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장 자끄 상뻬 – 파리에서 뉴욕까지
 
일시: 2016년 4월 30일-8월 31일
 
장소: KT&G 상상마당 갤러리, SANGSANGMADANG.COM/GALLERY
 
 
 
‘KT&G 상상마당 20세기 거장 시리즈’의 일환으로 <장 자끄 상뻬 – 파리에서 뉴욕까지>가 진행된다.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 레이먼 사비냑(Raymond Savignac)에 이어 초대된 장 자끄 상뻬(Jean-Jacques Sempé)는 1932년 보르도에서 태어나 꾸준한 작업을 선보이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일찍이 자리매김했다. 거장이라는 단어가 소환하는 묵직함이나 거리감과는 달리 특유의 순수함을 품은 상뻬의 작품들은 소소한 일상들은 품어낸다는 점에 있어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번 전시의 부제 ‘파리에서 뉴욕까지’는 상뻬의 동경의 장소와 아티스트로서 완벽히 도약해냈던 장소를 한데 담고 있다. 상뻬가 그림이라는 꿈을 펼치기 위해 찾은 파리를 시작으로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임을 공고히 하는 영예로운 <뉴요커> 표지 작업에 이른 뉴욕까지, 상뻬 작품 전반을 고루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함의하는 바가 크다. 본 전시는 ‘상뻬, 파리에 가다’, ‘상뻬와 풍자’, ‘상뻬와 꼬마 니콜라’, ‘상뻬와 아이들’, ‘뉴욕의 상뻬’,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이는 상뻬가 집중한 요소들을 오밀조밀하게 조명하고 있지만, 각 섹션을 상뻬 작품 세계의 변화라고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파리를 향한 상뻬의 동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상뻬만의 풍자는 언제나 유지되고 있으니 말이다.
 
상뻬 전시의 다섯 가지 시각은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요령 있게 꾸려진다. 널찍한 전시 장소가 능사는 아니지만, 지난 한국 전시가 고양 아람미술관과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렸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상마당 갤러리는 비교적 협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 디자인은 제법 영리했다. 규모와 관계없이 주어진 공간을 현명하게 꾸리는 것이 전시 디자인의 역할이라면 제 할 일을 능히 해낸 셈이다. 150점의 작품이 벽에 다소 빼곡하게 채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관객의 시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역에 작품들을 구성함으로써 감상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작품은 최대한 시선이 머물 수 있는 범주에 꾸려지되 이를 벗어날 시 아래쪽부터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배치는 신체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상뻬가 사랑한 아이들의 시선도 충분하게 포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보다 널찍한 공간에서 진행되었더라면 좀 더 쾌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간 제약에 크게 개의치 않는 이유는 세심한 관람 안내가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태프는 관람 중간에 간섭하게 될 모종의 상황들을 미리 제해주는 방향으로 친절한 안내를 도모한다. 이러한 전시장 내 세세한 요소들이 전시를 한결 더 안전하게 꾸려내고 있는 것이다.
 
장 자끄 상뻬의 작품을 꿰뚫는 정서는 단연 유머다. 재기발랄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표방하는 것이 아닌, 사회의 모순과 개인의 고독에 미소를 더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나은 마음을 가지게 한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도록이 출간되었기에 작품들의 면면이 새로울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가 진부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원화들로 꾸려지는 까닭이다. 작품의 구석구석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살그머니 웃음이 난다. 뒷장의 스케치가 비추어 보이는 건 물론, 지워진 연필 자국과 수정액으로 감춰진 펜의 흔적이 사소한 실수에 노트를 찢어버리는 나의 일면과 겹쳐 보이는 이유이다. 보통 예술이 범접할 수 없는 이른바 아우라를 뽐내는 데에 반해, 상뻬의 그림은 바로 어제 내가 겪은 그 순간과 닮아있다.
 
지난 2011년 전시 이후 장 자끄 상뻬의 앵콜전을 참 여러 번 부르짖었다. 좋은 전시를 보고 나면 으레 ‘장 자끄 상뻬도 다시 왔으면’하고 중얼대곤 했다. 지난 전시가 <꼬마 니콜라>에 국한되어 아쉬웠기 때문이고, 다소 난삽하고 정돈되지 않았던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의 전시 디자인에 못내 섭섭했던 까닭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불편 없이 작품 전반을 돌아볼 수 있던 이번 전시는 과연 탐탁했다. 특유의 순수함과 담담함으로 그 어떤 상황도 괜찮아지게 만드는 상뻬 덕에 한층 나은 삶을 거머쥔 기분이다. “Welcome to Korea!” 마치 이날을 위해 익혀둔 문장 같다. 다시, 장 자끄 상뻬다.
 
 
 
위 이미지: 좀머 씨 이야기(L’histoire de M. Sommer), 1991
 
 
 
CÉSAR-16
 
상뻬의 어린시절(Enfance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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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상뻬(Sempé à New York), 2009
 
 
 
 
 
 
 
 
 
 
 
이 기사는 ‘CA 2016년 6월호 : 패키지 디자인을 잡아라’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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