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미국 디자인 특징을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참 난감할 것 같다. 미국은 지리적으로도 워낙 큰 국가인 데다가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뒤섞여 있어 디자인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특징을 하나로 명명하기에 꽤 난해하다. 그럼에도 미국 디자인의 대표격을 찾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몇 있는데 그중 글자로 가득한 뉴욕 퍼블릭 시어터의 포스터 하나쯤은 꼭 포함될 테다.
 
이는 1994년에 퍼블릭 시어터의 새로운 아이덴티티와 홍보 그래픽 시스템을 만든 그래픽 디자이너 폴라 셰어의 작업인데, 이후 다른 극장이나 문화 기관의 그래픽 디자인이나 아이텐티티에 큰 영향을 끼쳤고 화려한 색상에 글자로 가득한 포스터 작업들은 미국 디자인에 레트로의 바람을 몰고 왔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45년째 꾸준히 그래픽 디자이너의 길을 밟아온 폴라 셰어는 1991년 펜타그램에 첫 번째 여성 파트너로 합류하며 여러 여성 디자이너의 롤모델로 자리 잡기도 했다. 오는 9월 국제그래픽연맹(이하 AGI) 서울 총회로 한국을 찾을 그녀를 미리 만나보았다.
 
프로필 사진: 이안 로버츠(Ian Roberts)
 
 
 
▶ 퍼블릭 시어터가 매해 여름 센트럴 파크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연극 프로그램
‘Shakespeare in the Park’ 관련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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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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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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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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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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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기 작업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CBS 레코드에서 일할 당시 디자인했던 앨범 커버나 퍼블릭 시어터 작업들은 여전히 당신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당신이 의도했든 아니든 많은 사람은 이를 레트로 스타일이라고 부르고요.
레트로는 주로 과거로부터 빌려온 것을 일컫는데요. 제 생각에 퍼블릭 시어터 작업의 경우는 아마 주로 대문자로 쓰이는 미국의 목각활자에서 비롯된, 타이포그래피에서의 연관성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이 타입 스타일은 빅토리아의 시대에서 온 것이지만 퍼블릭 시어터의 현재 주요 폰트는 회플러 타입 파운드리에서 나온 녹아웃(Knockout)이에요. 오래된 목각활자를 재현한 것이죠. 1970-80년대 그러니까 디자이너로서 초기에 CBS 레코드에서 저는 여러 옛날의 디자인 스타일로 실험했고 그중 포스터는 구성주의와 빅토리안 타입의 결합이었어요. 이 작업 대다수는 현재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불리고 있고요.
 
색상은 디자인에서 언제나 중요한 요소인데요. 이처럼 색상이 화려한 앨범 커버나 포스터를 작업할 때 색상을 고르는 기준이 특별히 있었나요?
색상은 정신을 표현하고, 의미를 만들며, 이목을 끄는 도구 중 하나죠. 퍼블릭 시어터 포스터 작업 중 다수에 밝은 색상을 사용했는데 보통 뉴욕시의 거리나 지하철에 걸리기 때문이었어요. 복잡하고 붐비는 환경에서도 돋보여야 하니까요.
 
이러한 작업과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색상은 당신의 개인작업인 지도 드로잉에서도 종종 드러납니다. 지도를 그리는 것에 관심이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도 드로잉은 제 개인작업이면서 큰 규모의 페인팅이기도 한데요. 주로 갤러리에서 선보이며 판매도 하고 있어요.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이뤄지는 디자인 업무에 관한 일종의 해독제로, 통계와 정보의 성격을 갖는 이 복잡한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죠.
 
 
 
▶ 개인작업 지도 드로잉: paulaschermaps.com에서 다른 작업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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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 2003,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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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Counties and Zip Codes’, 2015
 
 
 
윈도우 8이나 시티뱅크처럼 전 세계적인 로고 디자인에서는 일부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전반적인 요소가 중요하리라 생각하는데 글로벌 기업과 일할 때에는 어떤 점을 고려하는지 궁금합니다.
국제적인 브랜드의 로고 디자인은 엄청난 평이함을 요구해요. 대개 브랜드 홍보나 광고는 서로 다른 언어로 그리고 지역적으로 전달되므로, 로고는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지역의 색다른 요소와도 잘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합니다.
 
한편 미국 디자인에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많은 사람이 네덜란드 디자인, 스위스 디자인 등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미국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경우는 잘 없잖아요.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국적으로 구성된 그야말로 다양성의 국가입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작고 꽤 동질적인 집단이고요. 미국 디자인에는 구식의 상업 미술과 유럽 모더니즘의 영향이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제각기 다르게 해석되어 나타나는 것 같고요.
 
지난 10년간 환경 그래픽 디자인도 많이 해오셨죠. 이러한 프로젝트가 2D 기반의 작업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궁금합니다.
저는 거의 지난 18년간 지속해서 환경 그래픽을 디자인해왔고 이는 제 일의 큰 부분인데요. 이러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기관이나 극장의 아이덴티티와 연계되는데 사이니지는 보통 아이덴티티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제 팀은 각양각색의 3D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작업하고 이에 모든 것의 가상 모델을 만들 수가 있어요. 우리는 종종 이런 식으로 작업을 보여주죠. 또한, 그간 저는 여러 재료에 관해 그리고 무언가 구성되는 방식에 관해 굉장히 많이 배웠습니다. 뉴욕시 디자인 위원회에서 6년간 일하면서는 도시가 어떻게 규정을 만드는지 배웠고 뉴욕시에 건설될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해 의견을 밝히기도 했죠. 매우 흥미롭고 많이 배운 경험이었습니다.
 
어떤 디자이너는 자신이 굉장히 잘하는 특정 부문에 안주하기도 하는데요. 다양한 부문을 경험한 디자이너로서 도전을 향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에 관해 조언해주신다면요?
제 생각에는 자신이 적당히 잘하는 범주를 벗어나서 해본 적 없는 프로젝트에 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령 실패한다 할지라도 이로써 성장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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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리디자인한 퍼블릭 시어터 로고
 
 
Public Theater Signage
 
퍼블릭 시어터가 2012년에 1년여간 로비를 보수하면서 폴라 셰어와 그녀의 팀은 관련 환경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했고 결과물은 2013년에 공개되었다.
사진: 피터 모스(Peter Mauss) ©2012
 
 
 
〈CA〉 2016년 4월호에서는 지난 2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2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하셨는데요. 디자이너로서 당신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여러 다른 종류의 프로젝트를 함으로써 저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오래 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에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바를 어느 정도 예상하는데요. 저는 그 기대치를 높인 작업을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오는 9월 서울에서 진행되는 AGI 강연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인가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관해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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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작업한 애틀랜틱 시어터 컴퍼니(Atlantic Theater Company)의 새로운 아이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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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공개된 뉴스쿨(THE NEW SCHOOL)의 새로운 아이덴티티. 관련 내용은 〈CA〉 2015년 8월호에서 추가로 살펴볼 수 있다.
 
 
Grey Group - Signage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 그레이 그룹(Grey Group)의 환경 그래픽 디자인
사진: 피터 모스(Peter Mauss) ©2009
 
 
 
폴라 셰어
PAULA SCHER

PENTAGRAM.COM

45년째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타일러 예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후 CBS 레코드, 애틀랜틱 레코드 등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1991년 디자인 컨설턴시 펜타그램 뉴욕 지사에 파트너로 합류한 이래 25년째 아이덴티티, 브랜딩, 환경 그래픽 디자인, 패키지, 출판물 등 다양한 부문의 작업을 선보였고 특히 퍼블릭 시어터(PUBLIC THEATER) 관련 작업은 현재까지도 미국 디자인에 레트로 스타일을 일으킨 주요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1993년부터 국제그래픽연맹(AGI)의 회원으로 2009-2012년에는 회장직도 수행했으며 2006년에는 뉴욕시 공공 디자인 위원회에 위촉된 바 있다.
 
 
 
국제그래픽연맹 2016 서울잔치
AGI SEOUL 2016

A-G-I.ORG

일시: 2016년 9월 24일-9월 29일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국제그래픽연맹(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e, 이하 AGI)은 1951년에 설립된 단체로 현재 30여 개국, 400여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해 회원국에서 연례 총회 및 전시회, 강연회를 개최해 디자인 분야의 직업윤리를 되돌아보고 디자인 업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데 오는 9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AGI 서울 총회를 연다. 24-25일 양일간 AGI 회원들이 자신의 작업, 철학 등을 나누는 공개 강연회 ‘AGI OPEN’과 회원끼리의 비공개 컨퍼런스 ‘AGI CONGRESS’를 중심으로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DDP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는 AGI SEOUL 2016을 고대하며 이번 6월호부터 4-5회 걸쳐 AGI OPEN에서 강연 예정인 연사들의 이야기를 미리 청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6년 6월호 : 패키지 디자인을 잡아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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