과 함께 수십 번씩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간섭을 받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들 중에 디자인 전문가는 거의 없다. 실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어야만 할 것이고, ‘이것은 제 디자인입니다’라고 나서는 디자이너는 아무도 없을 것이며, 최종 디자인에 만족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무언가가 만들어졌을 뿐이다. 이것이 이번 프로젝트와 이외의 비슷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었던 방식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많은 프로젝트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프로젝트 진행을 이런 식으로 어렵게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2 런던 올림픽이나 다른 올림픽의 로고 디자인 사례를 보면 더 확실하다. 일부러 나쁜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쁜 로고 디자인을 갖고 싶은 사람도 아무도 없다. 결국 모두에게 시간 낭비만 될 뿐이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한 어떤 것도 얻지 못할 것이고, 클라이언트가 그를 다시 찾게 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BBC는 앞으로 적어도 3년 동안은 새 로고 디자인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으로부터 엄청난 질문이 쏟아지게 될 것이고, 레드 비는 자신의 디자인이 미디어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것을 견뎌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그리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자세는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이다. 레드 비는 BBC와 따로 자리를 마련해 왜 그토록 나쁜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었으며 특히 어떤 부분을 달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야만 한다. 때가 되면 내가 앞서 던진 질문들이 결국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고를 당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프로젝트에서는 어느 특정한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나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마치 유로2004 조별예선 터키전에서 베컴이 놓친 페널티킥을 나라면 득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직접 그 자리에 서게 된다면 더는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크레이그 워드
CRAIG WARD

WORDSAREPICTURES.CO.UK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로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이다. 혁신적인 타이포그래피 작업들로 2008년 ADC 영건(YOUNG GUN) 어워드를 휩쓸었다. 여러 디자인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 기사는 ‘CA 2016년 4월호 :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20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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