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일방적인 메시지를 양방향의 소통으로 바꾸기 위해 수년간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가장 어울리는 서체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미묘한 크기 차이에도 까다롭게 굴었다. 또한, 오픈타입 폰트의 수백 가지 합자, 대체 활자쌍과 콘텐츠에 반응하는 포지션을 개선할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자 이제, 재미있게도 레터프레스가 돌아왔다. 혹자는 어떤 서체는 숫자가 부족하므로 숫자 ‘1’을 대신해 기꺼이 소문자 ‘l’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융통성이 기쁘다고까지 말이다. 이것은 단언컨대 헛소리다. 목활자의 경우, 커닝은 최악의 선택이다. 완벽한 스페이싱을 위해 글자 자체에 손을 대야 하기 때문이다. 서체의 선 하나를 다듬기 위해 몇 시간 동안 황동 조각이나 얇은 종이를 집어넣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미세한 자간 조절은 힘들고 게다가 폰트 크기를 0.5 단위로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용하는 재료는 작업의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물까지 좌우한다. 한 가지 크기만 있는 커다란 목활자 폰트는 특정 글자들이 금방 닳는다. 그렇다면 각 글자 수가 더 많은 작은 크기의 폰트를 선택하거나 아예 다른 활자와 함께 쓰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것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면, 메시지 자체를 바꿔야만 한다. 글자와 자간의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은 거의 600년 전에 구텐베르크가 가동 활자를 발명한 이후부터 개선되어 왔다. 그럼에도 레터프레스는 컴퓨터 작업과는 완전히 다르고, 세심함과 엄청난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레터프레스의 경우, 시스템을 수정하는 데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면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부적절해지는 경우가 많다. 명확하지만 동시에 한정된 요소와 도구로 작업할 땐 과하지 않은 것이 미덕이다. 당신은 어떤 공목이 사용되는지 알아야 하고, 식자용 스틱, 쇠톱, 펜치, 송곳, 스패너, 드라이버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당신은 누더기 천과 새하얀 종이, 잉크, 기름, 기계유와 석유를 가지고 작업하게 될 것이다. 또한, 모든 재료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한 작업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재미라곤 개미 눈곱만큼도 없는 치우는 과정이 준비하는 시간만큼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당신의 손에 닿는 모든 것은 아주 무겁거나 아주 섬세하게 다뤄야 할 물건들일 것이다. 물론 둘 다일 수도 있고 말이다. 당신은 활자의 크기나 만들어진 글자 수에 결코 만족할 수 없을 것이고, 최종 인쇄물이 나오기 직전 항상 필요한 크기의 종이가 다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그것도 주말에 말이다. 그러나 그 어떤 문제의 상황도 납, 강철, 알루미늄, 황동과 나무 파편으로 판을 만들어 깨끗한 하얀 종이를 인쇄기에 넣고 다채로운 판 위에 찍어내는 과정의 쾌감을 이길 수 없다. 마치 마법처럼 당신이 정확히 원하던 자리에 메시지가 나타나고 당신은 곧장 황홀해질 것이다.
 
당신은 자잘한 금속 파편들을 사이사이에 집어넣는 등 리턴 키나 탭 기능 없이 판을 짜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들였을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독자는 이런 수고를 당연히 모르고,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독자는 이 메시지가 물리적인 과정과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것을 반드시 느끼게 될 것이다. 레터프레스의 탄탄한 과정은 스스로 소통하게 하고, 메시지의 전달을 보다 명확하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 이미지: 에릭 슈피커만(왼쪽)과 페르디난트 울리히(Ferdinand Ulrich, 오른쪽)는 레터프레스 스튜디오 p98a를 운영하고 있으며 SPIEKERMANN.COM에서 포스터를 구매할 수 있다.
 
 
 
 
 
에릭 슈피커만
ERIK SPIEKERMANN

SPIEKERMANN.COM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서체 디자이너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메타디자인(METADESIGN)과 유나이티드 디자이너 네트워크(UNITED DESIGNERS NETWORK), 에덴슈피커만(EDENSPIEKERMANN)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 기사는 ‘CA 2016년 8월호 : 국제 스포츠 행사와 브랜딩’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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