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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여러 잡지사로부터 초상 작업 의뢰를 받는다. 그럴 때마다 지인들은 “어째서 너에게 초상을 의뢰하는 걸까? 그냥 사진을 쓸 수도 있을 텐데?”라고 묻곤 한다.” 본이 설명한다. “아마도 특정 ‘분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들이 회화나 드로잉에 내재된 손의 노고(craft)를 높이 사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진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부분이 내겐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초상 작업이 전반적으로 ‘분위기’와 관련 있다는 점 말이다.”

본의 작품 중 하나를 골라 멀리 떨어져서 감상해 보자. 나이키를 위해 그린 다채로운 색상의 축구 선수 초상이든, 아니면 세심한 음영으로 그려낸 새의 흑연 드로잉, 「마이그레이션(Migration)」 이든, 본의 작품 속에는 강력한 구도 감각이 깃들어 있다. 그는 여러 형상들을 결합시켜 이미지로 보는 이의 시선을 끌어당기는데 여기서 형상들이란 때론 배경에 뿌려진 물감 자욱일 수도, 그림에서 싹 지워진 빈 자리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본은 세부의 핵심 영역으로 당신을 인도한다. 그리고 가까이 들여다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실제 그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세부는 상당히 모호하다. 추상적인 형상들, 무리지은 형상들, 그리고 본의 손이 남긴 온갖 자욱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미지들을 해체하고 특정 요소들을 비트는 과정이 고도의 리얼리즘과 병치된다. 본의 작품에서 제거된 부분은 남아 있는 부분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는 지나치게 요란한 것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것을 보여주면 실패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헐리우드 영화의, 특수 효과가 쓰인 장면들이 싫다. 영화 내내 장면 속 모든 것에 초점이 맞춰져 만물이 너무 자세히 보인다.” 손으로 가볍게 탁자를 두드리며 본이 이야기한다. “ 가령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최악이었다. 안 그래도 엄청나게 복잡한 장면인데 그 모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점을 벗어나는 것이 없으니 결국 보는 이의 시선은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본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보통 얼굴을 페이지에서 가장 집중된 요소로 삼는 게 좋다. 그러면 시선이 세부로 직접 향하지 않게 된다. 이는 시선에 특정한 초점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 곳에 집중된 시선은 이미지 전반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옥외 광고판에 붙은 웨인 루니(Wayne Rooney) ‘사진’은 당신의 시선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이 그려낸 예술적인 웨인 루니 ‘초상’이 당신의 시선을 잡아 끌지 못하는 일은 없다. 나이키는 본의 주요 클라이언트 중 하나다. 위의 프로젝트 일환으로 그는 루니를 비롯한 16명의 축구 선수들을 그린 대형 이미지를 제작했다. 또한 그는 나이키 US를 위해 마이클 조던과 다른 농구 선수들의 초상을,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와 럭비 선수 후안 헤르난데즈(Juan Hemández)의 모습도 그린 바 있다. 본 자신은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지만 스포츠와 관련된 이미지 작업을 좋아한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제공되는 사진들이 다른 고루한 작업에서 받게 되는 사진들보다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지극히 역동적이다. 스포츠 관련 이미지 안에는 갖고 놀 수 있는 구조적 선들이나 기하학적 요소들이 많다.” 본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스포츠 팬이 아닌데도 스포츠 관련 작업을 많이 하니 다른 사람들은 내가 스포츠를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내가 그리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누군지도 모른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스포츠 관련 작업을 정말로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다.”

 

*기사 전문은 CA Collection 03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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