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메이크 잇. 에브리웨어(MAKE IT.EVERYWHERE)>가 진행됐다. 이는 어도비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를 순회하며 개최하는 크리에이티브 컨퍼런스로, 어도비는 본 행사를 통해 각국의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한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의 최신 업데이트를 공개하고 있다.
 
800여 명의 업계 국내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가 참여한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도전과 변화’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국내 크리에이티브 업계 주요 인물이 연사로 참여했다. 컨퍼런스의 시작은 국내 광고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TBWA의 박웅현 대표가 열었다. 그는 SK 텔레콤, CJ, 현대카드 등 그간 진행해온 광고 경험을 토대로 창의성과 영감에 관해 설명했다. “구상과 창조 사이의 그림자가 중요해요.” 박웅현이 말한다. 그는 창의적인 사람은 구상과 창조 사이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으나 창의적이지 못한 사람은 그림자에 가려진 영감을 끝내 찾아내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창의성이란 무엇일까요. 반짝이는 것? 물론 아닐 순 없지만, 불현듯 반짝이며 떠오르는 발상은 창의성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박웅현이 말한다. 그는 번뜩이는 발상보다 우선되는 창의성의 요소로 실행력, 무모함, 과정 관리, 위험 등을 꼽는다. 스티브 잡스가 성공한 이유는 천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집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원하는 바가 있으면 무모하게 용기를 내는 것이 창의성을 발현시키는 필수 조건이라 덧붙인다. “아이디어는 최초 떠올랐을 때 벽돌인지 씨앗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요. 운이 좋은 자가 잡는 거죠. 그래 봤자 우리가 잡는 건 씨앗이에요.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는지는 각자의 노력에 달린 거죠.”
 
오후 강연자로는 JTBC 디자인센터장인 남궁유가 연단에 섰다. JTBC 브랜딩은 2013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참신한 감각을 인정받은 바 있다. 남궁유는 명확한 브랜드 메시지를 확정하고 이에 맞는 영상을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JTBC 브랜딩 작업을 설명한다. “JTBC 로고는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색상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 작업이었죠. 드라마는 붉은 자주, 예능은 주황, 교양은 초록, 뉴스는 파랑으로 장르와 색상을 일대일 대응하여 구분했어요.” 그는 JTBC 브랜딩을 위해 직접 서체를 개발하는 등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엔 JTBC에 사용할 영문 서체만 개발했어요. 한글은 나중에야 개발하게 되었는데, 영문에서 한글로 이동하는 과정이 흔치 않아 고려해야 할 게 많았죠.” JTBC 브랜딩은 시각 아이덴티티뿐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꾸려냈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JTBC는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브랜드송이 있길 바랐고, 이에 남궁유는 김윤아에게 의뢰하여 브랜드송을 제작하고 다양한 방식의 편곡을 거쳐 연령 고지, 넥스트 등 방송 곳곳에 적용했다. “브랜딩에 있어 영감을 얻고자 특별히 행동을 취하지는 않아요. 산책하다가 마주친 나무가 예뻐서 이파리로 영상을 제작하는 식이죠.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 영감을 얻기도 해요. JTBC 6월 영상을 만들 땐 시골은 지금이 가장 분주할 때라는 데에 착안해 노동에 초점을 맞췄죠.” 남궁유는 브랜딩의 중요성은 메시지라고 믿는다. 물론 시각적인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것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메시지에 주력하다 보니 이미지에 집중하는 디자이너들이 힘들어해요. 하지만 이미지와 메시지가 나란히 한 방향을 향한다면 훨씬 좋은 브랜딩이 탄생하겠죠.” 그가 말한다.
 
“포토샵이 처음 등장했을 때, 지금은 3초면 할 수 있는 걸 20분 이상씩 걸려서 작업하곤 했어요.” 사진작가 오중석이 말문을 열었다. <보그>, <바자>, <GQ> 등 잡지를 비롯하여 ‘무한도전’ 같은 다양한 매체와 사진 작업을 진행해온 그는 여러 작업을 소개하며 당시의 과정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의 작업은 사진이라는 특성상 대부분 포토샵을 활용하게 된다. 후보정은 거의 포토샵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그는 본인의 작업 어느 부분이 포토샵으로 편집되었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 티 나지 않게 작업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토샵이 발전하고 그 외 많은 요소가 디지털화되면서 오히려 아날로그에 눈길이 가더군요. 그래서 필름으로 작업하기도 했어요.” 그는 필름 카메라로 똑같은 사진을 30여 장 찍고 일일이 인화하여 원하는 장면을 골라내는 등 하나의 작업에도 특별한 수고를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오중석은 지금은 신기술이나 전문적인 툴을 비전문가도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기술 습득보다 활용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무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지는 언제나 경계해야 합니다. 언젠가 김태희의 사진을 촬영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김태희의 매력을 잘 모르던 어시스턴트가 포토샵으로 김태희의 눈 밑 애교살을 전부 지워버린 일이 있었죠. 그 작업이 공개되고 이 모델 누구냐는 이야기까지 들었어요. 대한민국 대표 배우를 두고 말이죠.”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많은 것들을 쉽고 간편하게 수정할 수 있게 됐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각종 디자인 툴에 접근이 쉬워지면서 신중함은 더욱 절실해졌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모든 게 쉽고 빨라졌지만 그러므로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구름 위에 사람이 서 있는 사진을 본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 사진을 정말 구름 위에서 촬영했다고 생각할까요? 구름을 진짜처럼 꾸미기보다는 누가 봐도 솜뭉치인 것을 구름처럼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경험과 도전을 토대로 유용한 인사이트를 공유한 연사들과 더불어 UI/UX의 미래를 책임지는 세 명의 크리에이티브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 뭘 더 할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저는 UI/UX 그 자체입니다.” 플러스엑스(PlusX)의 변사범이 말한다. 직원은 적지만 직군은 다양한 플러스엑스는 각종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브랜드 경험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플러스엑스에서 이사로 활동하는 변사범은 YG 아이덴티티 작업 등 지금까지 플러스엑스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그간의 경험을 공유했다. “근래는 29cm와 함께 ‘동영상으로 물건 판매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변사범이 말한다. 이어, 레귤러볼드(RegularBold)의 대표 손성일이 연단에 올라 모바일 모멘텀에 관해 이야기했다. “지금은 퍼스트 모바일 시대지만 곧 넥스트 모바일로 접어들 거예요. 그에 맞춘 UX/UI가 필요하죠.” 앞으로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며, 여러 가지가 통합되고 분산되는 미래에 관해 각종 가능성들을 꼽아보았다. 마지막으로 디파이(D.FY) 대표 황병삼이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강연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조성했다. 황병삼은 차이와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어 디자인할 때에는 언제나 촉각을 민감하게 곤두세워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국가를 디자인에 녹여내는 작업을 하던 당시, 국가 갈등을 고려하여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는 나란히 두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 세심한 디자인을 구현해냈다. “세상에 만능키는 없지만 저는 한 가지 해결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려 하지 말고 그냥 없애세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내 부품을 하나씩 없앴다는 황병삼의 말에 관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최신 업데이트를 직접 시연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봄 출시된 이후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업계 내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왔다. 어도비의 김현지 과장은 프리미어를 활용하여 어도비 비디오 계열의 혁신적인 기능을 소개했다. 한편, 강진호 상무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신기술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춘 새 비전을 제시하고자 우리에게 친숙한 일러스트레이터, 애프터이펙트, 포토샵 등을 활용하여 각종 기능을 시연했다. 포토샵으로 아이콘을 제작할 때 일일이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를 누르지 않고도 다양한 확장자로 저장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했다. 또한, 애니메이터로 얼굴을 인식하여 기록되는 라이브 메모 기능도 개발했다. 이는 렌더링과 저장, 업로드의 과정 없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바로 이어지는 기술로, 영상 처리 과정을 대폭 단축했다. 어도비의 업데이트가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어떤 단비를 내려줄지, 그 비로 또 어떤 결과물이 탄생할지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된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컨퍼런스
MAKE IT. EVERYWHERE

ADOBE.CO.KR

일시: 2016년 7월 6일
장소: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주요 연사: 박웅현, 남궁유, 황병삼, 손성일, 변사범, 오중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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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 대표 황병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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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엑스 이사 변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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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오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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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WA 대표 박웅현
 
 
 
 
 
 
 
 
 
 
 
이 기사는 ‘CA 2016년 8월호 : 국제 스포츠 행사와 브랜딩’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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