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포츠 행사의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창조하는 것은 디자인 스튜디오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영예롭고 흥미로운 작업 중 하나일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간의 입찰 과정에 참여하고 경쟁력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전 세계인의 취향을 분석하는 등 매우 복잡한 과정을 요구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브랜딩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또한,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훌륭한 디자인을 성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국제 경기들이 있는 올여름을 기하여,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포츠 행사의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한 에이전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계적인 규모의 브랜딩이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여타의 브랜딩과 유사한 원칙들이 적용된다.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춘 원칙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규모를 차치하고서라도 원래 어려운 일이지만,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 브랜딩 관련해서는 특히나 고민해야 할 지점들이 많아진다. 어떤 경우에는 공, 선수, 트로피 같은 상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선수의 움직임과 함께 스포츠 자체를 강조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평화를 증진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뭉치게 하면서 전 세계인이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스포츠 정신을 강조해야 한다. 때로는 어울리지 않는 국가주의 혹은 애국주의적인 아이덴티티가 등장하기도 한다. “스포츠 브랜딩은 주최국의 성격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러나 대체로 많은 국가는 브랜딩을 통해 자국의 진보성과 투명성, 그리고 개방성을 보여주길 원합니다.”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 사장인 앤디 페인(Andy Payne)이 말한다. 그는 다수의 월드컵과 올림픽 아이덴티티 작업을 해온 디자이너로, 강조한 사항에 덧붙여 주최 도시의 지역적 특성, 문화유산 등을 드러내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 모든 것들, 어쩌면 이보다 더 많은 것을 하나의 디자인 속에 녹여내는 것에는 무엇보다도 엄청난 인내와 끈기가 요구된다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미겔 비아나(Miguel Viana)는 말한다. “당신은 행사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해낼 컨셉을 개발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완벽한 해법이 나올 때까지 시행착오를 거듭할 용기를 지녀야 하죠.” 그가 덧붙인다. 비아나는 브란디아 센트랄(Brandia Central)에서 2016 UEFA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이하 ‘유로’)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브랜딩을 수행했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거치면서 아이디어를 포기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이 아무리 대단한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주제와 어울리지 않거나 충분한 확장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모든 팀원이 당신의 판단력을 신뢰해야 하죠. 단순한 권위 이야기가 아닙니다. 완벽한 해법에 이르기 위해선 경계를 과감하게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비아나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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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1
 
유로 2016 마스코트 슈퍼 빅터(SUPER VICTOR)
 
 
주지하다시피 세계적인 차원의 브랜딩에는 디자이너가 만족시켜야 하는 이해관계자와 조직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브라질에 있는 에이전시 타치우(Tátil)의 크리에이티브 매니저인 다니엘 소자(Daniel Souza)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브랜딩팀을 지휘하면서 바로 그 점을 실감했다고 이야기한다. 타치우는 스포츠 행사의 브랜딩을 맡기 위해 험난한 선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서류 전형을 거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면접을 통과한 뒤, 한 달 동안 디자인을 개발하면서 2016 리우 하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반응에 따라 수정을 거듭하는 과정을 감내해야 했다. 마침내 그들은 138개의 다른 에이전시들을 제치고 선택받을 수 있었고 디자인 추가 개발을 위한 6개월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가 계획하고 디자인한 모든 것이 여전히 계속해서 여러 단계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했습니다. 우선 광고기획자부터 CEO까지 이 일과 관련된 모든 팀원이 포함된 내부 차원의 점검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그런 다음 디자인을 승인받기 위해 리우 하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내부 브랜딩팀과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디자인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가는 거죠. 이러한 방식으로 조직 체계를 따라 위원장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 모든 승인 절차를 밟고 난 뒤에야 우리는 다음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말한다.
 
물론,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하는 것은 절반의 목표에 불과하다. 당신은 주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모든 국민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타치우의 소자는 이를 위해 인간성이라는 요소를 공통분모로 설정했다. “우리는 보편적인 심벌과 표현을 활용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어떤 문화에 속해 있는 사람이든 긍정적인 의미를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한 거죠.” 그가 설명한다. “리우 하계올림픽 브랜딩에서 보편적인 심벌의 역할을 한 것은 바로 포옹이었습니다. 우리는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슈가로프 산의 형태와 색상을 사용하여 이 도시의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세 가지 요소를 개발했습니다. 리우의 특성을 포옹으로 나타내면서 도시와 시민들의 따뜻함, 즐거움, 환대를 올림픽에 접목한 거죠. 마찬가지로 패럴림픽 브랜딩을 위해 우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하나라는 것을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쉼 없이 고동치는 심장을 무한대의 심벌과 결합하여 패럴림픽 본연의 정신인 역동성과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죠.” 소자의 해법은 감정적인 영역에서 대중과의 소통을 꾀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접점은 어떻게 고려해야 할까? 브랜드가 대중과 만나는 지점이 프린트에서 디지털로, 모바일에서 소셜 미디어로, 2D에서 3D와 모션 디자인 등으로 꾸준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당신의 브랜딩이 지속성을 지니는지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특히 몇 년 앞서 브랜딩이 시작되기 마련인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어떻게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어렵지만 간단하다. 일시적인 유행에 눈을 돌리지 말고 브랜드의 잠재적 미래 가능성을 바라봐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오래 가는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적인 브랜딩은 다양한 요소들의 집합이라기보다 살아있는 하나의 시스템이란 사실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로고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아닙니다. 당신은 이 브랜드가 특정한 시점 또는 접점에 맞춰 하나의 생명체처럼 기능하는 DNA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좋은 브랜드는 첫인상만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미래의 상황에 맞춰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을 갖춘 브랜드죠.” 비아나가 말한다.
 
이를 위해선 명료하고 이해하기 쉬운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그것이 확실하게 지켜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의 경우, 가이드라인은 규모가 너무나 방대하고 자세한 경향이 있다. 이는 리우 올림픽의 브랜드 매뉴얼을 직접 확인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goo.gl/MzhCsa) 인터브랜드의 앤디 페인은 흥미롭게도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오늘날 후원사들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인터브랜드 코리아는 현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12개의 글로벌 후원사들이 올림픽의 공식적인 외양과 느낌을 자사 광고에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가 설명한다. 이는 후원사들의 브랜딩이 올림픽의 브랜딩을 압도하면서 올림픽이 너무 상업적으로 보이게 되었다는 오랜 비판에 대한 대책이다. “IBM이든 나이키든 코카콜라든 오늘날 후원사들은 자신의 브랜드보다는 올림픽 정신의 일부로 보이고자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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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엠블럼
 
 
이와 유사한 흐름은 또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2013년 런던의 디자인 에이전시인 해트트릭(hat-trick)은 윔블던 테니스 대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담당하면서 후원사의 브랜딩을 포함해 윔블던의 전반적인 외양에 관한 표준을 정립했다. 이로써 윔블던의 브랜드 수호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가레스 호와트(Gareth Howat)는 설명한다. “윔블던은 언제나 영국적 색채가 강하고 매우 절제되어 있으며 상업적인 느낌이 최소화된 대회죠. 그들은 후원사도 윔블던의 분위기와 같은 맥락을 취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매우 힘든 일이었죠. 기업들은 거대한 스포츠 행사에서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로고가 가능한 한 강렬하게 드러나는 걸 원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윔블던 관계자들이 친밀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로 기업들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기업들도 윔블던 방식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죠.” 윔블던은 대회가 열리고 있을 때와 비슷한 환경을 그 이전부터 지속해서 구성한다. 지하철, 기차역 같은 곳에서 아이덴티티를 활용해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대회가 다가오기 전부터 대중들은 어디에서건 윔블던의 깔끔한 외양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속적인 경험을 창조해 내는 게 관건인 거죠.” 호와트가 말한다.
 
대중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지속적인 적용에 이르기까지 국제 스포츠 행사의 브랜딩은 여러 방면에서 다른 브랜딩과 큰 차이가 없다. “궁극적으로는 같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입니다. 필요한 모든 브랜딩 과정을 거쳐 확실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버튼이 말한다. 그렇다고 국제적인 행사 브랜딩의 중대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브랜딩을 담당한다는 건 커다란 영광입니다. 마치 어떤 도시에, 문화에, 국가에 당신이 무언가를 선물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죠. 세계가 당신을 주목하기 때문에 당신은 스스로 가진 것 이상의 힘을 쏟을 것이고 위대한 사례로 남기를 바라게 될 겁니다.” 페인이 언급한다. 소자는 리우 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브랜딩에 대해 인생을 완전히 바꾼 기회였다고 회자한다. “물론 전 세계인을 목표로 한 디자인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당신의 프로젝트를 좋아하게 될지에 당연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죠. 이를 부정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특별한 행사의 아이덴티티를 창조하는 것은 스포츠와 디자인 역사의 일부가 되는 매우 소중한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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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테니스 대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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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테니스 대회 후원사 디자인 가이드라인
 
 
 
 
 
글 — 톰 메이(TOM MAY)
번역 — 이화경
메인 일러스트레이션 — 아이러브더스트(ILOVEDUST), ILOVEDUST.COM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6년 8월호 : 국제 스포츠 행사와 브랜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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