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감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인다. 비록 눈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학습하는 것의 약 25% 정도는 다른 감각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디자이너인 우리가 다양한 감각을 다룰 방법을 알 수만 있다면 더욱 강렬한 경험을 선사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강력한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감각 통합 관련 연구소(Crossmodal Research Laboratory)와의 협업 프로젝트는 내게 타입과 감각 사이의 연관성에 관해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였다. 과학계에서는 특정 감각을 통한 경험이 또 다른 형태의 감각 반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색조의 노란색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레몬의 ‘맛’을 떠올리거나 크고 굵은 대문자로 적힌 ‘소음주의’ 표지판을 생각해낼 수 있다.
 
시각과 미각에 관한 예시를 들자면 둥글게 굴린 서체는 단맛을 연상시키고 다소 뾰족하거나 각진 형태의 타입은 신맛, 쓴맛 혹은 매운맛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이해는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기대감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대감을 직접 자극함으로써 강렬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마시고 있는 와인의 가격이 90달러라고 들었을 때, 5달러라고 들었을 때보다 훨씬 맛있다고 느낄 것이다. 음식의 맛조차 패키지에 적힌 서체에 따라 더 달거나 시게 느낄 수 있다.
 
한 강연회에서 나는 그곳에 모여 있던 100여 명의 사람에게 똑같이 생긴 젤리 한 쌍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둥그스름한 글자로 ‘나를 먹어봐’라고 적힌 문구를 보며 그중 하나를 먹어보라고 한 후, 다시 각진 형태의 글자로 적힌 문구를 보며 남은 젤리를 먹어보라고 했다. 사람들은 각진 형태의 글자가 신맛을 약 11% 정도 강하게 해주고 둥그스름한 글자는 단맛을 약 17% 정도 강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나는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둥글거나 각진 형태의 서체를 택해 387명의 참가자에게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맛의 인지에 있어 서체에 따라 유사한 차이를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젤리 실험은 오직 미각과 타입과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색상, 크기, 질감, 온도, 소리 등의 요소를 활용한다면 더욱 풍성한 사용자 경험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인쇄 매체 디자인의 경우 종이의 질감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식음료 업계에서는 소리를 디자인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겐다즈는 클래식을 연주해주는 협주곡 앱을 개발했고 한 위스키 브랜드는 자사 위스키 맛을 20%까지 향상시킨다는 특정 음악 앱을 선보였다. 이와 반대로 코카콜라가 한시적으로 선보인 흰색 캔 디자인은 실패작이 되고 말았는데 이는 바뀐 캔 색상이 마치 음료의 맛이 바뀐 것 같은 잘못된 인상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즉,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우리는 디자이너로서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입체적인 감각 세계를 사용자 경험 안에 담아낼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한다.
 
 
 
사라 하인드먼
SARAH HYNDMAN

TYPETASTING.COM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인식과 타입에 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글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TEDx 강연자 그리고 타입 테이스팅(Type Tasting)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저서 〈The Type Taster〉는 현재 2판 〈Why Fonts Matter〉로 판매 중이다.
 
 
 
 
 
 
 
 
 
 
 
이 기사는 ‘CA 2016년 5월호 : 일러스트레이션의 도약’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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