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사진: 다섯 개의 방
 
일시: 2016년 7월 14일-8월 27일
 
장소: 두산갤러리 서울, DOOSANGALLERY.COM
 
참여작가: 김도균, 김태동, 백승우, 장태원, 정희승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다섯 명의 사진작가가 두산갤러리에 모였다. <사진: 다섯 개의 방>이란 타이틀은 이 전시의 소재와 구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정직한 제목이다. 전시의 성격과 구성을 여과 없이 풀어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천장이 높고 온통 하얀 공간에 입장하고 나면, 전시장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커다란 작업실에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이 든다.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궁금증이 이는 이유는 각기의 작업물이 칸칸이 나누어져 각자의 방으로 꾸려졌기 때문이리라.
 
다섯 개의 방 중 입구와 가장 가까이에 닿아있는 곳은 ‘반 구성적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구성되는 김태동의 방이다. 김태동은 사진 한 장을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갖은 선택 후에 새로운 사진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과정을 전시로 풀어낸다. 같은 대상을 같은 장비로 촬영하더라도 선택에 의해 완전히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는 각각의 관점과 시선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읽힐 수도 있다는 맥락을 제시하며 사진의 본질을 깨우치도록 돕는다.
 
그의 방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겨가면 김도균의 방에 입장할 수 있다. 타일 문양의 벽지로 메워진 이 공간은 정갈한 모양새가 불안하면서도 정돈된 까닭인지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다. 김도균의 작업실 모습을 재현한 이 전시공간은 작가의 작업에 사용되는 수평, 수직의 요소를 한눈에 볼 수 있게끔 구성되어있다. 검은색으로 가득한 작품 <B>가 나란히 정렬되어있는가 하면, 일회용 포장재에 있는 조형요소를 활용해 촬영한 <P> 시리즈는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듯한 자세로 벽면에 가지런히 나열돼있다. 어딘지 모르게 낯선 균일감과 가지런하다는 데에서 오는 모종의 편안함은 카메라의 기계적 메커니즘이 인간의 시각과 맞닿는 그 순간을 완벽히 표현해내는 듯하다. 사진만의 조형어법을 활용하여 2차원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여타 예술 작품과는 차별화하는 그의 작품론이 ‘사진에 대한 사진으로서의 사진’ 섹션에서 구현되고 있다.
 
세 번째로 걸음 한 공간은 ‘빛과 그림자 그리고 시간으로서의 사진’으로 장태원이 꾸려낸 곳이다. 평소 빛과 그림자 등을 주요 요소로 작업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그림자를 없애는 설치작업을 통하여 사진과 이미지의 차이는 빛과 그림자에 있음을 다시금 강조한다. 벽을 긁어 완성한 한 폭의 작품은 사진보다는 회화를 떠올리게 하고, 그 요인으로 자연스레 빛과 그림자의 상실을 꼽게 한다. 사진전에서 사진이 아닌 것을 맞닥뜨림으로써 사진의 고유성을 환기하는 이 방은 사진이 아닌 것을 사진전에 배치함으로써 도리어 사진이 돋보이게 만든다.
 
‘현상학적 접근으로서의 사진’ 즉, 정희승의 방으로 이동하면 사진 설치 작품 <좋은 이웃의 법칙>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은 54권의 책에 더스트 재킷을 입히는 작업으로, 표지에서 책에 대한 정보 및 텍스트를 찾아낼 수 없다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당연히 사진집이라 생각해 펼친 책 속에 빼곡한 텍스트가 들어있는가 하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들어 올린 책 속에 밀렌 쿤데라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작가는 이 전시를 ‘참조가 아닌 영감에, 작가의 정체성보다는 인접성, 즉 누구와 친한가에 관심의 무게를 두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작품과 전시가 향하는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54권의 책 중 무작위로 삽지를 끼워 넣는 장치였는데, 책 속에서 임의로 발췌한 인용구나 이미지를 우연히 만났을 때의 반가움과 의외성은 번뜩 떠오르는 영감과도 모양을 같이하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백승우의 방을 둘러본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블루 플레이크를 활용하여 과거에 진행한 다섯 개의 전시를 다시금 보여주고자 한다. 메타 비평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이 공간에서는 다섯 개의 전시를 설명하는 인터뷰나 발췌 텍스트를 통해 아주 세세하진 않지만 제법 친절하게 전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백승우가 해온 전시를 시간대별로 살펴볼 수 있음은 물론, 전시 전반에 녹아있는 그의 작품관을 헤아릴 수 있다. 블루 플레이크가 붙어있는 벽면을 차례로 살피고 중앙에 있는 그의 두툼한 작품집 앞에 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넘겨보고 싶은 욕구를 주체할 길이 없다.
 
<다섯 개의 방>을 찾기 전엔 사진전이란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다고 여길 수 있을 정도로 정적이고 가지런한 사진들의 나열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사진은 다채로운 성격을 지녔음은 물론, 외형까지도 카멜레온처럼 변화할 수 있는 존재였다. 책 표지에 붙었다가, 회화 뒤에 숨었다가 빛 사이에서 나타나는 등 재기발랄한 숨바꼭질을 즐기는 존재 말이다. 사진을 대하는 태도를 몇 가지 더 갖추고 싶다면 <다섯 개의 방>을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집들이 선물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위 이미지: 백승우, REAL WORLD II, 2006-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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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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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전시 전경,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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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전시 전경,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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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원, An old lad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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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원, 정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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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좋은 이웃의 법칙, 2016
 
 
 
 
 
 
 
 
 
 
 
이 기사는 ‘CA 2016년 8월호 : 국제 스포츠 행사와 브랜딩’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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