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의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시장을 조사하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그 아이디어를 전달할 디자인을 구상하고, 그런 다음 적절한 대상 앞에 디자인을 내놓을 방법을 찾는 것이 대체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은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진화하면서 브랜드가 어디서 살아남아야 하고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며 성공 여부는 어떻게 가늠하는지 등이 변화의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램비-네언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아드리안 버튼은 이러한 변화를 하나의 단어로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바로 ‘투명성(transparency)’이다. “새로운 디지털 채널과 소셜미디어 덕분에 세상은 이전보다 훨씬 투명해졌죠. 당신이 소비자에게 하는 약속과 당신의 제품을 차별화하는 방법을 오늘날 모든 사람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해당 브랜드의 문화 혹은 그것과 관련된 모든 것이 다 드러나죠.” 그가 설명한다.
 
한때 브랜딩은 광고에만 의존했었다. 제품의 메시지를 결정한 뒤 그것을 순수하게 한 가지 유형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으로 이러한 상황은 끝났다. 버튼이 강조하듯 ‘정직하지 않다면 금방 들통날 것이다.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야말로 오늘날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자신에게 솔직하기’는 비현실적인 얘기로 들린다. 같은 의미의 보다 현학적인 단어인 ‘진정성(authenticity)’ 역시 애매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것이 2016년 브랜딩의 현실적이고 분명한 목표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는 기본적으로 브랜딩 작업 과정에도 반영될 것이다.
 
앤디 페인이 글로벌 CCO로 일하고 있는 인터브랜드의 경우를 보자. “브랜딩을 시작할 때 우리는 먼저 해당 사업의 시스템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는지를 말이죠. 7-8년 전에 우리는 클라이언트인 CEO의 의도에 맞춰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하려고 작업했지만 2016년에는 실제로 그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관찰합니다. 그들의 입장에 서보고, 부서 간의 협력체계를 이해하고 소비자와는 어떻게 소통하는가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자신들의 운영 방식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조직과 작업해본 사람에게는 이러한 노력이 무리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의 파급력은 매우 커서 많은 클라이언트가 이미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 있다고 NB 스튜디오의 브랜드 전략가인 댄 래들리(Dan Radley)는 말한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걸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몇몇 영리한 브랜드들은 실제로 브랜딩 에이전시보다 생각이 앞서 있죠. 은행 같은 전통적인 조직들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고요. 정말이지 우리는 이제 무언가를 함께 창조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클라이언트와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있죠.”
 
돈 패닉 런던(Don’t Panic Londo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리처드 비어(Richard Beer)가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브랜드들은 대화의 주체로 참여하는 걸 원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늘 찾아간 거죠. 그런데 제삼자로 대화에 깊이 끼어들기는 어렵잖아요.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대화의 일부가 되려면 인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거짓된 인격은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진정성이 있어야 하죠.”
 
그렇다면 어떻게 기업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이 작업은 브랜딩의 아주 초기 단계인 조사 시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기계적인 자료 수집도 여전히 유용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밖으로 나가서 가능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라고 댄 래들 리는 조언한다. 그는 현재 레이븐스본 대학의 아이덴티티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학생부터 교수진과 졸업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당신이 접촉해야 하는 정말 많은 수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합니다. 오늘날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네트워킹적인 접근을 추구해야 하죠.” 목표는 해당 기업의 개성, 이를테면 기업의 진정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래들리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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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타협하라
“주관을 갖고 일관된 시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용감해져야 하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드로가파이브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케빈 브래디가 말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소비자가 소극적이며 제품과 메시지에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소비자와 타협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그것을 가급적 간단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하십시오.”
 
모든 채널을 고려하라
“당신은 거의 모든 채널에서 브랜드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돈 패닉 런던의 리처드 비어가 말한다. “일례로, 채널 4에서 방영한 마블 제작 드라마 <에이전트 오브 쉴드>의 광고를 맡았을 때 우리는 런던과 맨체스터 곳곳에 노란색 광고판을 설치했습니다. 얼핏 보면 경찰 현수막 같았죠. 사람들은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고 온라인에서 화제로 삼았습니다. 디지털 광고가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라
“아름다운 타이포그래피나 레이아웃을 보면 그 탁월한 솜씨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저는 경험이나 제품의 인터페이스 또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디자인을 더 주목하는 편입니다.” 인터브랜드의 앤디 페인이 말한다.
 
보다 조용한 접근법
“디지털 세상은 너무 시끄럽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조용한 접근을 시도한다면 그것이 수많은 시각적 소음 속에서 당신을 눈에 띄게 만들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서덜랜드의 짐 서덜랜드가 제안한다. 다시 말해, 요란한 겉치레에 매달리기보다 단순하고 훌륭한 하나의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것이 당신을 돋보이게 해줄 것이다.
 
나쁜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프로테인 월드의 캠페인 문구 ‘해변에서의 몸이 준비되었나요?(ARE YOU BEACH BODY READY?)’는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더 퓨처 래보래토리의 커스티 민스가 말한다. “하지만 나흘 만에 오천 명의 새로운 고객을 얻었죠. 그렇다면 이 광고는 성공한 걸까요, 실패한 걸까요? 광고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겁니다. 분명한 건 브랜드를 더는 한 가지 잣대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는 거죠.”
 
 
 
올해 피해야 할 브랜딩의 5가지 실수
이미 널리 알려진 브랜드라 하더라도 계속 명성에만 안주할 수는 없다. 브랜드가 발전하려면 소비자와 정직한 소통을 추구해야 한다.
 
인구학적 통계에 의존하는 것
“인구학적 통계에 기대서 특정 집단을 외면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다수 사람은 통계와 무관하게 정서적인 이유에서 제품을 구입합니다.” 더 퓨처 래보래토리의 커스티 민스가 말한다.
 
‘유산’의 지나친 활용
브랜드의 유산에 의존하는 것은 나태한 자세라고 민스는 지적한다. “보다 진실하고 적절한 소재를 찾는 편이 낫습니다. ‘정통성’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외면하는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세계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오늘날 브랜딩에 국경이 없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지역 정서에 민감해야 합니다.” 스튜디오 서덜랜드의 짐 서덜랜드가 설명한다.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하나의 모습만 추구하는 것은 정작 당신이 자국민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특징 없는 브랜드
“5-10년 전보다 브랜딩의 양은 훨씬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대다수가 매우 평범하고 밋밋하죠.” 서덜랜드가 말한다. “디자인 심사를 하다 보면 어떤 작품은 도대체 왜 응모했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엉터리 심리학
“사람들은 종종 브랜딩과 관련하여 잘못된 이야기를 합니다.” 서덜랜드가 이어간다. “이를테면 ‘적극성을 상징하기 위해 노란색을 썼어요.’ 같은 이야기들이죠. 노란색은 그냥 노란색일 뿐입니다.”
 
 
 
 
 

커스티 민스
KIRSTY MINNS

KIRSTYMINNS.COM

더 퓨처 래보래토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품 디자인, 개발, 아트 디렉션, 큐레이션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영국의 디자이너로 2016년 D&AD 어워즈의 브랜딩 부문 심사위원이다.
 
 

케빈 브래디
KEVIN BRADY

DROGA5.COM

드로가파이브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계적인 광고 에이전시인 드로가파이브(DROGA5)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목적이 뚜렷한 정직하고 독특한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특히, 허니 메이드, 프루덴셜 광고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드리안 버튼
ADRIAN BURTON

LAMBIE-NAIRN.COM

램비-네언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1997년에 램비-네언(LAMBIE-NAIRN)으로 옮겨온 뒤 BBC, FIFA, EA 게임즈 그리고 익스피디아 같은 클라이언트를 상대해왔다. 2016년 D&AD 어워즈의 브랜딩 부문 심사위원이다.
 
 

앤디 페인
ANDY PAYNE

INTERBRAND.COM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사장

1994년에 인터브랜드에 합류하여 현재 이곳의 글로벌 CCO로서 창조적 활동을 관리하고 강화, 개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올해 2016년 D&AD 어워즈의 브랜딩 부문 심사를 맡았다.
 
 

글: 톰 메이(TOM MAY)
번역: 이화경
일러스트레이션: 스테파노 마라(STEFANO MARRA), STEFANOMARRA.IT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6년 6월호 : 패키지 디자인을 잡아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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