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나 브랜드에 가려진 채 뒤에서 작업하는 디자이너의 시대는 바야흐로 종식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전에는 직업이 먹고 살기 위한 역할로 우선되었던 것과 달리, 언젠가부터 수익적인 측면보다는 하고자 하는 욕구와 꿈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고 있다. 이는 특히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인데, 아이디어를 확장하여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창작자로서의 욕구가 여실히 반영되는 듯도 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점차 다양한 통로로 확장되는 재능은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나 디자인 스튜디오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자체 프로젝트로 연결되고 있다.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대중도 디자인 스튜디오의 자체 프로젝트를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CA> 6월호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루었던 워크스와 박지성의 과자전이 있을 테고 오디너리피플의 셀프 프로젝트 브랜드 삐뽀레(Peopolét)도 언급해볼 수 있을 테다.
 
디자인 스튜디오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별도의 수고를 들여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은 점차 그 가짓수와 분야를 확장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디자인 스튜디오가 디자이너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진, 패션, 음악,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일종의 거대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스튜디오뿐 아니라 한 명의 디자이너가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자그마한 것으로는 자기 홍보를 위해 소셜 미디어의 달인이 되고 직접 작업물을 촬영하면서 기술을 익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고, 크게는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자의 역할이나 기획은 물론 교정 교열까지 도맡는 편집자의 역할을 능히 해내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헤아려 생각하건대 2016년은 재미를 찾는 시대다.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것은 물론, 즐거움에 다가가는 방식 또한 다양해졌다. 이는 디자인 스튜디오 또한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 있어 그 접근 방식이 다채로워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쉽고 빠르게, 또 다양하게 접근성을 높일 수 있게 된 만큼 그 어떤 때보다 현명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이번 7월호에서는 디자인 작업물을 선보이면서도 그와 함께 기타 업종을 겸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들을 모셔 디자인과 자체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선정 기준은 디자인 스튜디오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겸업에 상당 부분 이상 비중을 두고 있는 팔방미인형 스튜디오였다. 아울러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쉽게 연상되지 않은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다면 더욱 흥미로우리라 생각했다. 후보군을 추리는 데에만 해도 긴 시간을 들이고 재차 고민했다. 디자인 스튜디오로서의 정체성이 너무 옅어도 안 되었고, 뻔한 겸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이렇게 선정한 개성 있는 네 팀은 제 개성이 뛰어난 겸업에 임하고 있다든지, 하나의 스튜디오가 다채로운 작업에 동시에 임하는 등 과연 만능형 면모를 띠고 있다. 이네들이 꾸리는 업종들은 익숙하지만 신선하고, 새롭지만 친숙한 디자인의 생생한 면면이다.
 
디자인만을 내세워 브랜드나 기업 뒤에 숨어있는 디자이너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금전적으로 우위에 있더라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상 흥미로운 작업물을 선보이는 데에 얼마간의 한계가 작용하리라. 자, 이제 책 표지로 돌아가 7월호의 제목을 읊어보자. ‘개척하거나 사라지거나’. 바야흐로 스스로 해야만 하는 시대다. 켜켜이 숨겨두었던 아이디어를 차근차근 꺼내어 정제해보자. 별처럼 많은 디자인의 산물들 사이에서 당신이 청아하게 빛날 수 있는 길은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그 위를 걸어가는 것이다.
 
 
제목 없음-
 
좌측 맨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로스페이스, 코우너스, 김가든, 햇빛서점
 
 


 
 
천천히 그리고 착실하게
 
 
제로퍼제로
ZERO PER ZERO

ZEROPERZERO.COM

김지환과 진솔로 디자이너로 이루어진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진솔이, 디렉팅, 디자인, 편집, 제작, 유통 쪽은 김지환이 담당한다. 전체적인 프로젝트는 함께 기획하고 있다.
 
 
 
무척 정교하고 사랑스러운 노선도가 있어 정체가 궁금해 들여다보니 글쎄 이건 진짜 노선도다. 아기자기한 국보책이 있어 살그머니 들추어보니 글쎄 이건 진짜 국보책이다. 기존의 것과 형태는 다르게, 가독성은 보다 뛰어나게 각종 사실과 정보를 그래픽화하는 제로퍼제로는 긴 호흡으로 자체 상품을 제작하며 제로스페이스와 기타 상점에 입점을 통해 판매를 겸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와도 교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에게 자체 제품 생산기와 제로스페이스의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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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도 시리즈: 뉴욕시 포스터
 
 
제로퍼제로는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와 자체 매장 제로스페이스를 병행하며 디자인 물품 등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제로스페이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지환: 처음에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를 운영하게 된 이유가 자체 제작 물품 판매였습니다. 제로퍼제로는 EARTH, TRAVEL, LOVE라는 단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여 작업하고 있습니다. ‘노선도(Railway) 시리즈’를 시작으로 도시와 여행에 관한 작업이 많아지다 보니 이와 같이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죠.
 
클라이언트 업무보다는 자체 프로젝트에 주력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스튜디오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주진 않는지요.
진솔: 제로퍼제로는 2007년부터 노선도 포스터를 판매하여 햇수로 벌써 10년 가까이 이 프로젝트를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튜디오를 유지하기 위해 제로퍼제로의 스타일과 다른 클라이언트 업무도 도맡곤 했는데, 최근에는 자체 프로젝트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다가 자체 프로젝트를 하는 쪽이 경제적인 면에서도 스튜디오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 이쪽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대부분이 긴 호흡으로 제작하는 것들이라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빛을 보는 것도 큰 이유고요.
 
 
제목 음-1
 
노선도 시리즈: 도쿄
 
 
‘노선도 시리즈’는 도시의 노선도와 그래픽 요소를 접목하여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확성과 심미성에 관해 들려주세요.
김지환: 기존 노선도의 모양 역시 제작사에 의해 임의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역과 위치의 정보를 제외한 모든 것에 제작자 의견이 반영되어 있죠.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제작한 것이 저희의 노선도 시리즈입니다. 처음 제작할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지점은 잘 만들어진 공식 노선도가 가지는 익숙함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로퍼제로의 노선도는 가독성과 심미성 모두를 살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정리된 공식 노선도와 경쟁하기 위해 형태적인 측면에선 많이 다르게, 가독성은 보다 뛰어나게 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자체 물품 제작과 제로스페이스 운영이 제로퍼제로를 유지하는 데에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되나요?
김지환: 제로스페이스는 작업실의 여유 공간을 활용한 판매 공간이기 때문에 부가적인 유지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한편 방문하기 힘든 위치와 짧은 오픈시간, 협소한 공간 때문에 발생하는 수익도 적어 수입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죠. 그러나 쇼룸으로서의 제로스페이스는 제로퍼제로의 아이덴티티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또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7월 중에 확장 이전을 할 계획인데, 판매 측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제로퍼제로의 디자인 상품은 입점도 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자체 매장을 운영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로스페이스의 가장 우선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김지환: 제한된 공간에 몇몇 제품만 입점되는 형태는 제품의 장점이나 특징, 브랜드의 스토리를 충분히 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것들이 제공되지 않은 채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로스페이스는 제로퍼제로의 모든 제품을 조화로이 전시하고 있기 때문에 제로퍼제로와 저희의 제품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진솔: 제로스페이스는 사실 쇼룸보다는 작업실의 비중이 훨씬 큰 공간입니다. 쇼룸으로서의 제로스페이스는 저녁에 잠깐 문을 여는 형태니까요. 처음 쇼룸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제로퍼제로의 포스터 샘플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서였어요. 입점만 진행할 때엔 커다란 포스터 전부를 샘플로 걸어두긴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제로스페이스를 운영하고 보니 저희 제품과 작업물들이 함께 진열된단 자체만으로 이야기가 풍부해진단 생각이 들어요.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의 친척 같은 결과물들이 언제나 주변에 존재한다는 게 든든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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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한민국의 국보> 및 관련 배지
 
 
독창적인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하는 디자이너나 스튜디오가 늘어나는 가운데, 제로퍼제로가 눈여겨보는 이들이나 특별한 흐름이 있는지요.
김지환: 코우너스, 워크스, 길종상가가 떠오릅니다. 잠재적 수요를 찾는 다양한 시도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흐름에서 차별화를 두어 독창적인 자리매김을 하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전통적인 경력 쌓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문으로 나아가는 것을 꿈꾸는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김지환: 먼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무엇을 잘할지는 꼭 그 분야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평소의 생각, 습관, 성격 등으로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정답은 없기 때문에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가장 열정적으로 할 수 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03_SPECIAL REPORT_02_03_20
 
최근 4종으로 출시한 기본 노트 시리즈
 
 
 


 
 
유연하지만 분명한 경계를 안고
 
 
코우너스
CORNERS

CORNERS.KR

리소 인쇄소와 소규모 출판사를 겸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조효준, 김대웅이 2012년에 서울 소공동에서 설립했고, 2015년 김대순이 합류해 현재는 3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을지로에 자리 잡고 있으며, 구성원 각자 역할의 구분 없이 디자인, 인쇄 업무 모두 나눠 맡아 일하고 있다.
 
 
 
책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인쇄도 하고 디자인도 하는 재주꾼 코우너스가 이번에는 전시까지 선보이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리소그라프라는 독특한 인쇄 방식을 사용하여 정체성을 굳건히 한 그들이 디자인 스튜디오뿐 아니라 인쇄소와 상점, 나아가 출판과 자체 제작 물품까지 아우르게 된 데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알고 있던 사실을 확실히 하고, 몰랐던 사실을 새로이 하기 위해 코우너스에게 관련 이야기를 청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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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LER>는 영국 에든버러에서 활동 중인 도미닉 케스터톤(Dominic Kesterton)의 드로잉을 담은 진(ZINE)으로 코우너스에서 리소그라프로 인쇄되었다.
 
 
현재 코우너스는 스튜디오, 인쇄소, 상점을 두루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셋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순서가 궁금합니다.
스튜디오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래픽 디자인, 인쇄, 출판으로 업무를 구분하여 동시에 운영했습니다. 이후 코우너스에서 만든 상품이나 책을 직접 대중에게 소개하고 판매할 루트가 필요해 상점도 함께 운영하게 되었죠.
 
인쇄소를 겸하게 된 계기와 리소그라프라는 방식을 취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희는 맨 처음, 코너라는 주제로 책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당시 책을 온전히 직접 제작하고 싶어 인쇄기에 대해 부지런히 알아보았습니다. 리소 인쇄는 학창 시절 알게 된 방법인데,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왔기에 국내에서 리소 인쇄기를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 기계를 구매하게 됐죠. 인쇄기를 가지고 이러저러한 테스트를 하던 중에 주변에서 인쇄 문의가 들어오면서 인쇄소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리소 인쇄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재미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도 인쇄 색상, 속도, 편리, 질감 등이 리소 인쇄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인쇄소를 겸업하면서 ‘코우너스=리소 인쇄’라는 인식이 생겼는데요. 디자인 스튜디오의 정체성이 비교적 약하다는 것에 아쉬움은 없으신지요.
인쇄소를 시작할 당시에는 자체적으로 홍보 인쇄물을 만들어 이곳저곳에 배포하면서 코우너스를 알렸습니다. 그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져, 인쇄소인 줄 알았는데 디자인도 한다는 반응이나 그 반대로 디자인 스튜디오인 줄 알았더니 특이한 인쇄도 한다는 반응이 있어 아쉽다기보다는 상호작용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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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너스에서 인쇄한 <RISO TOUR>는 스튜디오 오와이이의 오혜진과 코우너스의 조효준이 네덜란드의 리소 인쇄 작업소 세 곳을 돌아보고 쓴 기행문을 담은 책이다.
 
 
스튜디오, 인쇄소, 상점 외에 현재 디뮤지엄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코우너스의 전시 <현장학습>도 진행되고 있는데요.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번 전시는 작년 가을, 구슬모아당구장 2016년 작가 공모에 코우너스가 선정되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리소 인쇄소를 운영하면서 재단, 제본, 후가공을 위해 을지로나 충무로 일대를 자주 다녀야 했습니다. 그 일대는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부분이 눈에 띄는 곳으로, 인상 깊은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것을 기록해두곤 했죠. 이렇게 관심을 두고 구석구석에서 발견한 재료들로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전시장 입구 쪽에서 조사한 자료와 작업 스케치 과정을 리소그라프로 소개 및 공유하고, 그중 특히 흥미로웠던 풍경이나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가공하여 코우너스 인쇄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집기들과 벽지, 임시 구조물, 투명 가림막, 스티커 등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재료들의 자투리를 일종의 기념품으로 상정해 당구장 위에 전시했죠. 이 전체를 인쇄, 제작, 가공 현장을 오가며 학습한 과정과 결과로 보고, ‘현장학습’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현장학습>은 커다란 쇼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카탈로그가 비치돼 있기도 하고요. 관람객이 이 전시를 어떻게 봐주길 원하는지 궁금합니다.
을지로의 여러 제작 업체들이 대부분 가게 밖으로는 자투리 샘플이나 가공하지 않은 재료를 규격에 따라 정리해둡니다. 안으로 들어가야 실제 작업 공간이나 완성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죠. 종종 그 안쪽 깊숙이에 제품 카탈로그를 보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상담할 수 있는 응접실을 갖춘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구성을 전시에 비슷한 모양으로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관객이 이와 같은 지점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저희가 을지로, 충무로를 다니면서 그랬듯이 관객들도 전시장에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지점을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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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학습> 전시장 전경
사진: 구슬모아당구장 제공
 
 
디자인 분야 종사자가 늘어나면서 독창성이 주요해지는 추세입니다. 코우너스가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점이 있다면요?
코우너스가 인쇄소를 겸한다는 사실이 어떤 독창성이나 변별력을 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의 그래픽 작업물, 책을 비롯한 상품, 인쇄소 환경, 자체 행사 등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하나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경력 쌓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문으로 나아가는 것을 꿈꾸는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전통적인 경력 쌓기와 독립적인 창업은 비교할 수 없이 모두 좋은 방식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고심해보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혹여 그 선택이 어긋날지라도 실제 업무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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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커피(MOTTO COFFEE) 아이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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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햄버거 식당 양가형제를 위한 아이덴티티 작업
 
 
 


 
 
따로 또 같이
 
 
햇빛스튜디오
SUNNY STUDIO

SUNNYSTUDIO.KR

박지성, 박철희 두 명의 프리랜스 디자이너가 가끔은 따로, 가끔은 함께 활동하는 디자인 듀오로 2015년 여름 결성되었다. 구성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으며, 박철희는 꿈꾸던 LGBT 서점 ‘햇빛서점’을 2014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고 박지성은 핀배지 셀렉숍 후룻샵(HOOROOT SHOP)을 준비 중이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보다는 시나브로 분위기가 생겨나길 바란다는 햇빛스튜디오는 두 명의 구성원이 각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신선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LGBT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진 ‘햇빛서점’과 시작을 앞두고 전시로 포문을 연 핀배지 전문 ‘후룻샵(HOOROOT SHOP)’은 모두 햇빛스튜디오의 프로젝트이지만 전자는 박철희의 색깔이, 후자는 박지성의 색깔이 여실히 묻어난다.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같이의 가치를 보여주는 햇빛스튜디오와 햇빛서점, 후룻샵, 그리고 기타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03_SPECIAL REPORT_02_05_17_ (2)
 
 
햇빛스튜디오는 현재 LGBT 관련 출판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햇빛서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둘을 함께 운영하게 된 계기와 선후관계가 궁금합니다.
박철희: 3년 전, 지금 교제 중인 친구를 만나면서 제가 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 억울해서 ‘최선을 다해 게이로 살아야지’라고 마음먹게 되었죠. 그러던 중 게이의 놀이문화가 주점이나 클럽 등 밤 문화에 치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밤뿐 아니라 낮에도 게이이고 싶었고, 저의 책장이나 진열장에 게이 물건들을 진열하고 싶었어요. 아직까지 한국엔 그러한 곳이 없었기에 직접 가게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름은 낮에 즐기는 게이 문화라는 뜻으로 ‘햇빛’이라고 지었어요. 햇빛서점을 계획하던 도중에 지성이 형과 작업을 함께하기로 했고, 자연스럽게 이름과 공간도 같이 쓰게 되었죠.
 
햇빛서점이나 자체 프로젝트인 ‘고추그림 콘테스트’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디자인 스튜디오로서의 정체성이 옅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박철희: 햇빛서점의 운영은 햇빛스튜디오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이미지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플러스 요인이랄까요.
 
박지성: 햇빛서점의 활동이 햇빛스튜디오와 세트로 인식되다 보니 정체성이 희석되는 느낌이 생길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햇빛스튜디오는 아직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선보인 작업이 적은데도 햇빛서점을 비롯한 각자의 다른 활동들 때문에 알려진 느낌도 있으니까요. 햇빛스튜디오는 본격적인 활동이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어요. 올 봄부터 시작했기에 앞으로의 활동을 지켜봐주시면 정체성이나 방향성에 대한 느낌이 점차 확실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승작 배지는 자체 제작으로 이루어지는 듯한데요. 이후에도 자체 제작 물품을 출시할 예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철희: 항상 직접 제품을 제작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출판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고요. 디자인과 병행하려니 쉽지는 않네요.
 
박지성: 요즘 저희 관심사 중 하나가 제품을 자체 제작하는 것이에요.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물건들을 제작해보고 싶어요.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아마 가을쯤에는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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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그림 콘테스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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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그림 콘테스트 최고상: 우당탕탕! 자지쨩, 노콘척살! 콘돔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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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그림 콘테스트 우승작 배지
 
 
자체적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햇빛스튜디오를 유지하는 데에 경제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서점 운영을 겸업의 형태로 택하신 이유도 들려주세요.
박철희: 햇빛서점의 수익은 제가 가져갑니다. 지금은 가게 월세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벌고 있죠. 저는 원래 디자이너로서 출판물에 관심이 많았고, 작업하면서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았어요. 서점이란 제가 책을 선택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메시지가 전파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여러모로 저의 입장과 잘 맞물리는 장소였죠.
 
햇빛서점에 이어 두 번째 프로젝트로 후룻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햇빛스튜디오 이름으로 재정비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박지성: 햇빛스튜디오는 하나의 스튜디오이지만 개별적인 두 명의 독립적인 주체가 모이기도 하고 따로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각자가 하는 프로젝트는 햇빛스튜디오의 멤버 아무개가 하는 프로젝트로 알려지길 바라요. 잠재적인 클라이언트들에게도 햇빛스튜디오가 개별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는 이미지로 다가가길 원하는 거죠.
 
후룻샵의 시작을 알리는 전시 <Who’s the Cutest>가 있었습니다.
박지성: 햇빛서점이 철희가 게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하고, 자신이 가고 싶은 서점을 만든 것이라면, 후룻샵은 ‘제가 좋아하는 배지들이 가득한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프로젝트죠. 2014년 크리스마스 과자전의 굿즈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금속 배지를 제작하게 되었는데, 그 전에도 작은 핀과 배지들을 좋아해 왔지만 직접 만들어 판매하게 되니 기분이 훨씬 좋더라고요. 그 이후 작은 배지들을 모아서 가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올해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가게를 준비하고 있죠. 그러던 중 플랫폼 플레이스에서 작가를 지원하며 전시 개최를 돕는 취지로 운영하는 플랫폼 플레이스 629(PLATFORM PLACE 629)라는 프로젝트에 섭외되었어요. 아직 후룻샵을 선보이기에는 이르지만, 그 존재를 알리고 베타 버전으로 팝업숍 겸 전시를 해보자는 철희의 제안을 받아들여 전시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후룻샵은 배지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으로 꾸려질 예정이에요. 배지를 만드는 사람들, 배지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구상 초기부터 내내 최종 목표였죠. 2016년 하반기에 온라인 숍을 만들고 워크스와 햇빛서점에 작은 매대를 설치하거나 그곳에서 팝업숍을 열어 활동할 예정이에요. 가게를 열면 배지를 제작한 팀들을 섭외해 입점하는 것, 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것, 해외의 핀들을 수집하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것, 배지만을 판매하는 마켓을 만드는 것,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섭외해 그들의 작업으로 배지를 만들어 출시하는 것 등 다양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후룻샵에 수익적인 면은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나요? 더불어 앞으로의 목표도 들려주세요.
박지성: 현재는 온오프라인 숍이 생기기 전 팝업스토어 형식의 전시를 진행했을 뿐이라 아직 경제적인 측면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의 기대나 목표치 등은 있지만 워크스 위탁판매 관리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적이 있어서 이 가게를 통해 기대할 만한 수익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단기적인 목표는 후룻샵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많은 작가와 디자이너들을 만나는 것이에요. 또한 직원을 고용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내서 직원을 채용하고 물류 관리나 판매, 정산 등 제가 소질이 없는 업무를 일임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물론 장기적인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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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룻샵 전시 <Who’s the Cutest> 기념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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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the Cutest> 전시 모습
 
 
요즘 상황으로 파악하건대 경제적인 측면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순수한 디자인 클라이언트 업무만으로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박지성: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에 맞추어 이야기하자면, 가능은 한 것 같아요.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는 유학을 다녀온 저희 앞 세대 디자이너들이 국내에서 교육 활동을 하며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러한 형태는 그분들이 다녀온 유럽 등에 적합한 모델인 것 같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많이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는 항상 어려웠고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나 부당함의 결과가 아니라면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수요에 맞춰 줄어들거나 수요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해야겠죠. 그런 상황들 때문에 요 몇 년 새 부업을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박철희: 힘들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부업을 선택한 것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기보다는 돈을 들여서 하는 정신적인 안정을 위한 취미 활동에 가까워요. 소규모 스튜디오에 일을 의뢰하는 기업들 중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기업들이 종종 있어요. 클라이언트가 소규모 스튜디오를 잘 파악하고 장점을 살려 협업한다면 훨씬 좋은 공생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독창적인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하는 디자이너나 스튜디오가 늘어나는 가운데, 햇빛스튜디오가 눈여겨보는 이들이나 특별한 흐름이 있는지요.
박지성: 최근에 제가 본 예는 <맥주도감>을 만든 스튜디오 블랙아웃인데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로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를 작업하고 독립출판물인 <맥주도감>을 만들었어요. 텀블벅을 통해 목표액을 크게 달성한 것은 물론, 지금은 출판사와 계약해 정식으로 단행본을 제작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하나의 예는, 얼마 전 <뒤로>라는 게이 잡지를 만든 이도진 디자이너예요. 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관심사, 북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배경으로 콘텐츠를 조율하고 주제에 맞는 필진들을 모으고 직접 글을 쓰는 역할까지 잘 조합한 경우라고 생각해요.
 
전통적인 경력 쌓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문으로 나아가는 것을 꿈꾸는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박철희: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들은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편협하면서도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점에서 디자인적 사고방식이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정말 좋은 도구인 것 같아요.
 
박지성: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 특기를 전문분야인 디자인에 결합한다면 특별히 위험한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이러한 방향이 수익 보장과 더불어 성공을 이루고 행복을 준다면 본업을 그만 두고 그 분야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딱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새로운 분야에서 작은 성공을 거둔 이후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면 잘 모르는 부분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거나 함께 일할 전문가를 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에요.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면 좋겠지만 부업이라면 투자할 시간이 충분치 않을 테니 말이에요. 이건 사실 6회 과자전의 실패로 제가 매우 처절하게 깨달은 점이에요. 이후 7회에서는 우리가 잘할 수 없는 분야는 맡기고 잘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어요. 그 결과 여러 문제가 해결되었고 안정적인 행사로 꾸려낼 수 있었죠.
 
 
햇빛 조감도 인쇄요
 
햇빛서점 조감도 포스터. 우정국에서 열린 XS전에 출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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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바벨> 포스터
 
 
 


 
 
꾸준한 애정을 원동력으로
 
 
김가든
KIMGARDEN

KIMGARDEN.KR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로 김강인, 이윤호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김가든은 김강인이 어머니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지은 이름으로, 지금은 아내와 함께 운영 중이다. 김강인은 주로 클라이언트 업무를 담당하고, 김가든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가드너스마켓과 자체 프로젝트는 이윤호가 진행한다.
 
 
 
가평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겸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김가든은 식물을 닮았다. 싱그러우면서도 평온한 작업들이 그렇고, 굳건한 뿌리처럼 확고한 아이덴티티가 그렇다. 김가든의 작업은 유행이나 개성보다는 지속성과 꾸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가까운 느낌이 든다. 마켓을 주최해도 동등한 셀러로 참여하는 정다운 그들에게 디자인 스튜디오 김가든과 가드너스마켓, 그리고 직접 만드는 디자인 제품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청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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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든은 현재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김가든과 게스트 하우스 김가든, 그리고 온라인 숍과 자체 물품을 판매하면서 가드너스마켓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이와 같이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게 된 계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윤호: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게스트 하우스는 스튜디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전부터 있어 왔고, 가드너스마켓은 평소 가드닝에 관심이 많아서 식물을 위주로 한 마켓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끝에 직접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마켓과 함께 판매할 물품을 제작하다보니 온라인 숍도 겸하게 되었고요.
 
김강인: 게스트 하우스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하기 전부터 있던 곳이지만, 저는 사실 클라이언트 업무 외에 다른 것을 해보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성향이 다른 두 디자이너가 함께 운영하게 되면서 다양한 것들을 하게 된 거지요.
 
가드너스마켓에 관해 들려주세요.
이윤호: 가드너스마켓의 취지는 식물이 주는 감동을 나누는 것입니다. 장소와 날짜가 정해지면 셀러들을 선정하고, 포스터와 엽서 등의 홍보물을 제작하죠. 셀러들은 별도로 모집을 하진 않고 직접 선정하고 있는데요, 제 취향에 따라 편중되는 것을 언제나 경계하고 있어요. 평소에 식물을 주제로 작업하는 분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다른 매장이나 마켓에서 발견한 좋은 브랜드가 있으면 메모를 해두었다가 섭외를 하기도 해요. 셀러들은 수수료 없이 각자 판매한 만큼 버는 구조예요. 아직은 마켓 규모가 작은 편이라 참가비나 입장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김강인: 수익 구조를 갖춘 행사는 아니지만 저희도 동등하게 셀러로 참여해서 상품을 판매해요. 상품을 만들 때 마감일도 대부분 가드너스마켓이 열리는 날을 기준으로 정해요. 기준이 있으니까 좀 더 성실하게 뭔가를 만들게 되더라고요. 수익에 관해서는 이 정도로 만족하고 있어요.
 
가드너스마켓을 진행하는 것에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윤호: 아무래도 포스터, 엽서 등의 홍보물들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죠. 로고부터 가격표, 동선 유도 배너 등 소소한 모든 것들이 일관성 있게 만들어진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그리고 셀러들을 선정할 때에도 식물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는 작가, 식물 패턴 벽지를 만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등 아무래도 비슷한 분야에 계신 분들을 많이 섭외하게 돼요.
 
가드너스마켓은 디자인보다는 식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가드너스마켓이 디자인 스튜디오를 꾸려가는 데에 있어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김강인: 가평에 살다보니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어요. 비슷한 일을 하는 디자이너들이나 클라이언트들을 가끔 만나는 것 정도죠. 그런데 가드너스마켓을 열면 낯선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요. 가드너스마켓을 찾는 분들은 디자인 업계 종사자가 아닌 경우가 훨씬 많아요. 그분들이 마켓이나 저희가 만드는 상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찰하는 건 무척 재미있는 일이에요. 저희가 주최를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접하게 돼요. 저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이윤호: 클라이언트 업무만 하면 너무 고되잖아요. 이렇게 하고 싶은 것도 같이 하면서 마음의 균형을 잡는다고 생각해요. 마켓 홍보물이건 상품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작업자가 컨트롤하고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만드는 그 과정이 즐겁습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작업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래픽 디자인에 고여 있던 제 생각이 많이 유연해지는 느낌도 받아요. 예를 들면, 직물을 주로 다루는 셀러를 보면서 포스터나 캘린더를 직물로 만들어 걸어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식이죠.
 
 
POSTCARD
 
2회 가드너스마켓 엽서
 
 
가드너스마켓_1
 
가드너스마켓 관련 이미지
 
 
김가든은 자체 상품 제작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제품군 결정에 있어 가장 염두에 두는 요소는 무엇인지요.
김강인: 상품 가치 등을 꼼꼼히 따져서 만든 건 아직 없어요. 제가 원래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 위주로 제작했죠. 지금까진 행사에 참여하게 되거나 제의가 오면 만들었어요. 예를 들면 작년에는 언리미티드에디션의 ‘포스터 온리’ 참가 제안을 받고 달 포스터를 만들었고, 그 포스터가 의외로 잘 팔려서 간단하게 온라인 판매도 시작한 거예요. 목도리도 ‘프롬 로바니에미(From Rovaniemi)’라는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가하면서 만든 거고요. 맨 처음 만든 건 가드너스카드인데, 플레잉 카드는 원래 만들어보고 싶었던 물품 중 하나였어요.
 
이윤호: 저도 평소에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목록을 적어놓았다가 시기가 맞아서 만들게 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화분을 구상해 놓았다가 가드너스마켓을 하면서 제작하게 됐고, 최근엔 <Who’s the Cutest>라는 전시에 참가하게 되면서 배지를 만들었죠.
 
제품을 자체 제작하고 판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얼마나 도움이 되나요?
김강인: 상품마다 다릅니다. 판매가 특히 잘된 건 달 포스터와 배지들 정도예요. 당연히 클라이언트 업무 수익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작년의 경우 전체 수익의 10% 정도는 차지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씩 클라이언트가 저희 상품을 보고 판매 상품이나 놀이용 키트 제작을 의뢰하기도 하는데 이런 게 가장 반가운 경우죠.
 
이윤호: 아직까지는 수익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건 없어요. 하지만 계속 하다보면 퀄리티도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날도 오겠죠.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서울 도심이 아닌 곳에서 거주하는 것의 장단점을 이야기해주세요.
김강인: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공간이 저렴하다는 거죠. 서울 다세대주택의 좁은 공간과 가평의 정원 있는 단독주택의 가격이 비슷하니까요. 공기가 좋고 조용하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단점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울과 멀다는 거예요. 보고 싶은 전시가 있어도 자투리 시간을 내어 다녀오는 게 불가능해요. 왕복 2-3시간 정도가 기본이거든요. 문제가 생겨서 당장 인쇄소에 가야할 때도 힘들고, 클라이언트가 같은 경기도에 있어도 파주나 안산처럼 100km쯤 떨어진 곳이면 그 일을 하는 기간에는 조금 힘들죠. 아마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면 이렇게 지내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동네 어른들은 젊은 부부가 여기 사는 걸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그래픽 디자이너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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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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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가드너스카드 핑크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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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포스터 온리’에 참여한 달 포스터
 
 
디자인 분야 종사자가 늘어나면서 독창성이 주요해지는 추세입니다. 김가든이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점이 있다면요?
김강인: 저는 독창성이라는 말을 믿지 않아요. 하던 작업을 꾸준히 잘 하는 게 모든 일을 잘하는 데에 있어 전제조건이라고 봐요. 창의적이라는 인상은 작업을 꾸준히 하다보면 운이 좋을 때 가끔씩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맥락에 꼭 맞아 떨어져서 근사한 작업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 어떤 게 독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단순히 표현방식이 특이해서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경우도 독창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변별력이란 독창성이 아닌 실행력에서 온다고 믿어요.
 
요즘 상황으로 파악하건대 경제적인 측면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순수한 디자인 클라이언트 업무만으로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강인: 저희도 유지는 하고 있지만, 앞날을 보장하기는 힘들죠. 작은 규모를 유지한다는 게 조건이라면 그럭저럭 살 만한 상태를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중요할 텐데, 가끔 저보다 어리면서 훨씬 뛰어난 분들을 보면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 소규모스튜디오를 창업하는 게 일반적인 선택으로 여겨질수록, 기술 변화가 빨라질수록 디자이너의 세대교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거예요. 저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상품을 만들거나 마켓을 열면서도 일하는 방향의 전환에 대해 생각해보게 돼요.
 
독창적인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하는 디자이너나 스튜디오가 늘어나는 가운데, 김가든이 눈여겨보는 이들이나 특별한 흐름이 있는지요.
김강인: 조금 주관적이긴 하지만, 그래픽 디자이너들 중에서는 애초에 남들보다 좋은 손을 가진 것 같은 분들의 작업을 보게 되죠. (웃음)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남들보다 늘 한 단계 더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진달래&박우혁 듀오나 스튜디오fnt의 이재민 디자이너를 꼽고 싶어요. 그분들에 대해선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다른 분야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갖춘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활동을 종종 훔쳐보고 있어요. 국내에선 텍스처온텍스처(Texture on texture), 제로퍼제로, 조규형 디자이너 등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클라이언트 업무를 기본으로 하면서 제가 확장하고 싶은 영역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는 가구 디자이너, 가드너, 브랜드들의 활동을 자주 찾아봐요.
 
이윤호: 저는 햇빛서점을 운영하는 햇빛스튜디오를 꼽고 싶네요. 이들은 성소수자 콘텐츠 전문 서점인 햇빛서점에 이어, 국내의 디자이너나 창작자가 만든 핀과 배지를 아카이브하고 판매하는 프로젝트 후룻샵(HOOROOT SHOP)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공간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을 전부 잘 해내는 스튜디오COM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경력 쌓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문으로 나아가는 것을 꿈꾸는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이윤호: 경험이 없으면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해보는 실행력이 필요하죠. 처음엔 꾸준히 정성들여 자기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이 필요한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강인: 마냥 새로워 보이는 것 자체를 추구하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아요. 새로워 보이면서 유의미한 것들은 대부분 서로 다른 분야들 간의 적절한 결합에 의해 생겨나지 않나요? 저는 그래픽 디자인 자체가 새로운 게 될 수는 없지만, 여러 분야들 사이에서 좋은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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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학교 연계 교육 프로그램 ‘G뮤지엄스쿨’ 아이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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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릴레이전시 ‘퀀텀점프(Quantum jump)’ 아이덴티티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6년 7월호 : 개척하거나 사라지거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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