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이미지의 시대다. ‘이미지의 홍수’라는 말이 생긴 지도 꽤 되었건만 그럼에도 포화 상태는 날이 갈수록 경신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주된 흐름이 완전히 이미지 기반의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간 것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초기 소셜 미디어 강자였던 트위터라는 별은 저물어서 연일 적자 소식을 알리고 있고 그 자리에는 인스타그램이 새로운 별로 떠올랐다.
 
수많은 이미지 중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을 타고 함께 떠오르는 것은 단연 일러스트 작업일 테다. 사진이나 그래픽 디자인 작업 역시 각종 디지털 플랫폼이 발달하기 이전과 비교한다면 물론 더 많이 공유되고 한편 그만큼 쉽게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는다는 이미지의 엄청난 장점과 전 세계를 무대로 삼는 소셜 미디어의 특징이 만났을 때 특히나 직관적으로 이해나 공감하기 쉬운 일러스트 분야가 제대로 조명받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분야와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창작자마다 고유한 개성이 분명하며 더욱이 중요한 것은 대중이 이를 분간하기 어렵지 않다는 사실도 한몫했을 테고 말이다.
 
일러스트 작업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분야 내 변화 양상도 가속도를 받았다. 소셜 미디어의 시초격인 페이스북에서 GIF 파일을 지원하면서 이른바 ‘움짤 이미지’라 불리는 GIF 일러스트가 급격히 많이 공유되기 시작했고, 새로운 기술과 기법에 관한 접근성이 분야를 막론하고 높아지면서 3D 일러스트 같은 스타일이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플랫폼의 양산 및 확대로 인해 일러스트 분야의 활동이 실제보다 과장되어 보이는 것일 수 있다.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수많은 일러스트 중 일정 수준 이하의 작업 수도 분명히 상당할 것이기에 이것이 양질의 확장인가에 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특기할 만한 점은 기존에는 사진이나 그래픽 디자인 분야가 우위를 점하고 있던 부분을 일러스트가 대신하는 사례가 더욱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화 포스터나 책 표지는 이제 말할 것도 없고 패키지, 각종 영상 등에서도 일러스트를 쉬이 찾아볼 수 있다. 주로 팬시 상품이나 잡지 삽화에서만 발견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에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일러스트의 잠재력을 참신하게 활용한 몇몇 작업을 꼽아 소개한다.
 
어떤 작업을 소개할 것인지 선정하는 고민의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우수한 일러스트레이터는 매우 많기에 몇 가지 기준을 세웠는데 인물 개인보다는 작업이 주는 신선함이 우선의 선택 기준이었다. 즉, 일러스트의 사용이 흥미로운 작업을 먼저 찾고 해당 작업을 한 일러스트레이터를 추적하는 순서였다. 또한, 될 수 있으면 6개월 이내에 회자되거나 공개된 또는 현재 진행 중인 작업 안에서 찾고자 했다. 시차가 크지 않은 작업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보아야 일러스트 분야의 현재를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는 다소 주관적인 기준일 수 있으나 근래에 에 등장한 적 없는 인물에 집중하고자 했다. 앞서 언급했듯 흥미로운 작업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으므로 부득이하게 3년 이내에 다뤘던 사람을 다시 소개하게 된 경우도 있지만 유사한 조건에 있다면 에 자주 등장하지 않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을 택했다. 이 조건들을 교차 확인하며 5가지의 사례를 추렸다.
 
덧붙어 해당 작업을 직접 진행한 일러스트레이터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나 협업자의 의견도 함께 들어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창작자 본인의 이야기도 분명 재미있고 유의미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대체로 매우 신선했다. 온전한 내부자도 완전한 외부자도 아니라 경계에 있는 제삼자가 더욱 넓게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일러스트 분야 역시 저 홀로 서 있을 수는 없기에 해당 분야와 연관된 이들의 관점을 두루 접하니 새로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그러면 이제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오마이걸 일러스트 트랙리스트
 
 
Print
 
트랙1 ‘LIAR LIAR’ 일러스트
가사의 내용을 어느 정도 담아내면서 곡의 산뜻한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타이틀곡인 만큼 오마이걸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파이(채세희)
SKULD18.BLOG.ME

소녀와 블루 톤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며 롱테이크 영화를 보며 스낵을 먹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 여행하면서 돈이 없어도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03_SPECIAL REPORT_02_02_04
 
트랙2 ‘B612′ 일러스트
음악 관련 작업을 할 때는 곡 자체의 느낌도 중요하지만 노랫말에 집중하는 편이다. 해당 작업에서도 브리프 당시의 곡 설명을 염두에 두면서도, 가사에서 느껴지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미지화하려고 노력하였다.
 
 
최정현
CJroblue

INSTAGRAM.COM/CJROBLUE

CJroblu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03_SPECIAL REPORT_02_02_06
 
트랙3 ‘I FOUND LOVE’ 일러스트
노랫말을 반영하면서도 재미있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곡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나타내어 보는 사람들이 절반의 이해와 절반의 궁금증을 갖길 바랐고, 그 궁금증이 노래를 들었을 때 퍼즐처럼 완성되길 원했다. 동화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오마이걸 특유의 이미지 역시 반영하고자 했다.
 
 
정효천
GRAFOLIO.COM/ZOHADI90

디자인 전공 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현재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글과 그림을 엮어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작고 가벼운 일기’라는 이름의 스토리픽을 연재 중이다.
 
 
 
 
 
03_SPECIAL REPORT_02_02_08
 
트랙4 ‘KNOCK KNOCK’ 일러스트
소녀들 사이의 미묘한 질투와 우정이라는 가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해석과 상상력을 더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친구의 마음을 방으로 설정하여 엿보고 문을 두드리는 등 소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러 에피소드를 설정했다. 전체적인 색감과 톤 또한 곡의 밝은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작업했다.
 
 
장우주
BLOG.NAVER.COM/WOOJOOFOLIO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광고, 출판, 사보 등의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03_SPECIAL REPORT_02_02_10
 
트랙5 ‘한 발짝 두 발짝’ 일러스트
제목과 곡 분위기에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소녀의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이른 아침, 낯설지만 설레는 사람과 함께 자연을 걷는 소녀가 본 세상을 그렸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흡사하기에 그런 의미에서 사슴이나 나무 등 자연의 이미지를 다수 활용했다.
 
 
김윤선
INSTAGRAM.COM/YSUN_85

일러스트레이터로 다양한 전시와 출판사 삽화, 컬래버레이션 작업 등을 진행했다. 주로 패션과 여성을 주제로 소소한 일상이나 여행지 등을 그리고 있다.
 


 
플레인 아카이브의 블루레이 커버 아트웍
 
 
03_SPECIAL REPORT_02_03_06
 
<멜랑콜리아> 일반판 커버 아트웍
“<멜랑콜리아>는 제게 상당한 전율을 끼친 영화여서 그 특유의 본질적인 우울함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 컸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의뢰 내용으로 인해 저의 부담은 한결 덜해졌지요. 플레인은 주인공인 두 인물에 중점을 두는 쪽을 제안했고 이에 인물의 감정선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영화 속 장면을 함께 찾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한편, <멜랑콜리아>의 표제는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가 담당했는데요. 캘리그래피의 색상이 실버로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캘리그래피와 일러스트의 조화를 위해 배경 없는 그림을 요청받았습니다. 스케치를 판화지에 옮겨 연필로 원화 작업을 마쳤고, 후가공을 위해 부케와 찻잔에 포토샵으로 색을 넣어 완성했습니다.”
 
 
황미옥
OOMIOK.BLOG.ME

일러스트레이터로 단행본, 매거진, 영화, 제품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타임투블라썸 패키지 일러스트
 
 
수정03_SPECIAL REPORT_02_04_35
 
일러스트가 활용된 타임투블라썸 패키지
 
 
03_SPECIAL REPORT_02_04_34
 
타임투블라썸 패키지 일러스트
“전체적인 테마는 ‘환상적인 충전의 순간(Fantastic Idle Moments)’ 혹은 ‘사소하지만 삶을 마법같이 만드는 행동’입니다. 그 안에서 소소하지만 기분 좋게 만드는 일상의 조각들을 그려봤어요. 사람에 비해 다양한 모습과 상황에 맞는 위트를 적용할 수 있기에 동물을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사람보다는 동물 캐릭터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동물의 선택에는 제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브리프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자유롭게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하나의 동물에 한 가지 행동만’이라고 정해놓지 않고, 상황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에 곧장 생각나는 동물로 짝을 지었거든요. 예컨대, 일광욕이라는 상황에선 나른한 고양이를 떠올리는 식이죠. 제가 좋아하는 영어 표현인 ‘Sunny side up’은 달걀 프라이를 할 때 노른자가 위로 가도록 하는 요리법인데, 여기에는 닭 요리사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이외에도 강아지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장면은 단순히 제가 연출하고 싶었던 조합이고요. 이런 식으로 온전히 저의 취향을 반영하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진행했습니다.”
 
 
윤예지
BEHANCE.NET/SEEOUTERSPACE
SEEOUTERSPACE.COM

10년 차 일러스트레이터로 책, 포스터, 패키지,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고 <땅콩나라 오이제국>과 라는 그림책을 출간한 바 있다.
 


 
KBS2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오프닝 시퀀스 일러스트
 
 
03_SPECIAL REPORT_02_05_00
 
03_SPECIAL REPORT_02_05_01
 
03_SPECIAL REPORT_02_05_03
 
KBS2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오프닝 시퀀스 일러스트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색상을 활용하자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캐릭터 개개인의 특징을 살린 아트웍을 중심으로 모션은 최소화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전형적인 드라마 오프닝 시퀀스에서 벗어나고자 배우들이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은 모습을 토대로 작업했습니다. 우선은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색상을 나누고, 연기라는 핵심 요소에 집중하면서 각 오브제가 너무 튀지 않도록 조정했습니다.”
 
 
김상인
SANGINKIM.COM

아직도 궁금한 게 너무 많은 철없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배스킨라빈스 광고 영상 배경 일러스트
 
 
03_SPECIAL REPORT_02_06_40
 
배스킨라빈스 광고 영상
 
 
03_SPECIAL REPORT_02_06_38
 
배스킨라빈스 광고 영상 배경 일러스트
“사실적인 이미지와 형태보다는 상상력이 가미된 조형성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만의 상상이 담긴 조형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려고 했지요. 너무 과한 상상은 컨셉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정도를 조절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유럽의 소도시 저녁 느낌’이라는 장소와 시간을 표현해야 했고, ‘핑크 스푼’에 관한 영상이었기에 분홍을 주요 색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보랏빛이 어우러진다면 더욱 매력적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정소현
BLOG.NAVER.COM/HYUNSO1009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이다. 어렸을 적에 크레파스를 쥐던 순간부터 꿈이 화가였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지금까지 한길만을 걸어왔고, 동화에 동화되어 동화 같은 삶을 살고 싶어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그림을 통해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6년 5월호 : 일러스트레이션의 도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A_221_201604_W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