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디자인 무대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야렝 유와 아서 친은 8년 전 자신들의 고향인 싱가포르로 옮겨와 포린 폴리시 디자인을 설립했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사업 파트너인 이들은 특정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심어놓는 포린 폴리시를 돌연변이라 칭한다.
 
지역 협력 업무 공간, 레스토랑, 온라인 아트 갤러리 등의 클라이언트와 함께해온 포린 폴리시는 이제 설치 디자인, 공간 디자인, 제품 디자인을 비롯하여 더욱 다양한 브랜딩 프로젝트까지 담당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황금기라고 일컫는 현 싱가포르 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인 이들은 최근 싱가포르 17개 유명 브랜드 뒤에 감추어진 디자인적 배경을 정리한 책 <브랜드 가이드: 싱가포르 에디션(Brand Guide: Singapore Edition)>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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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렝 유와 아서 친은 포린 폴리시 설립 이후로 디지털 및 프린트 디자인을 뛰어넘어 공공 공간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으로 확장해 나가며 작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싱가포르가 우리의 고향이기는 해도 돌아온다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전혀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우리는 외국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어요. 저는 보스턴과 뉴욕에서 거의 15년을 살았고, 아서는 방콕, 멜버른, 그리고 뉴욕에서 거의 10년 이상을 살았죠.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골치 아픈 일이었어요. 특히 저에게는 말이죠. 그 전까지는 싱가포르에서 일해본 적도 없고,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전혀 감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는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해서 우리 나름의 방식대로 이곳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어요. 결국 우리도 싱가포르 사람이었던 거죠.
 
뉴욕에서는 하지 못했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반드시 하고 싶었던 것이 있나요?
싱가포르에서 우리는 훨씬 풀기 어려운 디자인 과제들과 마주해야만 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은 제가 그래픽 디자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어요. 뉴욕에서는 거의 디지털 디자인 작업만 했거든요.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의 유연성을 갖추어야만 했죠. 그럼에도 저는 아주 즐거웠어요. 왜냐하면 디지털을 뛰어넘어 인쇄 매체로, 공간 디자인으로, 그리고 다시 오브제 디자인으로 저의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죠. 분명 뉴욕에서의 활동 이력은 저에게 어느 정도 경력이 되어 주었어요. 그 덕분에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소중한 프로젝트를 믿음을 가지고 우리에게 맡길 수 있었으니까요.
 
미국 디자인 시장과 싱가포르 시장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시장 규모와 클라이언트들의 안목이요. 뉴욕에서는 거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분야 클라이언트와 일하며 주로 디지털 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그곳 친구 중에는 일생 결혼 청첩장 디자인만 해온 친구가 있어요. 작품도 아주 뛰어나죠. 그럴 수 있는 것은 그곳 시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에요. 싱가포르에 돌아오자마자 저는 우리가 패션을 뛰어넘어 우리의 디자인 영역을 확장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우리의 디자인 방식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했죠. 뉴욕에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변화 덕분에 우리도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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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 폴리시가 출간한 <브랜드 가이드: 싱가포르 에디션>
 
 
 
포린 폴리시의 디자인이 잘 반영된 프로젝트를 하나 소개해줄 수 있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우리 프로젝트는 모두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한 조각씩 품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꼽으라면, 다국어 번역가이자 작가인 데릴 위(Darryl Wee)를 위한 브랜딩 프로젝트일 거예요.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할 명함을 원했어요. 깊은 고민 끝에 우리는 로고를 디자인하는 것보다 디자인 소재와 디자인 과정 자체가 데릴 위를 대변하는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우리는 그가 쓴 책과 잡지들을 그에게서 얻어 와서는 몽땅 믹서기에 넣어버렸어요. 그렇게 우리는 그의 명함에 사용할 종이를 만들어 냈고, 그 위에 그에 대한 정보를 전사 잉크로 박아 넣었습니다. 이 명함의 제작 과정은 데릴의 직업적 특성을 확실하게 설명해줘요. 번역이란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정보를 옮기는 작업이잖아요. 수작업으로 제작한 이 명함은 하나하나가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죠.
 
가장 최근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바로 얼마 전에 갤러리 앤 코(Gallery & co) 프로젝트를 마쳤습니다. 갤러리 앤 코는 새로 오픈한 디자인 스토어로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상업 공간으로, 덕분에 지난 한해는 정말 숨 가쁘고 정신없이 달리기만 했어요. 일 년 꼬박 이 프로젝트에 매달려 있었거든요. 우리는 이 프로젝트의 모든 디자인 요소를 총괄했습니다. 브랜딩, 가구와 소품을 포함한 공간 디자인, 제품 디자인 및 진열까지 모든 것을 맡았죠. 순수 미술과 응용 미술이 만나 시각적 소통의 집산지를 이룬다는 브랜드의 철학을 기반으로 하여,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간으로 이곳을 디자인했습니다. 사람들은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스토어에서는 제품이나 음식에 투영된 디자인을 즐길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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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릴 위의 명함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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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 폴리시는 최근 오픈한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내의 디자인 스토어 ‘갤러리 앤 코’를 위한 브랜딩 프로젝트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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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레스토랑 보투라(BOTTURA)를 위한 브랜딩 및 그래픽 디자인으로, 레스토랑 소유주의 고향인 볼로냐 지역의 온기가 감도는 음식과 건축물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디자인 시장은 변화가 아주 빠르죠. 포린 폴리시를 시작한 이후로 겪었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최근 몇 년은 아주 흥미로운 변화의 시간이었어요. 포린 폴리시를 시작한 직후 처음 몇 년 동안 아이덴티티 디자인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브랜딩의 적용 범위가 크게 확장되었죠. 기업들은 브랜딩이 로고나 명함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나아가 제대로 된 브랜드 디자인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지요. 요즘 클라이언트들은 좋은 디자인을 많이 알고 있어요. 경험이 풍부한 덕에 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죠. 이전에는 클라이언트를 가르쳐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는데, 요즘은 다들 기초 지식 정도는 터득하고 있어요. 이러한 클라이언트는 요구하는 것도 많고 더욱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얻고자 압박을 주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도 발전할 수 있으므로 무척 생산적입니다. 사실, 우리는 꽤 적응력이 강한 편이에요. 시작은 프린트 디자인 전문 스튜디오였지만, 지금은 공간과 오브제는 물론 클라이언트의 브랜드 경험을 향상시키는 시스템까지 디자인하고 있어요.
 
만일 다시 새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된다면, 다르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전혀 없어요. 우리는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시간을 무척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다시 한다 해도 그와 똑같이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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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클리포드 피어(The Clifford Pier) 레스토랑 브랜딩 작업으로 번화한 항구 지역 전통에서 영감을 받았다. 생강꽃 모티프와 시폼, 코랄, 파랑 등의 색상 구성이 특징이다.
 
 
 
 
 
포린 폴리시
FOREIGN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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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경력을 쌓아온 야렝 유(Yah-Leng Yu)와 아서 친(Arthur Chin)이 설립한 에이전시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디자인 및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6년 5월호 : 일러스트레이션의 도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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