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코우너스: 현장학습(FILED TRIP)
 
일시: 2016년 6월 18일-8월 7일
 
장소: 디뮤지엄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 DAELIMMUSEUM.ORG/GUSEULMOA
 
 
 
디자인, 인쇄, 출판 스튜디오인 코우너스의 전시 <코우너스: 현장학습>이 지난 6월부터 시작되었다. 2016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5팀의 크리에이터 중 세 번째로 전시를 진행하는 코우너스는 이번 전시에서 을지로와 충무로의 인쇄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다양한 매체로 재해석해 전달함으로써, 인쇄물이라는 한정된 결과물을 넘어 제작 과정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인쇄가 일상에서 새롭게 기능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처음 구슬모아 당구장의 2016 전시 라인업이 공개되었을 때 코우너스란 이름에서 갸웃했던 기억이 있다. 과연 코우너스의 전시가 어떠한 방식으로 꾸려질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 때문이었다. 그간 전시장에서 간간이 만나왔던 코우너스는 리소 인쇄와 관련된 작업을 선보이며 단편적인 참여를 꾀해왔다. <2015 타이포 잔치>에서 리소그라프의 결과물을 약소하게 보여주거나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 전에서 리소 인쇄의 방법과 과정들을 선보이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전시 일부분으로, 한두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협소한 구성이었기 때문에 코우너스가 주체가 되어 꾸리는 <현장학습>은 이전과 분위기도, 맥락도 사뭇 달라야만 했다. <현장학습>은 온전히 코우너스가 기획부터 동선까지 낱낱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다채로운 재료들이 있어야 했고, 또 그에 관한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필요했다. 이에 우려가 된 점은 코우너스가 보여줄 만한 소스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어 그들을 어떤 맥락에서 꾸려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현장학습>은 기본적으로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먼저, 전시가 시작되는 도입부에서는 조사한 자료들을 벽면과 중앙 매대를 통해 리소그라프 인쇄물로 소개한다. 이 섹션은 <현장학습>에서 관객들이 가장 먼저 밟는 동선답게 우리가 제일 보편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코우너스의 대표 작업물, 리소 인쇄를 선보인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코우너스가 직접 제작한 선반, 종이함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코우너스의 작업은 평면과만 관계있다고 믿어왔던 좁은 생각이 완전히 망그러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스튜디오에서 실제로 쓸 만한 것들을 제작했다고 하니 그 견고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해봄 직도 할 테다. 이어 세 번째 섹션에서는 당구대를 전시대로 활용하여 을지로와 충무로 일대에서 볼 수 있는 자투리 재료들로 만든 작은 물품들을 선보인다. 기념품으로 명명된 이 물품들은 당구대 위에 산발적이지만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각각의 빛깔을 뽐내고 있다. 마지막 섹션은 가장 안쪽에 있는 공간으로 관람객들이 전시 작품이 수록된 카탈로그를 열람할 수 있게 되어있다. 넘버링이 되어있는 전시장 내 모든 작품을 수록한 카탈로그는 그들의 전시를 쇼룸처럼 보이게도 하고, 동시에 전시 개요를 다시금 떠올려 보게도 한다. 이 전시장을 구성하는 모든 작품과 그 재료들이 을지로, 충무로 일대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카탈로그 표기를 통해 또 한 번 확고히 하면서 <현장학습>과 코우너스의 근원이 전면에 드러나는 것이다. 마치 처음으로 돌아가 전시를 다시 보는 기분이다. 카탈로그를 살펴본 뒤 다시금 찾아보는 작품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현장학습>은 인쇄와 제작 과정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간접적인 경험을 제시함으로써 구슬모아 당구장을 그네들이 말하는 을지로와 충무로 일대로 변화시킨다. 단순히 사실을 보여주는, 이를테면 사진을 통한 직관적인 전시였다면 <현장학습>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우너스는 을지로 일대의 풍경을 담기 위해 그곳의 재료를 활용하면서도 코우너스만의 시선을 담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은 코우너스가 몸담은 환경을 드러냄과 동시에 작업관과 일종의 예술 의식까지도 한데 시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평면, 즉 인쇄물과 리소그라프에만 머물지 않고 오브제와 공간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코우너스의 역량을 십분 느껴볼 수 있는 통로로 자리할 것이다.
 
 
사진 제공: 구슬모아 당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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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CA 2016년 7월호 : 개척하거나 사라지거나’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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