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시퀀스, 줄여서 타이틀이라고도 불리는 이 영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제목과 등장인물을 알리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관객이 극에 쉽게 몰입할 통로를 열어준다. 압도적인 타이틀 시퀀스는 해당 작품 수준과는 별개로 널리 회자되기도 하는데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 선두 자리를 지켜온 yU+co의 가슨 유를 만나 타이틀 시퀀스 그리고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청해보았다. 그는 <친절한 금자씨>, <헐크>, <300>, <라이프 오브 파이> 등 다양한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에서 자신의 역량을 뽐내왔으며 오는 9월 국제그래픽연맹(이하 AGI) 서울 총회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프로필 사진: 조니 엘스워스(Johnny Ellsw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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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틴에이지 뱀파이어> 타이틀 시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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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타이틀 시퀀스
 
 
예일 예술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R/GA에서 프리랜서로 경력을 시작하셨는데요. 특별히 모션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예일에서의 첫해는 모든 게 매혹적이었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디자이너 예를 들어, 폴 랜드, 브래드버리 톰슨, 아민 호프만, 후쿠다 시게오, 볼프강 바인가르트 등을 사사할 수 있었죠. 그래픽 디자인 학과 건물 바로 옆에 졸업생을 위한 커뮤니티로 기능하는 펍이 있었는데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었어요. 리처드 세라나 프랭크 게리처럼 유명한 예술가 및 건축가들도 찾곤 했죠. 저는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엄청나게 훌륭한 창작자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에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배우고 또 모든 걸 받아들였죠.
저는 당시 그래픽 디자인뿐만 아니라 순수예술과 건축에도 관심이 있었고 졸업했을 때는 순수예술가가 되고 싶은 한편으로 디자인 작업도 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의 그래픽 디자인 스터디 프로그램에서 카일 쿠퍼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그는 자신이 속해있는 R/GA의 디자인 부서에 합류할 것을 제게 권했고 저는 그곳에서 모션 그래픽과 영화 타이틀 디자인을 배웠습니다. 그때 모션 그래픽에 깊이감과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당시는 미디어의 시대였으니까요. 새로운 것이었고 저는 이를 더 배우고 싶었습니다.
 
타이틀 시퀀스 작업에 관해 이야기해봅시다. 타이틀 시퀀스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영화의 톤을 설정합니다. 좋은 타이틀 시퀀스는 감정적으로 관객과 연결되면서 시각적으로 이들을 사로잡아요. 복잡한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해 청각과 시각은 서로 반드시 맞아떨어져야 하는데요. 기억에 남는 타이틀 시퀀스들은 보통 영리하고 은유적입니다. 그리고 시퀀스의 연출이 넋을 빼놓으면 관람자는 이미지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두기 시작하죠.
 
타이틀 시퀀스 작업의 컨셉을 설정할 때 주로 어디에 초점을 맞추시나요?
저는 시각적 은유를 찾는 것에 집중합니다. 복잡한 내러티브를 요약할 단 하나의 시각적 은유를 찾는다면 좋은 컨셉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죠.
 
맞아요, <헐크>의 타이틀 시퀀스에서처럼 작업에서 은유적 표현을 종종 즐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은유는 관람자가 자기 생각과 해석을 이용하게 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생각하게 하고 싶었고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은 본 것을 기억하게 되겠죠.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보여주는 것 대신에 그들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의 한 형식으로, 저는 영화 타이틀 디자인이 사람들이 그것의 의미를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포함해서 가능한 한 유기적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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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왓치맨> 타이틀 시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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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실리콘 밸리>의 타이틀 시퀀스로 가슨 유가 주로 알려진 어둡고 불길한 예감 스타일의 작업에서 빗겨나 밝고 재미있게 한 작업이다. 이에 그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업 중 하나이다.
 
 
타이틀 시퀀스를 포함해 모션 그래픽 전반에서 타이포그래피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회사 웹사이트에 ‘타입 릴(Type Reel)’이란 쇼릴이 따로 있는 것도 보았는데요. 타이포그래피를 다루는 당신만의 기준이 있다면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전통적인 타이포그래피의 감수성을 영화 타이틀에 적용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제게 꽤 힘들었습니다. 인쇄를 위한 타이포그래피와 모션 그래픽의 것은 굉장히 다릅니다. 매튜 카터가 1970년대 후반에 전화번호부를 위해 서체 벨 센테니얼(Bell Centennial)을 디자인했을 때와 비슷한 거예요. 전화번호부에서 가독성 있는 6포인트 타입은 기능성 측면에서 혁신적이었죠.
영화를 위한 타이포그래피는 빛과 노출에 관한 것이지만 이제 다 옛날이야기고 지금은 필름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졌죠. 모두 전자식이고 해상도는 높아져서 우리는 텔레비전과 웹에서도 4K까지 구현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인쇄를 위해 본문을 조판하는 것과 모션 그래픽에서 타입을 다루는 것 사이의 여전한 차이점은 모션 그래픽에서는 폰트 선택이 상영 시간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텍스트가 스크린에서 읽을 수 있는 정도로 길어야 하죠. 전과 같이 가독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모션 그래픽에서 소리가 이미지보다 1%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요.
음악은 리듬, 구조 그리고 모션 시퀀스에서의 타이밍을 부여합니다. 이미지와 함께 톤과 분위기를 설정해 개성과 감정을 만들게 도와주죠. 그림이 그렇듯 음악도 당신에게 말을 걸잖아요. 둘 다 당신이 이야기에 감화되는 데 필요한 모든 걸 주는데 이는 둘이 함께할 때 가능한 것이죠. 음악에 대한 제 존중을 표하고자 비주얼보다 1% 더 중요하다고 한 건데요. 소리는 제가 이야기를 구조화할 수 있게 도우며 이는 제 작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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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 타이틀 시퀀스
 
 
당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자 또는 독창적인 작업을 하고자 어떤 노력을 하나요?
독창성은 당신의 생각 그리고 당신이 주변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에서 나오는 거예요. 제 작업에서 아이디어의 주요 근원은 바로 관찰인데요. 독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방식을 반드시 갖고,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굳게 유지하며,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과 툴에 대한 접근성이 커지면서 전공과는 관계없이 누구든 원하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시나요?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정규 디자인 교육을 받은 적 없이 혼자 깨우쳐서 성공한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죠. 제 생각에 정규 교육은 디자인을 상상하고 실행할 지식을 제공합니다. 색상, 형태, 타이포그래피, 모션 디자인, 애니메이션 기술,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 등을 모두 대학 교육 수준으로 배울 수 있죠. 저는 이러한 지식의 폭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거죠. 물론 정규 교육 없이 스스로 깨친 사람들도 있지만요. 예를 들어 저는 스티브 잡스가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저는 좋은 디자이너는 좋은 문제 해결자라고 믿거든요. 그는 다른 입장의 디자인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체가 전통적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결국에 디자인은 특정한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찾는 게 될 거에요. 그 결과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겠죠.
 
오는 9월 서울에서 진행되는 AGI 강연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인가요?
“열린 마음을 가져라” ‘열린’이라는 표현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우리는 함께 나누면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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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구글 I/O 컨퍼런스 개막을 축하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이는 총 높이 5m, 폭은 180m가 넘는 멀티 패널에 상영되었다.
 
 
 
 
 
가슨 유
GARSON YU

YUCO.COM

홍콩에서 태어나 예일 예술 대학교에서 공부한 후 R/GA에서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경력을 시작했다. 나중에 이미지너리 포스(IMAGINARY FORCES)로 분화된 R/GA LA 지사에서 카일 쿠퍼(KYLE COOPER)와 함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기도 했으며, 이후 1998년에 타이틀 시퀀스를 전문으로 하는 자신의 회사 yU+co를 창립했다. 현재는 그곳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스티븐 스필버그, 이안, 오우삼, 시드니 폴락 감독 등의 영화에 타이틀 시퀀스로 참여한 바 있다.
 
 
 
국제그래픽연맹 2016 서울잔치
AGI SEOUL 2016

A-G-I.ORG

일시: 2016년 9월 24일-9월 29일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국제그래픽연맹(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e, 이하 AGI)은 1951년에 설립된 단체로 현재 30여 개국, 400여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해 회원국에서 연례 총회 및 전시회, 강연회를 개최해 디자인 분야의 직업윤리를 되돌아보고 디자인 업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데 오는 9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AGI 서울 총회를 연다. 24-25일 양일간 AGI 회원들이 자신의 작업, 철학 등을 나누는 공개 강연회 ‘AGI OPEN’과 회원끼리의 비공개 컨퍼런스 ‘AGI CONGRESS’를 중심으로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DDP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CA>는 AGI SEOUL 2016을 고대하며 지난 6월호부터 4-5회 걸쳐 AGI OPEN에서 강연 예정인 연사들의 이야기를 미리 청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6년 8월호 : 국제 스포츠 행사와 브랜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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