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서울, 그리고 고전 게임이 한데 모인 영상이 공개됐다. 이 호기심 어린 이미지와 사운드의 집합은 초타원형 출판의 <CC>를 위한 티저 영상이다. 90년대를 살아왔다면 누구에게나 반가울 도트 이미지가 익숙한 듯 신선한 사운드와 함께 어우러진다. 고양이의 형상을 하고 서울 곳곳을 누비는 게임 장면들과 함께다. 이 흥미로운 티저 영상에 관해 제작자 ‘초타원형 출판’과 간략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CC>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CC>는 2016년 5월 5일부터 7월 4일까지 60일 동안 후원받아 진행하는 초타원형 출판의 두 번째 단행본입니다. 전작 <PBT>가 미시적인 시점에서 디지털 이미지와 도구 제작의 비화를 다뤘다면, <CC>는 거시적인 시점으로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속에 숨은 문화를 탐구합니다. 저작권이 없는 모호한 무명씨들의 것, 오래된 현대 건물들, 뻔뻔한 카피, 오리지널 아닌 오리지널, 잊혀버린 전설, (무)절제와 (무)질서, 인터넷과 현실 세계를 나누는 경계로의 서울을 고양이가 방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통해 묘사할 것입니다.
 
이전에 출간하신 <PBT>도 그렇고, 영상을 활용하고 계신데요. 인쇄물을 출간하면서 티저 영상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PBT>의 티저 영상은 정보 전달에 충실하게 제작한 것입니다. 광고라기보다는 콘텐츠의 설명에 가까웠지요. 반면 <CC> 티저 영상은 온전히 광고를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SNS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개인 취향으로 재조합된 타임라인에서도 눈에 띄도록 구상했지요. 취향의 구애를 받지 않는 만인의 관심사를 주요 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이 티저 영상은 광고이지만 광고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궁금증을 자극하는 데에 집중한 것이죠.
 
게임처럼 구현된 티저의 구체적인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CC>의 저자는 대부분 80년대 생으로, 이들의 추억은 상당 부분 컴퓨터나 TV 등 시각매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게임은 이들이 공유하는 가장 보편적인 문화입니다. 90년대에 그들이 향유한 게임은 이른바 고전게임, 그중에서도 도트 애니메이션은 이제 역사적인 산물이 되었습니다. 제작에 앞서, 70-80년대 출생자들이 두루 즐겼을 법한 게임들을 추리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각 게임의 오프닝 시퀀스와 게임 장면, 대사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디렉팅을 맡아준 rudwn700 님에게 고전 게임에서 ‘쓰일 법한’ 폰트와 도트 이미지를 담은 레퍼런스를 전달한 뒤, 1분 30여 초의 콘티 영상을 부탁드렸습니다. 도트 이미지는 윤슬기 님께, 티저 영상의 사운드는 타카스시 님께 의뢰했습니다. 타카스시 님께 고전게임의 사운드 같지만 고전게임은 아닌, 이른바 페이크 패미콘(fake famicon) 혹은 페이크 칩튠 사운드(fake chiptune sound)를 부탁드렸죠. 사실 이 티저 영상은 고전게임을 표방했을 뿐 실제 고전적인 방식으로 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윤슬기 님의 그림은 도트였지만 벡터로 치환된 포스터를 다시금 JPEG로 압축한 것이었죠. 또한 엄밀히 말하면 rudwn700 님의 영상도 도트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도트 그래픽을 활용한 애프터이펙트의 벡터 애니메이션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티저를 제작한 세 사람은 따로 만난 적도 없고 서로가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티저 영상의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이 티저는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과 분위기를 허상으로 엮은 가짜들의 목록이자 이미 현실에서 발표된 이미지의 집합입니다. 이 가짜 게임에서 유일하게 진짜인 부분은 게임에서 통용되는 원칙과 규칙일 것입니다. 게임에서의 자살은 캐릭터의 죽음과 직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개의 목숨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죽음을 선택하고 다시 플레이해야만 합니다. 거듭된 시도 끝에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와 세계상(image)을 목도할 수 있습니다. 티저 속 고양이 캐릭터 ‘CC’의 죽음 이후 검은 고양이가 공터에서 서울의 전체적인 모습을 내려다보듯이요. 이것이 목숨이 단 하나뿐인 현실과 대비되는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보았기에 티저는 허무해 보이는 죽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영상의 내용은 책 <CC> 속 고양이의 여정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티저의 스토리는 철저히 기획된 것이라기보다는 여러 게임을 가지고 콘티를 짜다가 나온 우연한 결과였으니까요. 그럼에도 주된 내용을 설명해 드리자면, 고양이가 목숨을 던져가며 바라보려 한 도시의 풍경이 실은 게임 화면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자신조차도 다시 게임의 일부가 된다는 것입니다.
 
포스터와 같이 검정/분홍으로만 이루어지던 영상이 CC가 죽고 난 이후 색깔을 갖추어 나가는데요.
색상 팔레트는 ‘게임보이 컬러’의 게임 <포켓몬스터 RED>를 참조하였습니다. 게임보이 컬러 기기의 모양은 ‘미니 게임보이’와 거의 유사하고 약간의 크기 차이만 있어서 ‘게임보이’의 유사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게임보이 컬러는 8비트 게임을 구동하는 기기임에도 실제로는 15비트의 색상을 렌더링할 수 있고, 나아가 특수한 게임은 2,000개의 색을 낼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티저에서 재생된 장면들은 TV에 연결된 게임 화면입니다. 그 옆엔 게임보이 컬러도 기둥처럼 쌓여있죠. 그렇다면 고양이 CC가 즐긴 게임은 과연 이 중에서 어떤 기기를 사용한 것이었을까요?
 
 
<CC>는 TUMBLBUG.COM/C_C에서 살펴보고 후원할 수 있다.
 
 
 
초타원형 출판
WWW.SUPERELLIPS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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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CC from Superellipse on Vimeo.

 
 
 
 
 
 
 
 
 
 
 
 
이 기사는 ‘CA 2016년 6월호 : 패키지 디자인을 잡아라’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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