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CA> 7월호 쇼케이스 섹션에서 포스터로 잠시 소개했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이하 ‘부천영화제’)를 다시 만났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부천영화제가 최초로 도입한 아트 디렉터 역할의 이강훈과 함께다. 아이덴티티, 포스터, 기획전 등 영화제와 관련된 디자인 부문을 총괄하고 기획한 그에게 부천영화제와 특별전시 <20/20/20>에 관해 이야기를 청해보았다.
 
 
부천영화제와 본인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올해 20회를 맞는 국내 유일의 장르영화제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국제영화제로 알려진 영화제로, 다른 두 영화제가 아트필름 중심의 영화제라면 부천영화제는 대중적인 장르영화를 주로 다룬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아트 디렉터는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역할로, 아이덴티티 개발, 포스터 제작부터 다양한 홍보물들과 전시 및 행사 디자인까지 시각적인 모든 부분을 기획 및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방향에 맞게 가장 적합한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섭외하고 영화제 내 여러 실무팀과 조율하며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단순히 시각물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홍보와 마케팅에도 직접 관여하며 영화제의 흥행에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제의 디자인 부문 컨셉을 설명해주세요.
처음 아트 디렉터 역할을 제안받고 나서 제가 기억하는 부천영화제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거의 초창기의 이미지에 머물러 있더군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에 앞서 저는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도출한 키워드는 두 가지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영화제’, 그리고 ‘내가 기억하고 싶은 영화제’ 즉, 과거와 미래의 이미지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번 영화제 디자인의 기본 컨셉이었죠. 스튜디오 fnt에서 기존의 심벌 ‘깨비’를 멋지게 재해석한 새 심벌 ‘환상세포’는 이러한 컨셉을 십분 반영한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다른 영화제들과의 차별화에 대해서도 고민했습니다. 부천은 어떤 이미지를 가져야 할까 하고요. 결국, 선택한 것은 일러스트레이션이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익숙한 분야이기도 하고 그림이 가지는 친근함이 장르영화제의 특성을 반영해줄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디자인에 일관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이에 특별히 기울인 노력이 있는지요?
우선은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아이덴티티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지속해서 노출하는 것으로 그 시간을 단축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디자인의 일관성을 위해 아이덴티티 리뉴얼 작업과 포스터, 프로그램북, 굿즈 등 주요 작업은 모두 스튜디오 fnt에 의뢰했습니다. 그 외의 작업은 주로 6699프레스(6699press)와 페이퍼 프레스(paper press), 이화여대 시각디자인과 석사과정팀이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영화제의 디자인 작업 범위가 상상 이상으로 광범위해서 동시에 여러 팀을 운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진행하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웹사이트나 개폐막식을 담당하는 외부대행업체 등 일정 등의 여러 이유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팀들을 통제하는 부분에서 더욱 그랬습니다. 시행착오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요소의 개발 순서가 궁금합니다.
새 아이덴티티와 포스터를 가장 먼저 작업했습니다. 영화제의 얼굴 역할을 하는 부분이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노력을 기울여 진행했죠. 일정상 작업 기간이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온 것은 스튜디오 fnt와 최지욱 작가의 공이 큽니다. 나머지 작업은 새 아이덴티티와 포스터를 바탕으로, 필요한 일정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웹사이트의 경우 개막 한 달 전 기자회견에 맞춰서 오픈을 준비했고 프로그램북은 개막 3주 전, 굿즈는 대략 두 달가량 기획 및 디자인을 하고 개막 한 달 전부터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스튜디오 fnt는 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기에 리더필름은 피카손(손상현) 감독에게 의뢰했습니다. 물론 새 아이덴티티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디자인을 주문했고요.
 
부천영화제는 20주년을 맞아 분위기가 상당히 많이 변화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영화제가 괴기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한 것은 초창기 몇 해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빛나는의 박시영 실장이 디자인한 8회 포스터를 참 좋아하는데 이후로는 오히려 애매한 타협의 상태가 지속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장르영화제로서의 확연한 색깔을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포스터의 이미지가 이전과 다르게 밝고 기묘한 인상이라면 그것은 그림을 그린 최지욱 작가의 영향이 큽니다. 작업에 앞서 최지욱 작가에게 주문한 것은 새 심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줄 것,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말 것, 이 두 가지였습니다. 최지욱 작가가 제안한 여러 장의 스케치 중 심벌을 수영장으로 표현한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현실적인 공간감이 영화제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했지요. 최종 포스터는 스튜디오 fnt 이재민 실장의 섬세한 디렉팅으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포스터가 완성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만 기묘한 느낌과 높은 완성도는 꾸준히 유지하고 싶습니다.
 
이번 아이덴티티 작업을 담당한 스튜디오 fnt와 일러스트레이터 최지욱 님과는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아트 디렉터를 제안받았을 때 함께 작업할 디자인 팀으로 바로 스튜디오 fnt를 떠올렸습니다. 영화제 경험도 풍부하고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정확히 구현할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재민 실장이 흔쾌히 맡아주었고 결과적으로도 만족스러운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한편 최지욱 작가는 몇 해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유망한 신인 작가입니다. 4년째 평창동의 카페 LOB라는 작은 공간에서 매월 신인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데 최지욱 작가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두 번의 전시를 가진 작가입니다. 영화제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작가라고 판단해 작업을 맡겼고 그에 부응하는 좋은 작업을 해주었습니다.
 
주요 색상 선정 과정이 궁금합니다.
메인 색상은 짙은 파란색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영화제에서 몇 해 전부터 보라색을 메인으로 쓰고 있었는데 저는 보라색이 여러 이유로 메인이 되기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청량감과 계절감을 줄 수 있는 푸른색 계열을 메인으로 바꿔보았습니다. 이외에 네 가지 색을 메인을 보완하는 기본 색상으로 설정했는데 다양한 색상의 조화가 축제로서의 영화제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포스터에서 주황과 파랑, 두 가지 색을 중심으로 사용한 것은 보색대비를 통한 선명하고 청량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애초 최지욱 작가의 원본 그림은 톤이 조금 달랐는데 이재민 실장의 디렉팅으로 영화제 색상으로 보완한 것입니다.
 
20주년 특별전시 <20/20/20>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2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시간을 달리는 BIFAN’의 부대 행사로 제가 직접 제안하고 기획한 전시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BIFAN’은 관객과 프로그래머들이 선정한 역대상영작 스무 편을 재상영하는 프로그램인데요, <20/20/20>은 상영작들을 테마로 스무 명의 작가에게 스무 점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의뢰하고 전시로 꾸려냅니다. 명칭은 일러스트레이션이지만 실제 참여 작가들은 페인터부터 만화가까지 다양합니다. 애초 이 기획은 내년부터 시작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0주년에 맞춰서 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 싶어서 계획을 바꿨습니다.
 
참여 작가는 어떠한 기준으로 선정하셨는지요?
철저히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영화라는 매체에 어울리면서 제가 원하는 퀄리티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들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어떤 작가는 잘 어울릴 것 같은 영화를, 어떤 작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영화를 제안했습니다. 딱히 특별한 기준은 없었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작가들은 이외에도 더 많지만요. 향후 참여 작가의 폭을 더 늘려볼 생각입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활용한 관련 굿즈도 다수 개발되었습니다.
영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영화지만 굿즈는 또 다른 주인공들이 아닐까 합니다. 기존의 영화제 굿즈가 퀄리티보다는 단지 기념품의 성격이 강했다면 보다 가지고 싶고 사용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한, 잘 디자인된 굿즈를 사전에 노출하면서 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제품군은 10종 정도로 정했는데, 그 기준은 가지고 싶은 물건과 선물하고 싶은 물건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을 만큼 근사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비록 예산이나 제작 단가 등의 이유로 백 퍼센트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겁니다.
 
아트 디렉터로서 이번 영화제에서 디자인적 요소를 통해 성취하고자 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바라는 방향은 기본적인 질서가 갖춰진 상태에서 자유로움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엄격함이 필요한데요, 그것을 영화제 측에 설득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디자인의 가이드라인은 이전에 존재한 적이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실무를 담당하는 스태프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으므로 꾸준히 설득했습니다. 이상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디자이너든 일러스트레이터든 실무 스태프든 모두의 흥이 느껴지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좋은 디자이너와 작가들을 만난 덕분에 원하는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은 갈 길이 좀 더 남아있죠.
 
브랜드가 확실한 국내외 행사를 꼽아주신다면요?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자인 작업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방향은 완전히 다르지만 영화제 브랜딩에 있어서 국내에서는 전주만큼 체계가 갖춰진 곳이 아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굿즈나 세부적인 부분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지만요. 해외에서는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끌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의 사례가 인상적입니다. 베를린의 경우 심벌과 색상이 명확한데 이를 활용한 디자인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인상이 강하죠. 끌레르몽페랑의 경우 이와는 반대로 무척 자유분방한데 저는 그 둘의 장점을 부천영화제에 한데 취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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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이미지와 함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리더필름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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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9프레스가 디자인한 20주년 특별전시 <20/20/20>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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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9프레스가 디자인한 특별전 ‘시간을 달리는 BIFAN’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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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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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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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트 디렉터이다. 미술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며, 전시 기획과 집필도 겸하고 있다.
 
 
 
 
 
 
 
 
 
 
 
이 기사는 ‘CA 2016년 8월호 : 국제 스포츠 행사와 브랜딩’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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