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 파지>는 충무로에 작업실을 얻은 후부터 꾸준히 모은 파지를 재구성한 포스터 시리즈입니다. 작업실 근처 골목마다 인쇄소가 많은데 매일 가장 마음에 드는 파지를 골라서 작업실로 출근하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인쇄 생산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물인 파지는 누구의 의도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서 그 형태가 모호한데 저는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상황과 그 형태가 마음에 들어요. 모은 파지를 형태와 색깔별이나 날짜별 또는 재단선이 남아 있거나 인쇄 오류로 버려진 것 등으로 나눠봐요. 인쇄 후가공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요. 그 상태에서 기하학적인 형태들을 이리저리 배열하고 붙여서 구성하는 식으로 작업했습니다.
 
다른 작업을 보더라도 주로 북디자인 작업이 많은 등 물성을 갖는 인쇄 매체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요.
3년 전, 색에 대한 워크숍 포스터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대량으로 생산되는 인쇄 포스터에는 사용하기 어려운 재료들을 사용한 적이 있어요. 형광 시트지, 방수 원단, 연필이나 볼펜 등 대부분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들이었죠. 물성을 다룰 때 손의 감각과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감각은 모니터에서 구현하는 표현 방식 및 감각과는 완전히 달라요. 큰 규칙만 세워두면 다른 사람이 그 작업에 참여할 수도 있고요. 그때부터 소량으로 제작할 수 있는 환경에서나 마음이 맞는 협업자가 있으면 물성을 직접 다루는 작업을 해왔어요. 책, 포스터 등 대량으로 생산해야 하는 작업과 직접 물성을 다루며 몸을 움직이는 작업은 서로 다른 작업 방식에 필요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전반적으로 평소에 일상을 관찰하는 습관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보통 제가 머무는 장소와 사람들, 그 주변의 이야기로부터 작업의 기본 이야기가 출발하는 식이에요. 주변을 관찰하고 일상의 사물들 위치를 다르게 해보죠. 저에게는 일종의 놀이인 셈인데요, 처음부터 구조를 세워 놓는 게 아니라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것들이 어떠한 구조로 조금씩 합쳐지려는 그 순간부터 놀이에서 본격적인 작업 단계로 넘어가요. 이렇다 보니 놀이와 작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특히, 일상에서 익숙하던 것이 어떤 계기로 낯설어지는 순간에 흥미를 느껴요. 익숙한 사물이 낯선 형태로 바뀔 때, 이전과는 새로운 기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예주
YEJOULEE.COM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하자센터에서 배우고 일했다.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더배곳을 졸업했고 <Bb: 바젤에서 바우하우스까지>를 공동 기획 및 편집, <기억 박물관>을 출간했다. 현재 충무로에서 동료들과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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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CA 2016년 6월호 : 패키지 디자인을 잡아라’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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