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더욱 복잡해져 가고 감각의 과잉 안에 갇혀버린 소비자는 무차별적인 정보 홍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때 브랜드 디자인은 사용자와의 소통을 이뤄내기 위해 이처럼 소란스러운 환경을 돌파해내는 것 이상의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 화두는 단순화이다. 그것이 어떤 물리적 공간 또는 웹페이지든 번잡한 사용자 환경은 인간의 본능적인 방어 심리를 자극하고, 과도한 양의 정보 앞에 마주 선 인간은 그것을 감각 기관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디자인의 단순화는 브랜드가 사용자에게 선사할 일종의 배려이다.
 
단순화란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개념이다. ‘Less is More’이라는 진리를 모르는 디자이너는 존재하지 않으며 클라이언트가 여하튼 채우고 싶어 하는 여백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이도 디자이너이다. 그렇다고 단순화가 만병통치약인 것은 아니다. 디자인이란 본디 이성과 본능적 감각의 조합이므로 단순화가 디자인의 핵심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감성을 자극하고자 한다면 그 혼자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화는 분명 간결성과 명확성을 구축하고 우리가 즉각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나 이는 브랜드에 대한 강한 유대감 형성에 필요한 하나의 재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두 번째 화두는 바로 욕구의 창출이다. 우리는 브랜드에 관심을 두고 그 기능에 감탄하는 것 이상으로 브랜드와 동일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그와의 깊은 유대감을 갈망하는 존재이다. 이는 디자인에 주어진 막중한 책임이 무엇인지 말해주는데 종교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은 상징, 건축물, 종교의식, 의복 등에 적용되어 오며 오랜 기간 그것들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해왔다. 오늘날의 상업 브랜드는 이와 동일한 역할을 기대하는 요구에 응답하여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우리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삶과 가정 그리고 우리 자신 속에 들여놓고 있다. 단, 그것이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때만 말이다.
 
디자인은 자연 속에서 진화가 감당했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즉, 브랜드의 변화와 존재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의 조상이 깊은 숲 속에서 사냥감을 발견하던 것처럼 우리는 각 브랜드의 미세한 요소를 인지해내고 그 속에 담긴 디자인 언어와 해당 브랜드가 내세우는 가치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낸다. 아디다스와 나이키 하이톱 슈즈 디자인 사이의 차이조차도 읽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디자인이란 브랜드를 단순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길 원하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것을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삶에 이러한 관계성을 채워 넣고 그것을 통해 우리 자신을 정의한다.
 
단순화란 절대 일반화나 몰개성화 혹은 단조로움을 의미하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어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을 때 그것이 편안하고 몸에 꼭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도 틀린 말은 아닐 테지만 우리는 때때로 이를 통해 자신만의 매력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결국, 우리의 정서적 유대는 이러한 차별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디자이너에게 무한의 선택권이 있는 세상에서 이처럼 브랜드에 개성을 부여하고 욕구를 창출해내기란 진정 극한의 노력을 요구하는 일일 테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디자인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것은 브랜드지만 우리가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은 디자인 그 자체라는 것이다.
 
 
 
리 쿰버
LEE COOMBER

LIPPINCOTT.COM

브랜드 컨설턴시 리핀콧 런던 지사의 수석 파트너로서 디자인 팀을 이끌고 있다. 무대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5년 이상의 경력을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브랜딩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기사는 ‘CA 2016년 5월호 : 일러스트레이션의 도약’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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