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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이 될 때마다 자기 소개를 한 기억이 난다. 나는 언제나 그 시간이 곤혹스러웠고 겨우 이름 정도를 말할 수 있었다. 자기 소개는 여전히 쉽지 않다.” 2002년 홍익 대학교를 졸업하고 그동안 다수의 패션 브랜드 광고 등의 콜라보레이션 및 단행본, 잡지, 포스터, 음반 등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한 바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허정은의 말이다.

기형과 신비에 관한 작업을 주로 하고 있는 그에게 일러스트레이션계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할 때마다 재미없는 이야기지만, 그저 그림을 그릴 줄 알았고 취직하긴 싫었다. 일러스트레이션 청탁이 올 때면 하나씩 작업을 했고 자연스레 내 일이 되었다.”라고 답한다.

그는 스스로를 무엇을 후회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꿈이나 생각을 갖고 직업을 택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후회도 실망도 없다. 내가 순수하게 즐겼던 ‘그림 그리기’와 이 ‘일’은 물론 같지 않다. 피로하기도 하고 가끔 창피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들을 하면서 ‘세상’을 생각하게 된다. 다른 시선을 생각하고, 다른 마음을 생각한다. 책임과 양보도 배운다.”

그에게 일러스트레이션이란 “나를 좀 더 어른답게 살게 하는 고마운 생계의 수단이고 나에게 그림이란 한참 후에야 이해되는 신기한 언어”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성실하게 잘 그려야 하는 그림이고, 그저 혼자 그리는 그림은 못 그려도 되지만 결국엔 더 잘 그리는 그림이다.”

허정은 작가는 약 1년 전까지만 해도 작업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았다고 언급한다. “이전엔 프리랜서 일 자체가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일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년 사이 수많은 생활 패턴들을 바꾸었다. 지금은 일찍 일어나고 밝을 때 작업하고 일찍 잔다. 밥도 제 시간에 먹는다.”

 

*기사 전문은 CA Collection 03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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