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에서 10년 사이에 나를 가장 흥분하게 만들었던 사건은 아름답고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의 폭발적인 증가였다. 나는 엄청난 기술과 재능을 지닌 수많은 타입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도전받는 기분이고, 그러한 디자이너 중에서 특히 헨릭 쿠벨(Henrik Kubel), 피터 빌락(Peter Bil’ak), 크리스 소워스비(Kris Sowersby)를 존경한다.
 
그들은 과거의 형태들을 재창조하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합자 혹은 기이한 스텐실 서체를 창조해낸다. 또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들을 조합하거나 가독성을 향상시키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내가 디자이너로 활동해 온 지난 40년을 돌아볼 때, 지금보다 타이포그래피가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시대는 없었다. 지금보다 재미있던 시대도 없었다. 현재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자신만의 폰트 개발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현실적이고 비용 대비 효과적이기까지 하다.
 
타이포그래피에서 기술, 예술, 공예 기법은 역사상 최고의 조합을 이루고 있다. 내 학생들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솜씨와 그 정교함은 놀라울 정도이다. 고학년 학생들은 해외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모두가 하나같이 다양한 언어와 서로 다른 글자에 적용 가능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폰트 디자인을 꿈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글이 아닌 형태를 먼저 읽는다. 우리는 말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먼저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읽히는 글이며 우리 시대의 언어이다.
 
작년에 나는 어느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를 위한 사샤 로베(Sascha Lobe)의 발표를 보고 매우 놀랐고, 또 기뻤다. 그는 ‘덜어낼수록 좋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등을 비롯해 우리 모두가 바우하우스로부터 배웠던 명제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여태껏 몇 번이고 보아왔던 방식의 발표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바우하우스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미치도록 멋진 서체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던 서체였지만 그 서체들은 완전히 새로워 보였다. 바우하우스는 기존의 서체가 지니고 있던 장식적 표현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했다. 게다가 그들은 수년간 강조했던 그들의 명제조차 따르지 않았다. 형태를 취하지 않았기에 덜어낸다는 자체가 무의미했던 것이다. 바우하우스 디자이너들의 기괴하고 복잡한 디자인은 불가능한 합자들과 독특한 자간 덕분에 화려하고 풍성해 보이기까지 했다.
 
사샤는 바우하우스 아카이브에서 현대의 문제 해결을 위한 영감을 얻었고, 이는 지극히 현대적인 형태로 구현되었다. 그는 바우하우스 디자이너들이 창조해낸 놀라운 서체들을 가져와 새로운 알파벳 디자인에 활용했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바우하우스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바탕으로 옛것과 새것을 함께 담아냈다. 그것은 내가 본 것 중 과거와 현재의 타이포그래피 형태를 최고로 적절하게 조합해낸 작품이었다. 사실 그의 작업은 이미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것이며 이전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우리의 일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유행을 좇고 새롭게 여겨지는 것들과 미래 가치를 지닌 것들을 발견해내길 원한다. 하지만 정말로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열정적으로 도전하며 경이로운 방식으로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존재를 재창조해내는 디자이너가 있을 뿐이다.
 
 
 
위 이미지: 사샤 로베가 작업한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아이덴티티. 옛것과 새것의 융합을 통해 고도의 상징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글쓴이

폴라 셰어
PAULA SCHER

PENTAGRAM.COM

디자인 컨설턴시 펜타그램 최초의 여성 파트너로 혁신적 브랜딩, 전시, 편집, 환경 디자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기사는 ‘CA 2016년 7월호 : 개척하거나 사라지거나’에 실린 내용입니다.
 
CA_224_201607_W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