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코끼리가 숨어 있다
지은이: 에롤 모리스(Errol Morris)
옮긴이: 김일선, 권혁
디자인: 인수정
출판사: 돋을새김
판형: 145×225mm
페이지: 380쪽
가격: 23,000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에롤 모리스의 사진에 관한 책이 최근 한국에 출간되었다. 아마 대다수 사람이 그를 <가늘고 푸른 선>이라는 1988년의 영화 및 관련 사건으로 기억할 것이다. 모리스는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 넘게 복역 중이던 랜달 애덤스에 대해 논픽션 방식의 영화를 만들어 그가 과연 진범인가 끈질기게 추적했다. 이 영화가 큰 주목을 받으며 해당 사건도 재조명되었고 애덤스는 다시 재판을 받아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모리스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 역시 <가늘고 푸른 선>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역사적으로 큰 논란을 빚었던 사진들을 하나씩 수면 위로 꺼내 올려 과연 진실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 요목조목 따지고 든다. 그중 하나는 수전 손택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로저 펜톤의 사진에 관한 것인데 모리스는 1850년대 크림반도에서의 전쟁 당시 촬영된 두 장의 사진이 정말 조작된 것인지 그 자체를 의심한다. 수전 손택이 인용한 책부터 관련 논문까지 샅샅이 훑고 해당 저자나 큐레이터들에게 꼬치꼬치 묻는 것도 모자라 크림반도까지 직접 찾아가 해당 사진을 재현해 조작의 가능성을 거듭 확인한다.
 
과거 탐정으로 일한 바 있는 모리스는 영화에서건 사진에 관해서건 ‘의심’하는 태도를 이처럼 절대 버리지 않는데 이 책의 원제 ‘Believing is Seeing’이 보여주듯 백문불여일견이라는 ‘Seeing is Believing’의 통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람은 믿는 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의 한 구절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하는 작업이 호기심과 꼬장꼬장함의 결합이라는 것에 언제나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다. 여기에 덧붙여 그가 굉장히 용기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싶은데 책 전반에 걸쳐 모리스가 파헤치려 드는 몇 장의 사진은 이미 복잡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으므로 이와 연관된 다중의 의견을 모두 부관참시하여 어떠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당연히 특정 인물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믿는 대로 보는 ‘시각에 관한 의심’을 견지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사를 짤막하게 이야기하는 프롤로그에서 그는 왼쪽 눈의 시각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밝히며 이러한 태도가 ‘내 시각에 대한 나의 의심’과 연관 있을 수 있음을 나지막이 암시하기도 했다.
 
한국어판 제목은 아마도 “(사진) 프레임의 가장자리에는 언제든 코끼리 한 마리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책의 한 구절에서 따온 성싶은데 이 말 그대로 사진이 숨긴 걸 밝히는 과정을 오롯이 따라간다는 측면에서 웬만한 추리소설 못지않게 박진감이 넘친다. 그러므로 사진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며 또한 유려한 문장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에 관한 사진을 다루다 보니 역사 관련 배경지식이 조금 있다면 모리스의 추적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책 소개
 
놀랍도록 치밀한 논픽션의 세계
 
2004년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받은 에롤 모리스는 실험적인 형식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유명하다. 그의 영화적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이 책은 오랫동안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다큐 사진들을 추적한 논픽션의 완벽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널리 알려진 사진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논쟁들에 직접 뛰어든 저자는 끝없는 호기심과 역발상 그리고 꼬장꼬장함을 바탕으로 의심받고, 비난받는 사진들이 드러내면서 동시에 감추고 있는 진실을 추적한다.
 
 
 
■ 지은이 소개
 
에롤 모리스(Errol Morris)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2004년 <전쟁의 안개>로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받았다. 1948년 뉴욕에서 태어나 유대인 가정에서 자랐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으며, 프린스턴 대학원에서는 과학사를, 버클리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했다.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에 깊은 감명을 받아 1975년에 위스콘신의 플레인필드에서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과 여러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했다. 영화와 책으로 발표하기 위한 작업이었지만 작품을 완성하지는 못했다. 지나친 꼼꼼함으로 한번 구상한 작품들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모리스를 자극하고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친구인 독일의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는 영화가 완성된다면 자신의 구두를 요리해 먹겠다고 약속한다. 1978년 그의 첫 작품 <게이트 오브 헤븐>이 완성됐을 때, 헤어조크는 구두를 요리해 먹는 이벤트는 벌였으며, 이 과정은 레스 블랭크에 의해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었다.
대표작은 <가늘고 푸른 선>(1988)으로,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 넘게 복역 중이던 사형수 랜달 애덤스는 이 작품을 계기로 다시 재판을 받아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작품상, 에미상,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미국 추리작가 협회의 에드가상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애플, 시티뱅크, 인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나이키, 리바이스 등을 비롯한 기업의 텔레비전 광고를 1,000편 이상 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게이트 오브 헤븐>(1978), <가늘고 푸른 선>(1988), <전쟁의 안개>(2003), <타블로이드>(2010), <언노운 노운>(2013)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김일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제어계측공학과 박사.
삼성전자, Nokia, Irdeto, Synaptics 등 IT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에서 개발 및 기획 일을 했으며, 현재는 IT 분야의 컨설팅과 전문 번역 및 저작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빅히스토리 5』, 옮긴 책으로 『물리학 오디세이』 등이 있다.
 
권혁
아주대 영문과 졸업. 출판 기획과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군주론』, 『월플라워』, 『존 스타인벡의 진주』, 『샌드위치가 된 샌드위치 백작』, 『우주에는 신이 없다』, 『미디어 씹어먹기』, 『나이를 속이는 나이』 등이 있다.
 
 
 
 
 
 
 
 
 
 
 
이 기사는 ‘CA 2016년 5월호 : 일러스트레이션의 도약’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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